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반색한 독일 AfD 약진… '극우 방화벽' 버텨낼까

임병선 에디터 2026. 9. 7.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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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동독 작센안할트 주의회 선거 44% 득표할 듯
단독 과반 안되지만 5년 전보다 23%P 끌어올려
집권 기독민주당 연합은 20%P 빠진 18.5% 그쳐
종전 후 처음으로 극우 지방정부 들어설지 주목
기성 정당들 "극우 집권만은 막는다" 방화벽 구축
유권자들 "카리스마 넘치는 35세 지크문트 믿음"
AfD에 공감하던 트럼프, 말 없이 개표 결과 공유
푸틴 특사도 반겨, 폴란드 총리 "바보들만 좋아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독일 동부 작센안할트주에서 치러진 주의회 선거에서 극우 성향 독일대안당(AfD)이 과반에 약간 못 미치는 득표를 하게 될 것으로 예측되는 초기 개표 결과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공유했다. AfD가 5년 전보다 득표율을 곱절 이상 끌어 올리며 압도적인 제1당에 올라설 것이 거의 확실시되자 전후 처음으로 극우 지방정부 출현 가능성이 점쳐졌다. 이에 따라 기성 정당들이 연대해 구축했던 'AfD 방화벽'이 다시 시험에 직면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작센안할트 주의회 선거 개표 결과를 나타낸 그래프를 공유했다. 해당 자료는 독일시간 오후 7시 57분 기준 개표 상황을 담고 있는데, 평소 말 많던 트럼프 대통령이 별도의 설명이나 논평을 달지 않고 그래프만 올린 점이 눈길을 끌었다. 

개표가 거의 마무리된 가운데 AfD의 승리는 분명해졌다. 공영방송 ZDF의 6일 오후 11시 22분(한국시간 7일 오전 6시 22분) 기준 집계에 따르면 AfD는 득표율 44.4%로 주의회 의석 83석 중 과반에 약간 못 미친 39석을 확보했다. 기독민주연합(CDU)는 득표율 17.2%, 의석 15석으로 밀려났다. 중도좌파 독일사회민주당(SPD), 녹색당, 좌파당 등 좌파 정당들이 각각 득표율 9.1%, 8.9%, 8.6%로 당별로 8석씩을 얻었고, 극좌 포퓰리즘 정당 자라바겐크네히트동맹(BSW)이 득표율 5.2%로 5석을 차지했다.

한때 BSW가 원내 진입에 필요한 5%를 넘길지가 불투명했는데 그 선을 넘겨 Afd와 BSW가 손 잡아 과반을 안 넘긴 상태에서 소수 연립정부를 구성하거나 다른 당에서 의원 3명 이상을 빼오면 과반 지지로 연정을 구성할 수 있게 된다. 두 방법이 실현되지 않더라도, 주 헌법상 AfD의 총리 후보인 울리히 지그문트(35)가 총리가 되고 소수정부를 수립할 수 있는 길이 없지는 않다고 연합뉴스는 봤다. 총리 선출 투표에서 기권하는 등 소극적인 방식으로 AfD에 사실상 협조하는 다른 당 의원들이 많아진다면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했다.

이 시점 투표율은 76.0%로 2021년보다 15%포인트 이상 높았다. AfD의 약진은 특히 두드러져 2021년 이 주의회 선거에서 20.8%를 득표했던 AfD는 이번 선거에서 약 23%포인트 이상 득표율을 끌어올렸다.

정반대로 2021년 37.1%를 얻으며 압도적인 제1당이었던 CDU는 이번 선거에서 17%대로 내려앉아 5년 사이 지지율이 약 20%포인트 빠졌다. 2002년 이후 계속 주 정부를 이끌어 온 CDU의 이번 패배는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 집권 보수진영에 엄청난 정치적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독일의 지방정부는 치안, 지역 교육, 문화에 대한 권한을 갖게 된다. 나치가 패망한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극우 지방정부가 들어선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이날 선거 결과는 독일 정치권에 상당한 심리적 충격파를 남겼다. 주요 TV 채널 다스 에르스테는 선거 결과가 의미하는 바에 집중하기 위해 전설적인 범죄 드라마 '타토르트' 편성을 취소할 정도였다고 BBC는 전했다.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 지지자들이 6일(현지시간) 작센안할트주 마그데부르크에서 주의회 선거 투표가 종료된 뒤 출구 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환호하고 있다. 2026.9.6 로이터 연합뉴스

AfD가 압승했다지만 단독 과반을 얻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돼 실제로 주 정부를 연립으로 꾸릴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독일 공영방송 등의 의석 전망에서는 AfD가 전체 83석 가운데 약 39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단독 과반에 3석가량 모자란다.

이에 따라 연립정부를 구성해야 하는데 주요 정당들이 AfD와의 연정을 거부하는 이른바 '방화벽' 원칙을 유지하고 있어서 쉽지 않은 일이다. CDU를 비롯한 독일 주류 정당들은 극우 정당과 협력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해 왔다. 작센안할트주의 AfD 조직은 현지 국내 정보기관으로부터 극우주의 단체로 분류돼 있어 AfD 측은 이에 반발하고 있다.

