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정치권력 부당한 간섭 안 돼"…대법관 제청 갈등 속 사법독립 강조
"법·원칙 따라 국민 기본권 지켜야"
청와대, 손봉기 제청에 재제청 요구
고 신종오 판사에 대법원장 표창 추서

조희대 대법원장이 '대한민국 법원의 날'을 맞아 정치권력 등 외부의 부당한 간섭으로부터 사법부가 독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법관 후보 제청 문제를 놓고 청와대와 대법원이 대치하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어서 주목된다.
조 대법원장은 1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중앙홀에서 열린 제12회 '대한민국 법원의 날' 기념식에서 "헌법상 독립된 국가기관인 법원이 다른 국가기관이나 정치권력, 사회 세력은 물론 소송 당사자로부터도 부당한 간섭이나 영향을 받지 않고 오직 헌법과 법률에 따라 중립적이고 공정하게 재판할 때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온전히 보장하고 법치주의를 실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어떠한 어려움 속에서도 이러한 헌법적 사명을 흔들림 없이 수행하는 것이야말로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인 사법부에 주어진 변함없는 책무"라며 "법원은 사법권을 오직 국민을 위해 올바르게 행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조 대법원장은 대법관 후보 제청 문제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다만 청와대와 대법원이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 제청을 놓고 갈등을 빚는 상황에서 '다른 국가기관'과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을 강조했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달 18일 청와대와 합의에 이르지 못한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를 대법관 후보로 서면 제청했다. 청와대는 열흘 뒤 "절차적 완결성을 갖추지 못한 제청"이라며 재제청을 요구했고, 법원행정처는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조 대법원장은 법원 구성원들에게도 법과 원칙에 따른 재판을 당부했다.
그는 "복잡하고 어려운 사건이 날로 늘어나고 있으며 사회적 갈등과 극심한 대립이 재판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며 "갈등이 첨예할수록 법원은 더욱 흔들림 없이 오직 법과 원칙에 따라 맡은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여러 어려움 속에서 묵묵히 소임을 다하고 있는 법원 구성원들이 안심하고 업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 방안을 꾸준히 마련하겠다"고 했다.
이날 기념식에서는 지난 5월 별세한 고 신종오 서울고법 고법판사에게 대법원장 표창이 추서됐다.
신 판사는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 등 혐의 항소심 재판장을 맡았으며 선고 일주일 뒤 청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후 서울고법은 법관 업무 경감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조 대법원장은 신 판사의 명복을 빌고 기념식에 참석한 유족에게 위로를 전했다.
'법원의 날'은 일제강점으로 빼앗겼던 사법권을 미군정으로부터 최종 이양받은 1948년 9월 13일을 기념하기 위해 2015년 지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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