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텃밭’ 텍사스 20대 “물가 너무 올라…이젠 민주당으로 바꿔볼 적기”

인구 구성 변하며 정치 지형 영향
AI 데이터센터도 선거 주요 이슈
환경 변화 우려에 신중 여론 높아
상원의원 도전한 민주당 탈라리코
5%P 차 우세…38년 만 ‘의석’ 기대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가 열린 텍사스주 댈러스의 아메리카항공센터는 9일(현지시간) “트럼프!”를 연호하는 함성으로 가득했다. 그러나 그곳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민주당을 찍겠다는 사람뿐 아니라 열성적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지지자조차 ‘공화당 텃밭’인 텍사스의 정치적 지형이 변하고 있다는 데 동의했다.
댈러스 시내에서 자동차로 30여분 떨어진 콜린 카운티의 쇼핑몰 앞에서 지난 8일(현지시간) 만난 빌랄(21)과 캠란(21)은 둘 다 공화당 지지자였지만 이번에는 민주당 후보를 찍을 것이라고 했다. 캠란은 “나는 원래 투표를 하러 가는 사람이 아닌데, 이번에는 변화를 만드는 데 동참하고 싶어서 투표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물가가 너무 올라서 우리 세대는 평생 세입자로 살게 될 거라는 말이 나온다”며 “지난 수십년간 공화당이 텍사스를 지배해왔으니 이젠 ‘블루’로 바꿔볼 적기”라고 말했다.
빌랄도 “나는 정말 민주당을 한 번도 지지해본 적이 없다”면서, 마음이 바뀐 가장 큰 이유는 ‘경제’라고 했다. 그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이민 온 부모님은 무슬림을 차별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을 싫어했지만, 나는 달랐다. 나는 미국인이니까 내가 가진 권리를 최대한 나를 위해 활용하겠다는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년 전 트럼프는 더 이상 전쟁이 없을 것이라 했고 식료품 가격도 더 싸질 거라고 했다. 그래서 그를 찍었다”며 “하지만 지금 어떤 꼴인지 한번 보라”고 말했다.
건축 디자이너인 에드윈(29)은 텍사스가 너무 극단적인 보수 성향으로 바뀌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최근 텍사스는 공립학교에서도 기독교 이념을 가르치고 있어서 우려가 된다”며 “정치와 종교는 적어도 분리돼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남성도 “아내를 위해 민주당 후보를 찍을 것”이라며 “임신중지 등 여성 권리가 보호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콜린 카운티는 지난 대선 때 트럼프 대통령이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를 12%포인트 차로 이긴 곳이다. 하지만 이란 전쟁으로 인한 물가 상승과 공화당의 극우화에 대한 불만은 이곳에서도 관측됐다. 텍사스의 인구 구성 변화도 이 같은 흐름에 일조하고 있다. 싼 물가를 찾아 캘리포니아 등지에서 댈러스·오스틴·휴스턴 교외 지역으로 이주해 오는 인구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텍사스주의 인구는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국경 정책에도 불구하고 2024년 7월부터 2025년 7월 사이 오히려 1.2% 증가했다. 넓고 저렴한 토지 때문에 텍사스로 이전한 기업들이 늘어난 것도 한몫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마가 성향의 한 남성은 텍사스의 정치적 지형이 바뀌고 있다는 데 동의한다면서 “최근 다른 주에서 이주해 오는 사람들이 증가해 민주당 지지자가 많아지는 것 같다. 나는 그 변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가 이번 중간선거의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는 사실도 다시 한번 확인됐다. 특히 젊은 층일수록 이에 대한 우려가 컸다. 댈러스에서 차로 20분가량 떨어진 텍사스 알링턴 대학에서 만난 벤저민은 공화당 연방 상원 후보인 켄 팩스턴을 찍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민주당이 텍사스를 장악하면 또 하나의 캘리포니아로 만들려 할 것 같다”며 “그럼 세금을 많이 걷을 텐데 그건 좋지 않다. 남부는 지금 이대로가 좋다”고 말했다. 그러나 벤저민은 데이터센터 건설을 더 적극적으로 막기 위해선 지지 정당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공약을 찬찬히 살펴보지 못했지만, 데이터센터는 나에게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석사 과정생인 트레이시도 “텍사스에 인구와 기업이 늘면서 지하수 수위가 낮아지고 있다”며 “데이터센터에 장단점이 있다는 건 알지만, 장기적인 영향에 대한 정보 없이는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평생 텍사스에서만 살아온 트레이시의 가족들은 지난 대선 때 트럼프 대통령을 찍었지만, 지금은 후회한다고 했다. 그는 “그때만 해도 트럼프가 두 가지 나쁜 선택지 가운데 그나마 덜 나쁜 선택 같았다”며 “하지만 지금 물가 상승은 말할 것도 없고, 무분별한 이민자 단속 때문에 내가 일하는 조경업계에선 노동력이 부족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선거부터는 모든 것을 가능한 객관적으로 하나하나 따져서 결정하려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공화당 텃밭’인 텍사스에서 수십년 만의 호기를 맞은 것은 부인할 수 없어 보인다. 9일 발표된 유니비전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현재 민주당 연방 상원의원 후보인 제임스 탈라리코는 공화당 후보인 켄 팩스턴을 5%포인트 차로 앞서고 있다. 만약 탈라리코가 승리할 경우 민주당은 1988년 이후 38년 만에 텍사스 연방 상원 의석을 차지하게 된다. 텍사스주 전체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승리한 것도 1994년 이후 32년 만의 일이다.
하지만 수십년 동안 텍사스를 장악해온 공화당의 조직력, 도심·교외의 민심과 달리 여전히 콘크리트 지지층인 텍사스 농촌 지역의 민심을 감안하면 결과는 예측할 수 없다. 게다가 공화당 지지층은 설문조사에서 과소집계되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탈라리코를 찍을 것이라고 말한 에드윈조차 “그가 이기길 정말 바라고 있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며 “60 대 40으로 공화당이 이길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댈러스 | 정유진 특파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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