카리스마 넘치는 젊은 지도자 지크문트는 초기 개표 결과에 대해 "우리는 역사를 썼다"며 유권자들이 "이대로 계속 갈 수 없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번 선거 결과가 작센안할트뿐 아니라 수도 베를린의 연방정부를 향한 메시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선거에서는 메르츠 연방정부에 대한 불만도 AfD의 지지 확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로이터에 따르면 ARD 조사에서 작센안할트 유권자의 87%가 연방정부에 불만을 나타냈다. 경기 부진과 이민 문제, 에너지 정책, 우크라이나 지원과 러시아 관계 등을 둘러싼 갈등도 표심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AfD는 특히 옛 동독 지역에서 강세를 보인다. 작센안할트 역시 과거 동독에 속했던 지역으로 인구는 약 210만명이다. 최근 전국 단위 여론조사에서도 AfD가 보수연합을 앞서는 조사 결과가 나오는 등 지방선거의 돌풍이 연방 정치로 확산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로이터가 인용한 최근 INSA 조사에서는 AfD 지지율이 28%, 보수진영은 20%로 나타났다.

AfD는 공산주의 동독에 대한 향수와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수십 년이 지난 서방과의 빈부 격차가 벌어진 것을 집요하게 비판해 왔다. 반항적라고 여겨질 정도인 "동독 출신의 자긍심"을 강조하며 지그문트는 상징적인 지역 자전거 심손(Simson)을 타고 투표소까지 가는 모습이 자주 목격됐다.
알리스 라이델(왼쪽) AfD 공동대표와 작센안할트주 총리가 유력한 울리히 지크문트가 6일(현지시간) 치러진 주 의회 선거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크게 기뻐하고 있다. 2026.9.7 로이터 연합뉴스 

지그문트는 AfD의 친근한 간판으로 여겨지는데 그의 선거 공약은 급진적이다. 특히, 취임 첫날부터 불법 이민자들을 대상으로 "재이주 및 추방 공세"를 펼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이 당은 미국과 서유럽 등에서 일고 있는 "깨어있는" 사상에 반대하는 정책으로 공립학교의 성 소수자(LGBTQ) 프라이드 무지개 깃발을 독일 표준 깃발로 교체하고, 역사 교육에서 히틀러의 제3제국에 대한 강조를 줄이겠다는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여기에다 이주 노동자를 대체하기 위해 AfD는 해외 거주 독일인들을 다시 불러들이는 한편, 인구 210만 명의 작은 주에서 감소하는 인구를 되돌리기 위해 가족들에게 "출산 보조금"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독일경제연구소는 AfD의 이민 정책이 외국인 노동자, 특히 의료 부문에 크게 의존하는 작센안할트 주에 "파괴적"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각에서는 AfD가 운영하는 주 안보 기구가 러시아에 민감한 정보를 유출할 수 있으며, 모스크바가 이를 독일에 불리하게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튀링겐 주 내무장관 게오르크 마이어는 일간지 한델스블라트와의 인터뷰를 통해 "크렘린은 AfD가 푸틴에게 독일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도구라는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도인 마그데부르크의 AfD 지지자들은 지크문트가 유권자들을 설득하는 데 성공한 점을 칭찬했다.올리라는 남성은 "이 사람은 우리에게 아무도 줄 수 없는 것을 준다"며 "어떤 정부든 다들 나아질 것이라고 약속만 하는데 이 정당은 정말로 노동자들을 위한 당이다. 이것이 독일의 대안"이라고 BBC 기자에게 털어놓았다.

AfD 지지자 버트는 동쪽 사람들이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가족을 위해 상황이 개선되어야 한다. 내게는 세 아이가 있다. 나는 두렵다. 정말로 안전이 점점 더 무너질까봐 두렵다"고 말했다.

AfD의 이민 반대와 인종차별 정책 정강에 공감해서일까? 트럼프 대통령과 주변 인사들은 그동안 AfD를 둘러싼 독일 정치에 깊은 관심을 갖고 지원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왔다. 지난해 2월 독일 연방의회 총선을 앞두고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뮌헨안보회의 연설에서 독일 주류 정당들이 AfD와 협력하지 않는 '방화벽' 정책을 사실상 비판했다. 밴스는 "민주주의는 국민의 목소리가 중요하다는 신성한 원칙에 기초한다"며 "방화벽이 들어설 자리는 없다"고 말했다. 밴스 부통령은 그 뒤 AfD 공동대표 알리스 바이델을 직접 만나 우크라이나 전쟁과 독일 국내 정치, 표현의 자유 문제 등을 논의하기도 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으로서 정부 조직 혁신을 맡는 부서를 책임졌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영상 연설을 통해 AfD를 지원했고, 바이델 공동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호를 본떠 "독일을 다시 위대하게"라고 화답한 것도 화제를 낳았다.

BBC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특사 키릴 드미트리예프는 트럼프의 게시물을 스크린샷하며 "실용적인 AfD의 역사적인 승리"를 찬양했다. 드미트리예프는 이전에 친러시아 셩향의 AfD를 "희망과 이성, 협력, 진실, 희망의 정당"이라고 치켜세운 적이 있다.

폴란드 중도우파 총리 도널드 투스크는 결과를 매우 다르게 봐 "폴란드에서는 오직 바보와 배신자만이 AfD의 승리를 기뻐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byeongseon1610@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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