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사탕수수밭에 들어서는 'K-스틸' 전초기지…현대제철 美 첫 공장 가보니

이나경 2026. 9. 5.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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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2.5배 부지에 8조 투자...2029년 가동
1300명 직접 고용·지역 일자리 5400개 창출
미시시피강·철도·에너지 갖춘 최적 입지
현대제철·포스코, 저탄소 고급강 기술 시너지
현대제철-포스코 루이지애나 전기로 제철소 부지 전경 [사진=현대제철]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에서 차를 타고 약 한 시간을 달리자 도심의 풍경이 사라지고 도로 양옆으로 드넓은 사탕수수밭이 펼쳐졌다. 다시 비포장도로를 따라 안쪽으로 들어가자, 사탕수수를 걷어낸 광활한 부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4일(현지시간) 기자가 찾은 이곳은 현대제철이 총 58억 달러(약 8조원)를 투자해 짓는 'HPLS 전기로 제철소'가 들어설 예정이다. 이날 찾은 HPLS 전기로 제철소 부지는 아직 제철소라는 말을 떠올리기 어려울 정도로 황량했다.

하지만 오는 2029년이면 이곳의 풍경은 완전히 달라진다. 현대제철과 포스코가 함께 짓는 HPLS 전기로 제철소가 들어서면 연간 270만t의 철강재를 생산하게 된다. HPLS는 미국 최초 전기로 기반 자동차강판 전용 일관제철소로, 직접환원공정(DRP)과 전기로(EAF)를 결합해 기존 고로 방식 대비 탄소 배출을 70% 이상 낮추는 것이 특징이다.

지역사회가 거는 기대도 크다. 제철소가 본격 가동되면 1300명 이상의 직접 고용을 비롯해 건설과 연관 산업에서 약 5400개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기대된다. 사탕수수밭이 펼쳐진 도널슨빌 일대에 대규모 제조업 일자리가 새롭게 생겨나는 셈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이날 미국 루이지애나주 도널슨빌에서 열린 HPLS 전기로 제철소 기공식에서 "HPLS는 단순한 시설 투자가 아닌 도널슨빌과 루이지애나 주민에 대한 투자이자 지역사회의 미래와 경제에 대한 투자"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곳에서 생산되는 철강은 차세대 모빌리티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발전시설 등 미국 주요 산업의 기반을 뒷받침할 것"이라며 "미국이 제조업 리더십을 강화하는 데 철강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시시피강·철도 갖춘 물류 요충지...통상 리스크 완화도

HPLS는 현대제철이 미국에 처음 짓는 연산 270만t 규모의 제철소다. 현대제철이 50%, 포스코가 20%, 현대차와 기아가 각각 15%의 지분을 투자한다. 2029년 양산에 들어가면 연간 180만t의 자동차용 강판과 90만t의 일반용 강재를 생산할 예정이다. 

직접환원철(DRI)과 전기로를 결합한 저탄소 공정을 통해 자동차용 고급강을 생산하고 현대차그룹뿐 아니라 미국 내 다른 완성차 업체에도 공급할 계획이다.

제철소가 루이지애나에 들어서게 된 데는 지리적 이점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실제 부지 인근에는 미국을 남북으로 관통하는 미시시피강이 흐르고 철도망도 갖춰져 있어 원료 반입과 제품 운송에 유리하다. 또 수심이 깊어 바지선과 대형 선박을 활용할 수 있고 철도를 이용하면 미국 내륙으로 제품을 운송하기도 수월하다.

현지 생산에 따른 관세 부담 완화 효과도 기대된다. HPLS를 통해 현지 철강 생산이 가능해지면 미국 관세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내 풍부한 철강 수요도 경쟁력으로 꼽힌다. 미국은 연간 약 2000만t의 철강을 수입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약 1000만t 규모의 수요를 HPLS가 공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선 경쟁자, 美선 동맹…현대제철·포스코 '맞손'
4일 미국 루이지애나주 도널슨빌에서 열린 HPLS 전기로 제철소 기공식에 참석한 주요 인사들이 공장 건설을 알리는 첫 삽을 뜨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 제프 랜드리 루이지애나 주지사,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트로이 카터 연방 하원의원,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윌리엄 키밋 상무부 국제무역담당 차관, 이보룡 현대제철 사장 [사진=현대차그룹]
이번 프로젝트는 국내 철강업계 1·2위인 현대제철과 포스코가 미국 시장에서 손을 잡았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국내에서는 경쟁해온 두 회사가 글로벌 시장에서는 기술과 자본을 결합해 저탄소 고급강 시장을 함께 공략하는 것이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은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국내에서는 경쟁자의 입장이지만 글로벌로 보면 둘 다 한국 기업"이라며 "글로벌 시장에서 서로 협력해 전 세계에서 우리 기업의 위상을 높이는 데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양사는 전기로를 기반으로 탄소 배출을 낮추면서 자동차용 최고급 강판을 생산하는 기술적 도전에도 함께 나선다.

장 회장은 "DRI와 전기로를 통해 나온 강재를 자동차에 사용되는 최고급 강재로 만들기 위해서는 포스코가 보유한 수소환원제철 기술과 자동차강판 기술이 필요하다"며 "현대제철과 협력하면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회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미국을 시작으로 인도, 인도네시아 등 글로벌 성장 시장에 대한 투자를 가속해 2031년까지 해외 조강 생산 능력을 1000만t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미 지난 4월 인도 JSW스틸과 연산 600만t 규모의 일관제철소 합작 투자 계약을 체결했으며, 인도네시아에서는 국영 투자공사인 다난타라(Danantara)와 함께 일관제철소의 조강 생산 능력을 2배로 확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