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출신 국어교사에서 영화 거장으로…이창동, 베네치아 다시 품다

윤희정 기자 2026. 9. 13. 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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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출신 이창동(72) 감독이 영화 '가능한 사랑'으로 제83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국어교사와 소설가를 거쳐 영화감독이 된 그는 30년 가까이 사회의 변화 속에서 흔들리는 개인의 삶을 스크린에 담아왔다.

도시화 과정에서 설 자리를 잃은 청년 막동의 비극을 그린 이 작품은 국내 주요 영화상과 밴쿠버국제영화제 용호상을 받았다.

이 감독은 최근 베네치아에서 취재진과 만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통 사람들의 삶을 구원해주는 것은 다른 인간과의 사랑이 아닐까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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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한 사랑’ 심사위원대상…‘오아시스’ 감독상 이후 24년
경북대 졸업 후 교단·문단 거쳐 ‘초록물고기’로 감독 데뷔
현대사와 소외, 계급 다룬 30년…두 부부의 삶으로 사랑 질문
지난 9월6일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열린 제83회 베네치아 국제영화제에서 한국의 이창동 감독이 영화 ‘가능한 사랑’ 시사회에 참석하고 있다. 이 영화는 9월2일부터 12일까지 열리는 영화제의 공식 경쟁 부문인 ‘베네치아 83’에 출품됐다. /연합뉴스

대구 출신 이창동(72) 감독이 영화 ‘가능한 사랑’으로 제83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국어교사와 소설가를 거쳐 영화감독이 된 그는 30년 가까이 사회의 변화 속에서 흔들리는 개인의 삶을 스크린에 담아왔다. 

이 감독의 베네치아 수상은 2002년 ‘오아시스’로 감독상을 받은 이후 24년 만이다. 황금사자상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상인 심사위원대상을 한국 영화가 받은 것은 처음이다. 한국 영화의 베네치아 본경쟁 수상도 2012년 고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 이후 14년 만이다.

‘버닝’ 이후 8년 만에 선보인 ‘가능한 사랑’은 서로 다른 계층의 두 부부를 통해 노동과 계급, 욕망을 들여다본다. 해고 노동자와 그의 아내, 다큐멘터리 감독과 부유한 남편의 삶을 나란히 놓고 사회구조가 개인의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묻는다.

이 같은 관심은 영화에 앞서 문학에서 시작됐다. 1954년 대구에서 태어난 이 감독은 경북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고등학교 국어교사로 일했다. 교직에 있던 1983년 소설 ‘전리’가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등단했다. 이후 ‘운명에 관하여’, ‘녹천에는 똥이 많다’ 등을 발표했다.

영화계에 들어선 것은 마흔을 앞둔 1993년이다. 박광수 감독의 ‘그 섬에 가고 싶다’에서 각본과 조감독을 맡았고, 1997년 ‘초록물고기’로 감독 데뷔했다. 도시화 과정에서 설 자리를 잃은 청년 막동의 비극을 그린 이 작품은 국내 주요 영화상과 밴쿠버국제영화제 용호상을 받았다.

두 번째 영화 ‘박하사탕’(2000)은 한 남자의 삶을 시간을 거슬러 되짚으며 한국 현대사의 상처를 드러냈다. 광주민주화운동과 군사독재를 개인의 변화와 연결했고, 설경구가 외친 “나 다시 돌아갈래”라는 대사는 작품을 상징하는 말로 남았다. 영화는 칸국제영화제 감독주간에도 초청됐다.

이 감독은 당시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한 개인은 결코 역사나 사회현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사회현실이 개인을 내버려 두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오아시스’(2002)에서는 장애인 여성 공주와 전과자 종두의 사랑을 통해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삶을 다뤘다. 이 작품으로 베네치아 감독상을 받았고, 공주를 연기한 문소리는 신인배우상을 수상했다.

국제적으로 이름을 알리던 그는 2003년 참여정부 초대 문화관광부 장관으로 임명돼 2004년까지 1년 4개월간 문화행정을 맡았다.

영화계 복귀작 ‘밀양’(2007)은 아들을 잃은 여성의 삶을 따라가며 고통과 용서, 신앙의 문제를 다뤘다. 주연 전도연은 이 작품으로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손자의 범죄를 알게 된 노년 여성의 이야기를 그린 ‘시’(2010)는 아름다움과 윤리의 문제를 제기하며 칸 각본상을 수상했다.

‘버닝’(2018)에서는 서로 다른 환경에 놓인 청년들을 통해 계급 격차와 청년 세대의 불안을 그렸다. 평범한 사람의 일상에서 출발해 그 삶을 둘러싼 사회의 문제를 드러내는 방식은 신작 ‘가능한 사랑’으로 이어졌다.

이 감독은 분명한 답을 제시하기보다 관객에게 질문을 남기는 영화를 지향해왔다. 2022년 전주국제영화제에서도 “분명하고 단순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영화를 만들지는 않는다”며 삶과 영화가 연결되는 경험을 관객에게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에서 그가 던진 질문은 자신이 바꿀 수 없는 사회구조 속에서 ‘어떤 사랑이 가능한가’다. 이 감독은 최근 베네치아에서 취재진과 만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통 사람들의 삶을 구원해주는 것은 다른 인간과의 사랑이 아닐까 한다”고 밝혔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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