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내 몸에 ‘숨은 병’이? 건강 불안 파고드는 기능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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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결과는 모두 정상입니다. 건강 상태도 운동선수급으로 좋습니다."
실제 한 의료기관은 일반 검사에서 정상이라는 말을 들었지만 계속 몸이 불편한 사람에게 '기능 의학적 접근으로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 홍보한다.
한 의료기관은 기능 의학 검사를 통해 '질병 발생 전 예방적 치료'를 할 수 있다며 맞춤형 영양제를 함께 소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능 의학 진료 자체보다 검사와 처방의 필요성이 환자에게 충분히 설명되는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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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검사비 60만-상담 50만 원
소변-혈액검사에만 40만 원 지불
정상인에게도 맞춤치료 등 권유… 전문가 “예방 효과 검증이 먼저”

그런데 진료가 끝날 무렵 의사는 영양제 두 종류를 새로 권했다. 이미 여러 영양제를 먹고 있다고 했지만 “성분이 겹쳐도 괜찮다”고 했다. 특별한 질환도, 검사에서 발견된 이상도 없었다. 이유는 하나였다. 피로가 있다고 하니 기능적으로 보완해 주겠다는 것이다.
“검사는 정상인데 피곤하십니까”… 숨은 원인 찾는다는 병원들
30대 A 씨가 서울의 한 ‘기능 의학 병원’을 찾은 것은 온라인 맘카페에서 정보를 접하면서다. 병원에서는 첫 방문 때 상담과 여러 검사를 받으려면 100만∼120만 원 정도가 필요하다고 안내했다.
진료 시간은 약 30분이었다. 의사는 기존 병력, 식사와 수면, 스트레스, 배변, 운동 습관까지 자세하게 물었다. 보통의 외래 진료보다 긴 시간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점은 A 씨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런 진료 방식은 ‘기능 의학’이 강조하는 특징이기도 하다. 기능 의학은 환자의 식생활과 수면, 스트레스, 환경, 유전적 요인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질병의 원인을 찾겠다는 접근법이다. 미국 기능의학연구소(IFM)도 질병의 증상보다는 ‘근본 원인’을 찾아 개인별 치료 전략을 세우는 방식이라고 설명한다.
다만 기능 의학은 내과나 가정의학과처럼 보건복지부가 인정한 전문 진료과목은 아니다. 그럼에도 최근 인터넷에서는 기능 의학을 내세운 의료기관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홍보 방식에는 공통점이 있다. ‘증상이 아닌 근본 원인을 찾는다’ ‘숨겨진 문제를 찾아낸다’ ‘질병이 발생하기 전 기능 이상을 파악한다’는 식이다. 실제 한 의료기관은 일반 검사에서 정상이라는 말을 들었지만 계속 몸이 불편한 사람에게 ‘기능 의학적 접근으로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 홍보한다. 다른 의료기관은 만성피로와 수면 문제, 스트레스, 면역 저하부터 항노화, 운동 능력 향상까지 기능 의학 검사의 대상으로 제시하고 있다. ‘검사에서는 정상인데 어딘가 개운하지 않은 사람’까지 진료 대상으로 끌어들이는 셈이다.

소변·혈액검사에 40만 원… 정상이어도 끝나지 않는 검사와 처방
A 씨는 소변검사와 혈액검사 등을 받고 약 40만 원을 냈다. 그가 알아본 강남권 일부 병원은 기본 검사비만 60만 원가량, 별도 상담료가 50만 원 수준이었다. 검사와 상담에 각종 영양제까지 더하면 첫 방문에 200만 원 가까이 드는 곳도 있다.
기능 의학을 표방하는 의료기관 홈페이지에는 △소변 유기산 검사 △모발 미네랄·중금속 검사 △음식 알레르기 검사 △호르몬·영양 상태 검사 △활성산소·항산화력 검사 등 고가의 검사가 소개돼 있다. 결과에 따라 영양제나 수액, 식이요법 등을 ‘맞춤 치료’로 연결한다는 설명도 흔하다. 한 의료기관은 기능 의학 검사를 통해 ‘질병 발생 전 예방적 치료’를 할 수 있다며 맞춤형 영양제를 함께 소개하고 있다.
문제는 검사를 많이 한다고 반드시 질병을 더 잘 예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건강한 사람에게 검사를 시행하려면 그 검사로 실제 의미 있는 질병이나 위험을 찾아낼 수 있는지, 검사 결과에 따른 치료가 건강 결과를 개선하는지가 뒷받침돼야 한다.
기능 의학 영역에서 활용되는 검사 가운데는 의학계에서 유용성을 인정받지 못한 것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음식에 대한 면역글로불린G(IgG)를 측정해 이른바 ‘음식 과민증’을 찾는 검사다. 미국알레르기천식면역학회(ACAAI)는 음식 특이 IgG가 음식 알레르기나 과민증을 진단한다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며 사용을 권고하지 않는다. 유럽 알레르기임상면역학회(EAACI) 역시 IgG 검사를 음식 알레르기 진단에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모든 기능 의학 검사와 치료가 근거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기존 검사로 진단되지 않는 증상을 충분히 듣고 생활 습관을 점검하는 것 역시 의료의 중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질병이 생기기 전 문제를 찾는다’라는 설명 아래 비급여 검사가 계속 추가되고 그 결과가 다시 영양제나 수액 처방으로 이어진다면 각각의 검사와 치료가 실제로 필요한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A 씨의 경우 검사 결과는 모두 정상이었다. 그런데도 “피로를 기능적으로 보완한다”는 이유로 한 달 치 영양제 두 종류를 권유받았다. 이미 복용하고 있는 제품들과 일부 성분이 겹칠 수 있다고 말했지만 처방은 달라지지 않았다. 식사나 운동, 수면에 대한 개선보다 영양제 복용이 더 강조됐다고 A 씨는 말했다.
‘혹시 내 몸에도 숨은 문제가?’… 건강 불안이 시장이 될 때
기능 의학 병원은 왜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것일까. 정재훈 약사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건강에 대한 불안감이 매우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건강검진에서 정상이라는 결과가 나와도 피곤하거나 잠을 잘 자지 못하고 소화가 되지 않으면 ‘검사에서 발견하지 못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걱정한다는 것이다.
기능 의학은 바로 이 지점에서 매력적인 답을 내놓는다. 검사상 정상으로 끝내지 않고 아직 발견되지 않은 원인이나 불균형을 찾아보자고 제안한다.
30분 이상 자신의 생활 습관을 꼼꼼히 묻고 검사 결과를 자세히 설명해 주는 진료 방식도 환자 입장에서는 만족도가 높을 수 있다. 일반 병의원 진료에서 해결되지 않았던 만성피로나 소화불량 같은 증상이 있는 사람에게는 더욱 그렇다.
문제는 이런 신뢰가 고가의 검사나 영양제 구매로 곧바로 이어질 때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건강에 대한 불안과 더 좋아질 수 있다는 기대를 이용해 구매를 유도하는 일이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의료기관에서 의사가 검사나 제품을 권할 경우 일반적인 영양제 광고보다 소비자가 느끼는 신뢰는 클 수밖에 없다.
예방의학의 목적은 건강한 사람에게 끊임없이 새로운 이상 증상을 찾아내는 것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기능 의학 진료 자체보다 검사와 처방의 필요성이 환자에게 충분히 설명되는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 비급여 검사와 영양제 처방은 검사 목적과 임상적 의미, 기대할 수 있는 효과와 한계를 명확히 안내해야 한다. 환자 역시 예방이나 맞춤 치료라는 설명만으로 검사를 선택하기보다 실제 필요성과 근거를 꼼꼼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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