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전도연·설경구 등 만나 “독립영화 살리는 게 정부 역할”

김윤나영 기자 2026. 9. 8.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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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 작은 나무 죽고 고목만 남을까 걱정”
“독립영화 제작·유통 지원하고 펀드 투자 유치해야”
이재명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생폴드방스 마그 재단에서 국제 영화·영상 정상회의 ‘뤼미에르 서밋’ 개막식 후 열린 영화인과의 대화에서 영화촬영 소품을 들어보이고 있다. 이번 행사는 서밋에 초청받은 한국 감독 및 배우들과의 간담회로 이창동·정주리 감독, 배우 설경구·전도연·김도연 씨, 김민영 넷플릭스 아시아태평양 지역 콘텐츠 총괄 부사장 등이 참석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프랑스에서 한국 영화인들과 만나 “독립 예술 분야의 소재를 발굴하고 작가를 키우고 제작과 유통을 지원하고 국제 경쟁이 가능하도록 펀드도 만들어서 함께 투자를 유치하는 일들을 본격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프랑스를 국빈 방문 중인 이 대통령은 이날 생폴드방스에서 열린 국제 영화·영상 정상회의인 뤼미에르 서밋 직후 ‘K-콘텐츠의 내일을 말하다’를 주제로 연 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간담회에는 이창동·정주리 감독, 전도연·설경구·김도연 배우, 김민영 넷플릭스 아시아태평양 콘텐츠총괄 부사장이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 영화산업이 밑에 풀들, 작은 나무는 다 죽고 큰 고목만 몇 개 남았는데 고목들이 과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있다”며 “많은 풀들과 작은 나무들도 자라 끊임없이 재생하는 든든한 생태계가 있어야 한다”고 비유했다.

이 대통령은 “독립영화나 순수 예술 분야는 많이 소외돼 있고 수많은 종사자들이 생계에 어려움을 겪거나 고통을 겪고 있다”며 “(영화산업이) 겉은 화려하지만 이면에 살짝 들어가면 다 죽어가고 있는데, 이것을 메우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지금부터는 문화 예술 현장에서 일하시는 많은 분들이 상상했던 것 이상의 체감되는 정책을 시행할 것”이라며 “내년 예산에는 청소년 문화예술 바우처를 8000억원 정도 편성해놨다. 제작을 지원하고 수요가 생기면 예술 활동하는 분들의 기회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참석자들에게 정책 건의를 받기도 했다. 이창동 감독은 “겉으로는 화려하게 대단히 풍성한 결과를 보이는 것 같지만 사실 안에는 구조적인 위기가 이미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신작인 <가능한 사랑>이 국내 투자를 받지 못해 넷플릭스 투자를 통해 제작할 수 있었고, 정주리 감독의 신작 <도라>도 프랑스에서 호평을 받았지만 국내 개봉일을 잡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감독은 프랑스의 영화산업 투자 세제지원 제도인 소피카(SOFICA)를 한국에도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프랑스는 영화에 투자하는 민간 자본에 세제 혜택을 주고 이를 통해 독립 영화나 신인 감독의 영화에 투자가 이뤄지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즉석에서 “제가 돌아가서 바로 시작해보라고 하겠다”며 “결과는 나중에 알려드리겠다”고 답했다.

정주리 감독도 “제 두 작품 모두 제작 지원을 받아서 만들었는데 제작 지원을 받지 못하면 만들 수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며 “독립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은 오로지 제작 지원에 기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 감독은 “인공지능(AI) 시대에 영화 창작자들은 생존의 위기라고 느낀다”며 “꼭 한번 더 이런 자리를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정주리 감독님, 진짜 한번 따로 봐요”라고 화답했다.

이 대통령은 행사가 끝난 뒤 전도연, 김도연 배우와 셀프카메라를 찍으면서 “제 아내가 꼭 찍어오라고 해서”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진 영화·영상 관련 라운드테이블 행사에서 “가장 로컬한 고유성이 곧 가장 글로벌한 경쟁력이 되는 시대”라며 “글로벌 자본과 유통망이 로컬의 잠재력 있는 이야기와 결합할 때 지역의 제작 생태계가 활력을 얻고, 그것이 다시 글로벌 플랫폼의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단단한 선순환 파트너십이 구축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행사에는 넷플릭스, 미국영화협회(MPA), CJ ENM, 네이버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찰스 리프킨 미국영화협회 회장을 만나서는 “대한민국에서 작품을 만들고 소재를 발굴하는 분야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며 “엄청난 제작비 때문에 제작이 어려운 일도 대한민국에는 없다”고 말했다.

니스 |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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