지도에 이름을 남기려는 대통령의 속셈 [아침을 열며]

2026. 9. 15.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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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또 지도를 바꿨다.

2012년 바투미 사업 무산 이후 14년 만에 '트럼프' 이름이 조지아 지도에 재등장했다.

최근에는 골프클럽 추진이 발표된 한국 하남도 트럼프 가족기업의 사업 지도에 추가됐다.

역사에 이름을 남기려면 지도에 이름을 남겨야 한다는 걸 트럼프는 아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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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보여 주는 지명 정치
행정명령, 다시 그린 세계지도
국제정세 판단, 지도에서 시작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실제로 트루스소셜에 올린 금빛 러시모어 이미지. 트루스소셜 갈무리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또 지도를 바꿨다. 8월 말 행정명령으로 온타리오호를 ‘아메리카호’로 개명했다. 처음이 아니다. 2기 행정부 취임 첫날 알래스카 최고봉 디날리를 ‘매킨리산’으로 되돌렸고, 멕시코만은 ‘아메리카만’으로 바꿨다. ‘멕시코만’ 표기를 고수한 AP통신은 오벌오피스 등 대통령 행사 취재 접근을 제한당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1607년 고지도를 꺼내 미국을 ‘멕시코의 아메리카’로 부르자며 맞받았다. 지명 공세에 고지도로 맞선 셈이다.

이 개명 하나로 지도 앱 시장까지 흔들렸다. 한때 구글에 밀려 존재감이 희미해졌던 맵퀘스트는 트럼프의 방침을 따르지 않겠다고 선언한 뒤, 미국 애플 앱스토어 무료 앱 1위에 올랐다. 지명을 누가 결정하고 지도에 무엇을 표시할 것인가가 플랫폼 시대의 새로운 권력이 된 것이다.

트럼프는 왜 이렇게 지명에 집착할까. 10대 시절 군사학교를 다녔고 평생 부동산 개발업자로 살았다. 부동산업자에게 지도는 곧 돈의 흐름이다. 트럼프 오거니제이션이라는 가족기업의 해외 사업 지도는 인도, 몰디브, 우루과이, 인도네시아, 오만,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 튀르키예에서 코카서스까지 이어진다. 올해 4월에는 트빌리시에 70층짜리 트럼프타워 계획을 발표했다. 2012년 바투미 사업 무산 이후 14년 만에 ‘트럼프’ 이름이 조지아 지도에 재등장했다.

트럼프 한마디에 주가가 흔들리고 나라의 운명이 바뀌는 시대다. 베트남은 46% 관세를 예고받았다가 협상해 20%로 낮췄다. 공교롭게도 협상이 한창이던 시기 트럼프 가족기업은 베트남 흥옌성에서 2조 원대 골프·리조트 단지를 착공했다. 최근에는 골프클럽 추진이 발표된 한국 하남도 트럼프 가족기업의 사업 지도에 추가됐다.

지도에 선을 긋고 이름을 붙이는 것은 단순한 표기가 아니다. 무엇을 우리 땅으로 상상하고 어디에 돈을 투자할지를 선언하는 권력 행위다. 그린란드와 캐나다에 대한 트럼프의 관심도 지도에서 보면 달리 읽힌다. 러시아가 북극항로의 핵심 구간을 끼고 있는 상황에서 이 지역은 미국의 안보·자원·북극 접근성을 좌우하는 전략공간이다.

미국은 원래 ‘지도의 나라’였다.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은 측량사였고,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은 측량사이자 지도 제작자였던 아버지를 두었다. 그는 루이지애나 매입으로 영토를 크게 넓힌 뒤 루이스와 클라크 탐험대를 미지의 서부로 보내 지도를 그리게 했다. 알래스카 역시 링컨이 임명한 국무장관 수어드가 러시아로부터 사들인 땅이다. 러시모어산에 얼굴이 새겨진 시어도어 루스벨트는 미국의 시선을 태평양으로 돌렸다. 그는 아끼던 거대한 지구본에 미국·독일·영국 해군의 위치를 흰색 표식으로 꽂아가며 그 앞에서 자신의 초상을 남겼다. 트럼프도 오래전부터 러시모어산에 자신의 얼굴을 새기는 데 관심을 보였고, 올해 7월에는 그의 얼굴이 다섯 번째로 새겨진 합성 영상까지 공개했다. 역사에 이름을 남기려면 지도에 이름을 남겨야 한다는 걸 트럼프는 아는 듯하다.

전쟁은 최고의 지리교사라는 오랜 격언이 있다. 트럼프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그의 세계지도만큼은 읽어야 한다. 그가 무엇의 이름을 바꾸고, 어디에 돈을 투자하며, 어느 땅을 탐내는지를 보면 다음 수가 보인다. 국제정세를 읽으려면 뉴스뿐 아니라 트럼프의 지도도 함께 읽어야 한다.

김이재 경인교대 사회과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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