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동 또 해냈다…‘가능한 사랑’ 베니스 영화제 수상 쾌거
‘가능한 사랑’, 국제비평가연맹상까지 동시 수상
전도연·설경구 등 명품 배우진 연기력도 주목
넷플릭스 지원 속 오스카 주요 부문까지 정조준

영화 ‘가능한 사랑’이 세계 3대 영화제 가운데 하나인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과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FIPRESCI)을 동시에 거머쥐며 한국영화의 저력을 과시했다.
이창동 감독에게 이번 수상은 2002년 ‘오아시스’로 베니스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뒤 24년 만에 다시 거머쥔 트로피라는 점에서 의미가 더욱 크다. 여기에 넷플릭스의 전폭적인 오스카 캠페인까지 예고되면서 ‘가능한 사랑’은 베니스의 성과를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가능한 사랑’은 이창동 감독 특유의 인간에 대한 집요한 관찰과 사회적 관계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을 바탕으로 사랑과 욕망, 계급과 착취의 문제를 다룬 작품이다. 전도연, 설경구, 조인성, 조여정 등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들이 주요 배역을 맡아 작품에 힘을 보탰다. 특히 스타 배우들의 조합만으로 관심을 끌기보다 인물 사이에 놓인 욕망과 권력의 구조를 세밀하게 파고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베니스 심사위원대상은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에 이어 주요 경쟁 부문에서 수여되는 상이다. 작품성과 연출력에 대한 국제 영화계의 높은 평가를 상징하는 만큼 한국영화로서는 상당한 성과로 평가된다. 이창동 감독은 과거 ‘오아시스’로 베니스에서 같은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데 이어 이번에도 세계적인 영화제에서 자신의 작품세계를 다시 입증했다.
특히 국제비평가연맹상까지 함께 받았다는 점은 작품에 대한 비평적 평가가 두텁다는 점을 보여준다. FIPRESCI는 세계 각국의 영화비평가들이 참여해 영화의 예술적 성취와 사회적 의미 등을 평가하는 상이다.
‘가능한 사랑’은 착취와 계급, 사랑과 욕망을 서로 분리된 주제로 바라보기보다 인물 간 관계 속에서 얽혀 있는 권력 게임으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다. 인간의 감정을 다루면서도 그 감정이 형성되는 사회적 조건까지 함께 들여다본 이창동 감독의 접근법이 해외 비평계에서도 통했다는 의미다.
이번 성과가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넷플릭스라는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작품의 행보가 이어진다는 데 있다. 넷플릭스는 베니스에서 확보한 작품의 화제성과 비평적 성과를 기반으로 내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캠페인에 힘을 실을 계획이다. ‘가능한 사랑’은 국제장편영화상 경쟁을 비롯해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등 주요 부문을 겨냥한 캠페인도 지원받을 전망이다.
넷플릭스의 참여는 한국영화의 해외 진출 방식에도 변화를 보여준다. 과거 한국영화가 국제영화제에서 먼저 성과를 거둔 뒤 북미 배급사를 통해 아카데미를 공략했다면, 글로벌 플랫폼을 등에 업은 작품은 공개와 홍보, 시상식 캠페인을 보다 체계적으로 연결할 수 있다. 베니스에서 확보한 비평적 신뢰와 넷플릭스의 글로벌 배급망이 맞물릴 경우 오스카 레이스에서 유리한 기반을 확보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베니스 수상이 곧바로 오스카 수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국제장편영화상은 각국 출품작 사이의 경쟁이 치열하고, 작품상·감독상·각본상 역시 미국 영화계의 취향과 시상식 시즌의 흐름, 캠페인 역량 등 다양한 변수가 작용한다. 특히 넷플릭스 작품에 대한 아카데미 내부의 평가가 과거와 비교해 얼마나 달라졌는지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그럼에도 ‘가능한 사랑’의 베니스 성과는 한국영화가 세계 영화계에서 확보한 영향력을 다시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이창동 감독은 오랜 시간 인간의 내면과 사회의 모순을 함께 탐구해 온 연출자로 평가받아 왔다. 이번 작품에서도 개인의 사랑과 욕망을 사회 구조와 연결해 바라보는 시선이 국제 비평계의 호응을 얻었다.
24년 만에 베니스에서 다시 울린 이창동의 트로피는 한 감독의 귀환에 그치지 않는다. 한국영화가 국제영화제의 비평적 평가와 글로벌 플랫폼의 배급 역량을 동시에 활용해 더 넓은 시상식 무대로 향하는 새로운 경로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제 ‘가능한 사랑’의 다음 무대는 베니스의 레드카펫을 지나 오스카가 될 전망이다. 베니스에서 시작된 찬사가 미국 아카데미에서도 이어질 수 있을지가 한국 영화계의 새로운 관심사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