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일게이트 덮친 ‘2.5조 이혼 리스크’…‘불편한 동거’ 시작되나

허인회 기자 2026. 9. 10.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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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파이어'와 '로스트아크'를 연이어 메가 히트시키며 스마일게이트를 국내 대표 게임사로 일군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창업자 겸 최고비전제시책임자(CVO)가 이혼 소송 1심에서 2조5500억원대 재산분할 판결을 받았다. 특히 법원이 현금이 아닌 비상장사인 스마일게이트 주식 35%를 현물로 떼어주라고 판결하면서, 지난 14년간 이어져 온 권 CVO의 '100% 1인 지배 체제'가 깨질 위기에 처했다.

법원이 이처럼 막대한 현금 대신 '주식 현물 분할'이라는 이례적인 방식을 택한 이유는 권 CVO의 자산 구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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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대 재산분할…비상장 주식 ‘현물 분할’ 이례적 판결
2대 주주 경영 간섭 가능성 열려…향후 경영권 분쟁 불씨

(시사저널=허인회 기자)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최고비전제시책임자(CVO) 겸 희망스튜디오 이사장 ⓒ연합뉴스

'크로스파이어'와 '로스트아크'를 연이어 메가 히트시키며 스마일게이트를 국내 대표 게임사로 일군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창업자 겸 최고비전제시책임자(CVO)가 이혼 소송 1심에서 2조5500억원대 재산분할 판결을 받았다. 특히 법원이 현금이 아닌 비상장사인 스마일게이트 주식 35%를 현물로 떼어주라고 판결하면서, 지난 14년간 이어져 온 권 CVO의 '100% 1인 지배 체제'가 깨질 위기에 처했다. 판결이 최종 확정될 경우, 경영권은 유지하더라도 주요 의사결정마다 전 부인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 '불편한 동거'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울가정법원 가사합의3부는 전날 권 CVO의 배우자 이아무개씨가 제기한 이혼 및 재산분할 소송에서 이혼 청구를 인용하며, 재산분할 비율을 권 CVO 65%, 이씨 35%로 정했다. 재판부가 평가한 권 CVO의 스마일게이트 지분 가치는 약 7조1409억원이다. 법원은 이 중 35%인 2조4867억원 상당의 주식을 현물로 지급하고, 부족분 650억원을 현금으로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분할 총액만 약 2조5500억원으로, 최근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재산분할금(1조3808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국내 역대 최대 규모다.

법원이 이처럼 막대한 현금 대신 '주식 현물 분할'이라는 이례적인 방식을 택한 이유는 권 CVO의 자산 구조 때문이다. 최태원 회장 사례의 경우 기업 지배구조 안정을 고려해 주식을 계속 보유하게 하고 현금 지급을 명령했다. 하지만 권 CVO는 순재산의 92.8%가 비상장 주식에 묶여 있어 주식 매각 없이는 현금 조달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재판부는 "지분 일부를 양도하더라도 과반을 훌쩍 넘겨 회사 지배권을 상실할 위험이 없다"며 현물 분할의 근거를 밝혔다. 아울러 이씨가 창업 초기 지분을 보유하고 대표이사로 등재되었던 이력, 20년 이상 가사와 양육을 전담한 기여도를 종합적으로 인정해 35%의 지분을 떼어주라고 판단했다.

'지분 35%' 2대 주주의 경영 간섭 가능성

업계의 관심은 당장 스마일게이트의 지배구조 변화에 쏠린다. 스마일게이트는 국내 5대 대형 게임사 중 유일한 비상장사다. 권 CVO가 지분 100%를 독점한 강력한 1인 지배 체제 덕분에, 그동안 외부 주주나 자본 시장의 간섭 없이 장기적인 안목으로 신작 개발에 수천억원을 투자할 수 있었다.

이번 판결대로 지분이 넘어가더라도 권 CVO는 65%의 지분을 쥔 최대주주로서 경영권을 안전하게 방어할 수 있다. 일반적인 주주총회 보통결의(출석 주주 의결권 과반수) 안건은 단독 통과가 가능해, 당장의 일상적인 사업 운영이나 신작 출시에는 큰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기업의 사운을 좌우하는 '특별결의' 안건 앞에서는 사정이 180도 달라진다. 상법상 정관 변경, 회사 합병 및 해산, 이사 해임 등 중대 의사결정은 출석 주주의 3분의 2(약 66.7%) 이상 동의가 필요하다. 35% 지분을 확보한 이씨가 2대 주주 자격으로 반대표를 던지면 권 CVO의 65% 지분만으로는 안건 통과가 불가능해진다. 대규모 인수합병(M&A)이나 외부 투자 유치, 지배구조 개편 시 전 배우자와의 사전 합의가 절대적인 필수 요건이 된 셈이다. 여기에 이씨가 비상장 주식의 현금화를 목표로 거액의 배당을 압박하거나, 기업공개(IPO)를 요구하며 제3자에게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 등 경영 간섭의 여지도 충분히 열려 있다.

올해 초 스마일게이트는 흩어져 있던 게임 개발과 퍼블리싱 등 핵심 법인들을 통합법인 체제로 전격 재편하며 새로운 도약을 준비 중이었다. 회사의 핵심 영업 자산이 한곳으로 모인 상태에서 불거진 이번 지분 분할 리스크는 장기적인 사업 전략에 뼈아픈 제약이 될 수밖에 없다.

경기 성남에 위치한 스마일게이트 사옥 전경 ⓒ연합뉴스

양측 "판결문 검토 후 결정"…장기전 전망 우세

현재 양측은 항소 여부를 명확히 밝히지 않은 상태다. 권 CVO 측 법률대리인은 "혼인이 파탄에 이르렀다는 재판부의 판단에 대해 아쉬움이 남지만, 위자료 청구가 기각된 부분에 대해서는 피고의 유책 사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이해된다"며 "판결문을 검토하고 추후 의뢰인과 협의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씨 측 법률대리인은 "재판부가 원고의 공동 창업자로서의 기여를 상당 부분 인정한 상황"이라며 "재판부의 판단에 감사하나, 산정 비율은 아쉽다"는 입장을 알렸다. 그러면서 "항소 여부나 추후 계획은 판결문을 수령한 후 정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선 장기전을 예상하는 전망이 우세하다. 14년 만에 '1인 지배 체제'가 흔들리는 초유의 사태를 맞은 권 CVO 입장에서는 35%라는 지분 손실과 의사결정권 분산이 뼈아플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철옹성 같았던 스마일게이트가 '불편한 동거'라는 새로운 지배구조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해 나갈지 게임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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