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기자실 압수수색…30억대 부당이득 의혹
연예기획사 대표 지시 수백곳 특징주 기사 작성 의혹
보도 전 주식 매수 뒤 매도…수억원 차익 정황 포착
언론 윤리와 투자자 보호 위한 내부 통제 강화 시급

주가조작 세력이 현직 기자들을 포섭해 특징주 기사를 내보내고, 기사 공개 전에 관련 주식을 사들여 시세차익을 챙겼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다.
수사 대상에는 금감원을 출입하는 현직 기자도 포함됐다. 언론 보도를 이용한 불공정거래 의혹이 금융감독 당국 내부 취재 공간까지 수사의 무대로 만들면서 자본시장과 언론계 모두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은 9일 오전 금감원 출입기자실과 관련 기자의 자택, 소속 언론사 등을 대상으로 동시다발적인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특사경은 주가조작 세력이 복수의 기자를 섭외해 이들이 작성한 기사를 선행매매에 활용한 정황을 포착하고 강제수사에 나섰다.
수사 대상 기자 가운데 한 명이 금감원 출입기자로 확인되면서 금감원 본원 기자실의 좌석까지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해당 기자가 현장에 없었던 탓에 좌석은 증거 보존을 위해 봉인됐으며 추후 입회 절차를 거쳐 관련 자료 확보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사건에는 연예기획사 대표 등이 기자 4명을 끌어들였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들은 코스닥 상장사와 관련한 특징주 기사를 작성하도록 지시받았으며, 기자들이 기사 공개 전에 관련 종목을 매수한 뒤 보도 이후 주가가 오르면 매도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거둔 혐의를 받고 있다.
수사선상에 오른 기자들이 최근 수년 동안 작성한 특징주 관련 상장사는 300여 곳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부당이득 규모는 3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징주 기사를 이용한 선행매매는 투자자에게 제공되는 정보와 거래 시점 사이의 간극을 악용한다는 점에서 시장 신뢰를 훼손할 우려가 크다.
특정 종목에 대한 긍정적 내용을 담은 기사가 공개되기 전에 관련자들이 주식을 확보하면 일반 투자자는 같은 정보를 접한 뒤 매수에 나설 수밖에 없다.
이후 주가가 상승하면 선매수한 세력이 매도하면서 차익을 얻는 구조여서 정보 접근성의 차이가 고스란히 투자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금감원은 앞서 특징주나 급등주 기사 제목만 보고 투자 결정을 내리는 행위에 주의를 당부한 바 있다.
특히 이번 압수수색은 최근 금융당국이 언론 관련 선행매매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금감원 특사경은 지난 6월에도 전·현직 기자와 공인회계사 등이 연루된 특징주 기사 이용 부정거래 사건 2건에서 피의자 7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당시 두 사건에서 활용된 특징주 기사는 2100여건, 부당이득은 93억1000만원 규모로 파악됐다. 한 현직 기자는 기사 송출 권한을 이용해 약 300건의 기사와 연계된 선행매매를 벌여 7억5000만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았다.
수사기관의 강제수사가 확대되면서 언론사의 내부 통제 체계도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기자 개인의 일탈로만 바라보기에는 기사 작성과 편집, 송출 과정에서 주식 거래 이해충돌을 걸러낼 장치가 충분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기자가 취재 과정에서 얻은 정보와 기사 작성 권한을 개인의 투자에 활용하면 독자의 신뢰를 훼손할 뿐 아니라 시장 참여자 사이의 공정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경제·금융 분야를 담당하는 기자라면 취재 정보와 개인 투자 사이의 경계를 더욱 엄격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
금감원 특사경의 수사 권한이 강화된 점도 주목된다. 지난 4월 관련 규칙 개정으로 특사경은 수사심의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증권선물위원회의 검찰 고발이나 통보 절차 없이 자체 인지수사에 착수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했다. 지난 7월에는 이 권한을 활용한 첫 인지수사 사건으로 매일경제TV 관련 선행매매 의혹에 대한 압수수색도 진행됐다.
이번 수사의 핵심은 압수한 자료와 계좌 거래 내역, 기자와 관련 세력 사이의 연락 기록 등을 종합해 기사 작성과 주식 매매 사이에 조직적인 공모가 있었는지를 규명하는 데 있다. 혐의가 사실로 확인된다면 언론의 정보 생산 기능이 주가조작 수단으로 악용됐다는 점에서 시장에 미치는 충격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반대로 수사 과정에서는 피의자의 혐의가 확정된 것이 아닌 만큼 압수수색 단계의 의혹과 법원의 최종 판단을 구분해 바라볼 필요도 있다. 언론계 역시 이번 사태를 계기로 취재 정보의 사적 이용을 막기 위한 내부 규정과 주식 보유·거래 신고 체계를 보다 촘촘하게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