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한 사랑’ 베니스영화제 입성…설경구 “초심으로 돌아가는 ‘이창동 매직’ 경험해”

“<버닝> 이후 8년이 지났습니다. 그간 우리의 삶 자체가 급격히 변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이 있었고, 사람들이 극장에 오지 못하는 기간이 있었습니다. 이번 영화에는 인간 관계가 본질적으로 변하는 시대에 관한 고민과 질문이 담겨 있습니다.”
영화 <가능한 사랑>으로 제83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이창동 감독이 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 리도섬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말했다. 이 감독은 주연 배우 전도연, 설경구, 조여정, 조인성과 함께 영화제를 찾았다. <가능한 사랑>은 이날 오후 리도섬 팔라초 델 치네마의 살라 그란데에서 처음으로 공식 상영된다.
<가능한 사랑>은 총파업과 강제 진압 현장에서의 일로 후유증을 겪고 있는 해고노동자 ‘호석’(설경구)과 그의 아내 ‘미옥’(전도연)이 그들을 촬영하고 싶어하는 다큐멘터리 감독 ‘예지’(조여정)와 그의 부자 남편 ‘상우’(조인성)와 관계를 맺으며 벌어지는 일을 담는다.
2009년 쌍용차 노동자 집단해고 및 폭력 진압 사태가 연상되는 건 필연적이다. 이 감독은 10여년 전부터 해고노동자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를 고민했지만, “극 영화로 만들어야 할 이유를 확신하지 못해” 접었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감독은 극중 다큐멘터리 감독 예지가 “‘나’의 정체성과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작가로 소설을 쓰던 젊은 날부터 노동자든 소수자든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는 학생이든, 내가 다루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면서 ‘내가 얼마나 그들과 가까이 있나’ ‘얼마나 그들의 입장에서 글을 쓰고 있나’를 질문해 왔다”며 “영화를 만드는 이 시점에도 그 질문이 저를 떠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배우들은 <가능한 사랑> 촬영 현장에서 강한 동료애를 느꼈다고 입을 모았다. <박하사탕>(2000)과 <오아시스>(2002) 이후 이 감독과 24년 만에 작품을 선보이는 배우 설경구는 “예전에는 현장이 무거웠었는데, 나머지 배우들 덕분에 이창동 감독님 현장과 안 어울리게도 즐거웠다”고 말했다. 그는 “시간이 지난 후 <박하사탕> 때의 긴장감이나 압박이 많이 그리웠었다”며 “(다시 이 감독과 함께하며) 저도 모르게 초심으로 돌아가는 저를 발견했다. 이창동 매직이다”라고 말했다.

배우 전도연은 “<밀양>(2007)으로 경험했기 때문에 ‘생각을 비우고 열린 마음으로 현장을 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며 “제 욕심일지 모르겠지만, 작게라도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고 했다.
배우 조여정과 조인성은 이번 작품에서 이 감독과 처음으로 합을 맞췄다. 조여정은 “배우로서 이창동 감독님의 영화를 할 수 있을 줄 몰랐다. 상상도 못할 정도로 기뻤다”며 “영화를 만드는 입장의 인물을 연기하는 것이 새로운 경험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조인성은 “이 현장을 그리워할 것 같다는 마음이 들 정도로 잔향이 깊은 영화였다”고 했다.
<가능한 사랑>을 포함한 21개 영화는 베니스국제영화제 최우수 작품상인 황금사자상을 놓고 경합한다. 12일 열리는 폐막식에서 수상자가 발표된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609031639001#ENT
https://www.khan.co.kr/article/202608251623021#ENT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국정원 “김정은 방중 때 북·미대화 의중 전한 듯···APEC 전후 국면 전환 가능성 열어둬”
- “30만원어치 안 사면 육지로 못 나가”···울릉군, ‘감금·강매’ 영상에 법적 대응
- 오세훈 “국민 상대적 박탈감 느끼지 않게 다문화 가족 지원제도 전면 재검토”
- “미쉐린 별보다 단골손님이 중요했다”···‘덕죽적 사고’ 후덕죽 셰프의 58년 철학
- 투표함 반출 뒤 봉쇄 시위대 ‘갈팡질팡’···다음 장소로 교대역, 서초동, 과천 등 물망에
- 완성까지 최대 100년···해인사, 800년 만에 팔만대장경 새로 새긴다
- ‘용산공원 개발’ 위한 오세훈 설득 사실상 포기했나···국토장관 “일단 논외”
- [속보] 27조 체코 원전 수주한 ‘팀코리아’ 갈라섰다…한수원, 시공계약 협상 결렬
- [속보]특검, 윤석열 ‘내란 우두머리’ 2심도 사형 구형…“국민이 막은 내란, 감형 이유 안돼”
- 영국·프랑스·일본 “3일치 비상식량 쌓아두라” 전쟁 임박?···생필품 준비 권고하는 주요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