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영화에 밀린 이창동 ‘가능한 사랑’…韓 최초 베니스 심사위원대상

이정우 기자 2026. 9. 13.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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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동 감독의 '가능한 사랑'이 제83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다.

이 감독은 12일 저녁(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 리도섬에서 폐막한 베니스 영화제에서 2등상인 은사자상-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가능한 사랑'은 영화제 공개 직후 호평이 이어지며 경쟁작들을 압도했지만, 최고상은 경쟁 부문 유일 여성감독의 영화 '우먼 언노운'에게 돌아갔다.

영화제 심사위원이었던 두기봉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가능한 사랑'과 관련해 "문화적 차이 때문에 영화의 세부 사항 중 일부는 국제적으로 이해받지 못했을 수 있다"며 "이 영화의 모든 것이 마음에 든다. 나는 절대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없을 것"이라고 극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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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동 “노동 상실 시대, 영화로 질문 계속할 것”
이창동 감독이 1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 리도섬에서 폐막한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2등상인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뒤 레드카펫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이창동 감독의 ‘가능한 사랑’이 제83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다. 기대를 모았던 황금사자상의 영예는 덴마크 마이 엘투키 감독의 ‘우먼 언노운’이 받았다.

이 감독은 12일 저녁(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 리도섬에서 폐막한 베니스 영화제에서 2등상인 은사자상-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김기덕 감독 ‘피에타’(2012)가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받은 적 있지만, 심사위원대상은 최초다. 이 감독으로서도 감독상과 신인배우상(문소리) 2관왕에 올랐던 ‘오아시스’ 이후 24년 만의 베니스 영화제 수상이다.

단상에 오른 이 감독은 “그라찌에(Grazie), 감사합니다”라고 이탈리아어·한국말로 인사부터 건넸다. 그러면서 “수많은 사람의 기다림과 인내가 없었으면 이 영화가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운을 뗐다.

이 감독의 말마따나 영화 ‘가능한 사랑’은 세상에 나와 빛을 발하기까지 수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우선 이 감독의 고민이 깊었다.

이 감독은 10여년 전 한국 대기업의 대규모 정리해고와 이어진 노동자 총파업, 그리고 이를 폭력적으로 진압한 사건을 영화로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지만, 극영화로 옮겨내기 위해서는 윤리성과 방향성, 자기 확신이 필요했다. 그는 “한동안 그 영화를 준비했지만,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극 영화로 옮겨낼 만큼 내가 준비돼 있지 않다고 느꼈기 때문”이라며 ”이 사건을 극적으로 드라마로 만드는 게 윤리적인 건지라는 생각까지 들었기 때문에 결국은 덮어뒀던 것”이라고 토로한 바 있다.

노동의 가치가 달라진 시대에 삶의 조건과 인간의 사랑, 그리고 영화를 만드는 것의 의미를 연결짓는 구상이 연결되면서 다시 ‘가능한 사랑’의 창작은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해고 노동자 부부(전도연 설경구)와 그들을 취재하는 다큐멘터리 감독(조여정) 제작자 (조인성) 부부가 만나 서로 다른 삶의 층위를 느끼며 욕망이 엇갈린 여름 한때를 보낸다는 줄거리가 갖춰졌다. 이 감독이 전작 ‘버닝’의 오정미 작가와 공동으로 각본을 썼다.

Jury member Johnnie To, left, presents director Lee Chang-dong the grand jury prize for the film ‘Possible Love’ during the closing ceremony of the 83rd edition of the Venice Film Festival in Venice, Italy, on Saturday, Sept. 12, 2026. (Photo by Scott A Garfitt/Invision/AP) 090226133139

그러나 이번에는 투자가 문제였다. 지난해 영화진흥위원회의 ‘중예산 한국영화 제작지원 사업’에 선정돼 15억 원의 국고지원금을 확보했지만, 추가 투자에 난항을 겪었다. 대기업 해고 사건을 다룬 묵직한 사회드라마로 상업성이 적다고 판단한 탓이었다.

국내 투자로 한동안 표류하던 이 감독에게 넷플릭스가 전격 제안을 건넸다. 전액 투자를 제안한 것. 결국 영진위 지원금을 자진 철회(반납)하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 만들어지게 됐다.

이 감독은 “노동이 사라져 가는 시대,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끊어져 가는 시대에 영화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그리고 영화가 무엇을 해야만 하는지 질문하기 위해 이 작품을 만들었다“며 ”상을 주신 것은 이 질문을 계속하라는 것으로 이해하겠다”고 수상 소감을 마무리했다.

이 감독은 폐막 후 기자회견에선 다큐멘터리 감독 캐릭터를 다룬 데 대해 “과연 영화 만드는 사람들이 타인의 고통을 어떻게 담아야 하는지 그 질문을 나 스스로 하고 관객과 함께 나누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람들이 극장에 모이기도 힘들어하고 각자 영화에 대해 서로 나눴던 것이 점점 그 관계가 끊어진다고 할까. 점점 영화 만드는 사람들의 고민이 깊어가는 시대”라고도 했다.

영화 ‘가능한 사랑’. 넷플릭스 제공

‘가능한 사랑’은 번외상인 국제비평가연맹상도 받았다. 국제영화비평가연맹은 “착취, 계급, 환멸, 사랑, 욕망, 그리고 이야기의 소유와 윤리를 탐구하는 미묘한 권력 게임들이 다층적이고 완벽한 속도로 전개되는 영화”라고 평가했다.

‘가능한 사랑’은 영화제 공개 직후 호평이 이어지며 경쟁작들을 압도했지만, 최고상은 경쟁 부문 유일 여성감독의 영화 ‘우먼 언노운’에게 돌아갔다. 2차 대전 직후 덴마크를 배경으로 독일군과 관계를 의심 받는 과거를 가진 여성이 생존을 위해 타인을 희생시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주연 배우인 마틸드 아르셀은 볼피컵 여우주연상까지 받아 2관왕에 올랐다.

‘가능한 사랑’과 ‘나자’ 등 경쟁작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명이 되지 않았던 ‘우먼 언노운’의 황금사자상 수상은 현지에서도 깜짝 결과로 받아들여졌다. 영화제 심사위원이었던 두기봉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가능한 사랑’과 관련해 “문화적 차이 때문에 영화의 세부 사항 중 일부는 국제적으로 이해받지 못했을 수 있다”며 “이 영화의 모든 것이 마음에 든다. 나는 절대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없을 것”이라고 극찬했다.

올해 베니스 영화제 수상작은 정치 사회적 화두가 두드러졌다. 3등상인 심사위원특별상은 경쟁 부문에서 유일한 다큐멘터리인 ‘나자’에게 돌아갔다. 가자 지구 전쟁을 소재로 이스라엘군 관계자들의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에 대한 조직적인 살해 혐의를 고발한 작품으로 올해 최장인 24분 넘는 기립박수를 이끌어냈다.

감독상은 러시아 반체제 감독 일리야 크르자노프스키의 ‘다우’가 받았다. 감독은 이 영화의 은사자상 수상을 우크라이나에 헌정했다. 남우주연상은 마틴 맥도나 감독 ‘와일드 호스 나인’에서 괴짜 CIA 요웡늘 연기한 존 말코비치가 받았다.

이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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