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의 그라운드] '준우승만 역대 최다 9번' 최예림 첫 우승에 달려온 최혜진…'절친의 좋은 기운' LPGA까지 이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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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림(휴온스)이 그토록 기다렸던 첫 우승을 확정한 6일 경기 포천 아도니스 컨트리클럽 18번 그린.
대회 출전 선수도 아닌 최혜진은 동갑내기 절친 최예림의 우승을 축하하기 위해 현장을 찾았습니다.
최예림은 첫 승 뒤 "지난 9년 동안 꾸준하게 잘 치는 선수였는데 이제는 우승을 많이 하는 선수로 한번 바꿔볼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고 했습니다.
최예림에게서 받은 좋은 기운이 이번에는 최혜진의 기다리던 LPGA 첫 우승으로 이어질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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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대표 시절부터 앞서 달린 최혜진…KLPGA 3년 연속 대상 찍고 미국 진출
- LPGA 통산 톱10 33차례에도 아직 무승…최예림의 긴 기다림 끝 우승이 자극될까

최예림(휴온스)이 그토록 기다렸던 첫 우승을 확정한 6일 경기 포천 아도니스 컨트리클럽 18번 그린. 동료들의 축하 물세례가 쏟아지는 가운데 반가운 얼굴이 눈에 띄었습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뛰고 있는 최혜진이었습니다.
대회 출전 선수도 아닌 최혜진은 동갑내기 절친 최예림의 우승을 축하하기 위해 현장을 찾았습니다. 11~13일 네덜란드에서 열리는 미국과 유럽의 여자골프 대항전 솔하임컵을 앞두고 LPGA 정규투어 대회가 없는 기간을 이용해 일시 귀국해 있던 참이었습니다.
최예림과 최혜진은 나란히 1999년생입니다. 같은 세대에서 함께 골프를 하며 자랐지만 정상에 오르는 속도는 달랐습니다.
먼저 앞서 달린 쪽은 최혜진이었습니다. 최혜진은 2014년부터 2017년까지 4년 연속 국가대표로 뛰며 한국 여자골프를 대표하는 아마추어 유망주로 성장했습니다. 2017년에는 아마추어 신분으로 KLPGA 투어 초정탄산수 용평리조트 오픈과 보그너 MBN 여자오픈을 잇달아 제패했습니다. 같은 해 US여자오픈에서는 준우승을 차지하며 세계 무대에도 이름을 알렸습니다.
프로가 된 뒤에도 곧바로 KLPGA의 간판이 됐습니다. 2018년 신인상과 대상을 동시에 받았고 2020년까지 3년 연속 대상을 차지했습니다. 2019년에는 대상, 상금왕, 다승왕, 최저타수상 등을 포함해 6관왕에 올랐습니다. 프로 전향 후 KLPGA 정규투어 9승을 기록했고, 2017년 아마추어 신분으로 거둔 2승까지 더하면 KLPGA 투어 대회에서 모두 11차례 정상에 섰습니다.

최예림의 길은 달랐습니다. 꾸준히 상위권에 들었지만 좀처럼 마지막 한 고비를 넘지 못했습니다. 첫 우승을 하기 전 준우승만 9차례로 KLPGA 역대 최다였습니다. 연장전에 세 차례 나갔지만 모두 패했습니다.
그러다 6일 OK저축은행 읏맨 오픈에서 최종 합계 10언더파 206타로 임희정을 1타 차로 제치면서 239번째 정규투어 출전 만에 마침내 첫 우승컵을 들었습니다.
오랜 실패 경험은 마지막 고비에서 오히려 약이 됐습니다. 최예림은 "계속 우승권에 있을 때 '2등을 9번 했는데 10번 한다고 뭐가 달라지나'라는 생각을 했는데 그런 생각도 도움이 많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세 차례 연장 패배를 겪으면서도 "나도 충분히 우승할 수 있는 선수"라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습니다.
두 사람 곁에는 이가영과 이소미 등 같은 1999년생 동료들도 있습니다. 필드에서는 치열하게 경쟁하지만 오랫동안 함께 성장한 이들은 코스 밖에서는 서로의 경기를 챙기고 우승을 함께 기뻐하는 가까운 사이입니다.
선수들의 모습을 오랫동안 카메라에 담아온 박태성 작가는 "최예림과 최혜진뿐 아니라 이가영, 이소미 등 99년생들이 똘똘 잘 뭉칩니다"라고 전했습니다.

최혜진의 마음 씀씀이는 우승 현장에서 한 번 더 드러났습니다. 최예림이 평소 좋아하는 케이크를 경기 성남에서 직접 사 와 꽃다발과 함께 건넸습니다. 239번째 대회에서야 첫 우승을 이룬 친구의 기다림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그래서 이날 최예림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은 최혜진의 모습에는 또 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이제 최혜진 자신에게도 풀어야 할 '첫 우승' 숙제가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최혜진은 2022년 LPGA 투어에 진출한 뒤 꾸준히 상위권을 지켰지만 아직 우승은 없습니다. LPGA 공식 기록으로 통산 톱10은 33차례, 톱25는 77차례이며 통산 상금은 720만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2026시즌에도 톱10에 4차례 들고 100만 달러가 넘는 상금을 벌었지만 첫 우승컵은 아직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때 최예림보다 훨씬 앞서 있던 최혜진입니다. 아마추어 국가대표 시절에는 한국 여자골프의 선두주자였고 KLPGA에서는 신인상과 3년 연속 대상을 차지한 간판이었습니다. 하지만 미국 무대로 옮긴 뒤에는 '꾸준히 잘하지만 우승이 없는 선수'라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 최예림에게 따라다녔던 수식어와 묘하게 겹칩니다.
최예림은 첫 승 뒤 "지난 9년 동안 꾸준하게 잘 치는 선수였는데 이제는 우승을 많이 하는 선수로 한번 바꿔볼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고 했습니다. 앞으로의 목표를 묻자 "10승. 10승 하고 싶다"고 답했습니다.

이번 대회에서는 OK금융그룹이 육성해온 골프장학생들도 선전했습니다. 2위 임희정은 OK골프장학생 2기, 3위 김민솔은 6기 출신입니다. OK배정장학재단은 올해 11기까지 모두 32명의 골프장학생을 배출했습니다. 최윤 OK금융그룹 회장은 최근 장학생들에게 "각자의 길을 걷는 모든 장학생이 더 멀리, 더 오래 달릴 수 있도록 흔들림 없이 함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골프에서는 아무리 가까운 친구라도 대신 마지막 퍼트를 넣어줄 수 없습니다. 우승컵도 나눠 들 수 없습니다. 그래도 긴 시간을 함께 보낸 친구가 먼저 벽을 넘어서는 모습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는 경험은 또 다른 힘이 될 수 있습니다.
아마추어와 KLPGA 시절에는 최혜진이 먼저 달렸습니다. 이번에는 아홉 번의 준우승을 견딘 최예림이 239번째 도전에서 자신의 벽을 먼저 넘었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친구를 축하하며 웃었던 최혜진은 솔하임컵 휴식기가 끝나면 다시 미국 무대로 향합니다. 최예림에게서 받은 좋은 기운이 이번에는 최혜진의 기다리던 LPGA 첫 우승으로 이어질지 궁금해집니다.

김종석 채널A 부국장(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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