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은 호르무즈 파병 경고, 미국은 압박.. 韓 '결단'은 어디로

홍성민 2026. 9. 7.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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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은 파병을 침략 지원 규정하며 한국에 강력 경고
미국은 군사 자산 투입 요구하며 한국에 압박 수위 높여
정부는 전투 배제한 해상 감시·구조 방안 검토에 착수
동맹과 외교 사이 한국의 안보·경제 부담 갈수록 커져

[지데일리]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한국을 정면으로 겨누고 있다. 

이란이 한국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침략 지원으로 규정하며 강력 경고한 가운데 미국도 군사 자산 투입을 압박하고 있다. 정부는 전투 임무를 제외한 해상 감시·구조 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픽사베이

이란은 한국이 군사력을 보내면 미국의 침략을 돕는 행위로 간주하겠다는 강력한 경고를 내놨고, 미국은 한국의 군사적 기여를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중동의 군사적 충돌이 한국의 외교·안보 선택지까지 좁히는 형국이다.

이란 외무부는 한국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 가능성에 대해 수위 높은 경고를 제시했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국어로 글을 올려 한국과 이란의 관계가 상호 존중을 토대로 유지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미국의 압박에 굴복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특히 한국이 호르무즈 해협에 군사력을 주둔시키거나 관련 작전에 참여할 경우 침략 가해자를 직접 지원하는 것으로 간주할 수 있으며 심각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에너지 공급망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이란과 오만 사이에 자리한 좁은 해상 통로로, 중동에서 생산된 원유와 액화천연가스 등이 세계 각지로 이동하는 주요 길목이다. 

한국 역시 중동산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국가인 만큼 해협의 항행 안전과 원유 수송 안정성은 국가 경제와 직결된 문제다. 해협에서 군사적 충돌이 확대되거나 선박 운항이 위축되면 국제 유가와 해상 운임이 동시에 출렁일 가능성이 크고, 이는 국내 물가와 제조업 원가에도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의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미국 측은 한국이 중동산 원유의 주요 수입국이라는 점을 들어 호르무즈 해협의 안정과 항행 자유를 위해 자원을 투입할 필요가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한국의 역내 군사 자산 투입을 기다리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았고, 트럼프 대통령 역시 한국을 이란 전쟁 지원을 거부하는 국가로 거론하며 압박 강도를 높였다.

한국 입장에서는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한미 안보 협력은 한반도 방위의 핵심 축인 만큼 미국이 요구하는 역할을 어느 정도 수용할지 여부는 향후 양국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중동 정세가 장기화되고 미국이 동맹국의 역할 확대를 요구하는 상황에서는 한국의 선택이 향후 다른 국제 분쟁에서 동맹국에 요구받게 될 역할의 기준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란과의 관계 역시 외면하기 어렵다. 한국과 이란은 경제 교류를 이어온 국가이며, 중동 지역에서 한국 기업과 국민의 안전도 고려해야 할 요소다. 호르무즈 해협에 한국 군사력이 투입될 경우 이란과의 외교 관계가 악화될 가능성이 있고, 중동 지역에 체류하는 한국 국민과 기업의 안전 문제가 새로운 부담으로 부상할 수 있다.

정부는 현재 전투 임무를 배제한 비전투 자산 투입 방안을 중심으로 여러 선택지를 검토하고 있다. 해상 감시와 구조 활동, 항행 안전 지원 등 국제사회의 해상 안전 확보 노력에 참여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는 미국의 요구에 일정 부분 호응하면서도 한국군이 직접적인 전투 작전에 관여하는 상황을 피하려는 접근으로 풀이된다.

군수지원함인 소양함 투입 여부도 검토 대상에 올랐지만 승조원 규모와 함정의 노후도 등을 고려해 우선순위가 낮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함정 투입에는 병력과 장비의 안전뿐 아니라 장기간 작전 수행에 필요한 정비와 보급 능력까지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특히 전쟁 위험이 높은 지역에 군사 자산을 보내는 만큼 작전 목적과 철수 조건, 교전 상황에서의 대응 기준을 명확히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장 큰 문제는 한국이 어느 한쪽의 요구만으로 움직이기 어려운 구조에 놓였다는 점이다. 미국의 요구를 지나치게 수용하면 이란과의 외교적 충돌 가능성이 커지고, 반대로 미국의 요청을 거부하면 한미 동맹 차원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여기에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 해상 물류, 국내 산업계의 비용 부담까지 얽혀 있어 외교와 안보뿐 아니라 경제적 판단도 동시에 요구된다.

파병 논의에서 더욱 신중하게 살펴야 할 부분은 군사적 참여의 범위다. 비전투 임무라는 명분을 내세우더라도 분쟁 지역에서 군사 자산을 운용하는 순간 위험은 발생할 수 있다. 항행 지원이나 구조 활동 과정에서 교전 당사자와 우발적으로 충돌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한국군 장병의 안전과 국민의 생명·재산 보호를 최우선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국회와 국민을 대상으로 한 충분한 설명도 필요하다. 해외 군사 활동은 막대한 예산과 병력 운용이 수반되는 만큼 정부가 어떤 목적과 기준으로 참여를 검토하는지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특히 작전 범위와 지휘 체계, 임무 기간, 유사시 대응 원칙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사회적 논란을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갈등은 한국 외교의 균형 감각을 시험하는 무대가 되고 있다. 미국과의 동맹을 고려하면서도 이란과의 충돌을 피하고, 에너지 수급과 국민 안전까지 함께 지켜야 하는 복합적인 과제가 놓여 있다. 정부가 서둘러 결론을 내리기보다 국제법과 국가 이익, 장병 안전을 기준으로 참여 수준을 세밀하게 따져야 한다는 지적이 커지는 배경이다. 

중동의 긴장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파병 여부 자체보다 위기 상황에서 한국이 어떤 원칙으로 대응할지에 대한 전략을 먼저 세우는 일이 중요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