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연준 금리인하 안하면 미국이 적자 보는 나라와는 무역 중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않으면 미국이 무역적자를 보는 국가들과 교역을 중단하겠다고 위협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미국의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긍정적으로 나오면서 고용 호조로 금리 인상 가능성에 힘이 실리자 대미흑자국과의 교역 중단이라는 극단적 조치까지 거론하며 연준에 노골적으로 금리 인하를 압박한 셈이다. 미국이 무역적자를 보는 나라로 캐나다, 멕시코와 함께 유럽연합(EU)을 거론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훌륭한 고용지표가 방금 발표됐다”고 쓴 뒤 미국의 신용도가 강해졌으니 세계 최저 수준으로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금리를 내리지 않으면 우리가 적자를 보고 있는 국가들과 무역을 중단할 것”이라면서 “연방대법원은 어리석고 값비싼 관세 판결에서 ‘대통령이 그렇게 할 절대적 권한이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게 관세보다 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게시물에서는 미국이 무역적자를 보고 있는 국가를 구체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어떤 나라들은 금리가 0.5%인데 우리는 4%”라며 “우리는 (금리가) 1%나 0.5%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가 캐나다와 무역을 전혀 하지 않으면 우리는 연간 900억 달러를 절약할 수 있다”면서 “우리는 EU에 연간 2000억 달러의 손실을 보고 있다. 그들과 무역을 하지 않으면 잃을 것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는 멕시코에 연간 1950억 달러의 손실을 보고 있다”며 미국을 제대로 대우하지 않는 국가와는 교역을 중단하면 된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 교역 중단을 염두에 두고 발언한 것인지, 아니면 15∼1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고용 호조로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연준에 압박 수위를 높이는 차원인지는 불분명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도 같은 주장을 이어간 점을 보면 ‘교역 중단’ 카드를 즉흥적으로 제시한 것만은 아닐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 CNBC 방송은 “말 그대로 받아들이면 적자를 보는 국가와 교역을 중단하겠다는 위협은 극단적”이라며 “미국은 주요 교역국을 포함해 수십개국에서 무역적자를 크게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CNBC는 트럼프 대통령이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을 임명한 이후 한동안 자제했던 연준에 대한 압박을 재개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정 국가와 교역을 중단하면 그만큼 무역적자를 줄여 절약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미국도 물가 상승은 물론 상대국의 보복 조치에 따른 경제적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교역 중단을) 실행에 옮긴다면 경제에 큰 타격이 될 강력한 최후통첩”이라고 평가했다.
지난달 미국 고용지표는 예상을 크게 웃돌았다. 비농업 일자리가 전월 대비 16만2000명 증가했는데 이는 최근 5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이다.
고용 증가세가 예상보다 강하게 나타나면서 시장에서는 연준이 이달 금리를 인상할 것이란 전망이 한층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롬 파월 전 연준 의장 임기 중에도 줄곧 금리 인하를 요구하며 연준의 독립성을 위협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워시 의장 취임 직후에는 연준의 독립성을 인정하는 듯한 태도를 취했지만, 최근 들어 다시 금리 인하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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