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제국 첫 검사’ 이준 열사에 새 법복 바칩니다

성윤정 기자 2026. 9. 4.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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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년 전 을사늑약의 부당함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헤이그 특사'로 네덜란드에 건너갔다가 끝내 돌아오지 못한 우리나라 최초의 검사 이준 열사의 기념관에 검사 후배들이 바다 건너 가져온 법복이 새로 걸렸다.

3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 이준열사기념관에서 박진성 법무연수원 부원장(검사장)을 비롯한 검사들이 법복을 전달하는 행사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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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 후배들, 헤이그기념관 전달
李열사, 한성재판소 검사 시보
백성들 사이 ‘호법신’ 불리기도
자료 없어 당시 법복 재현 못해
순국 119년 돼 현대 법복 전달
朴검사장 “조국애 마음에 새겨”
3일 네덜란드 헤이그의 이준열사기념관에 법복을 전달한 박진성 검사장(왼쪽)과 송창주 관장(가운데), 이기항 이준 아카데미 원장(오른쪽). 연합뉴스

119년 전 을사늑약의 부당함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헤이그 특사’로 네덜란드에 건너갔다가 끝내 돌아오지 못한 우리나라 최초의 검사 이준 열사의 기념관에 검사 후배들이 바다 건너 가져온 법복이 새로 걸렸다.

3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 이준열사기념관에서 박진성 법무연수원 부원장(검사장)을 비롯한 검사들이 법복을 전달하는 행사가 열렸다. 1995년 개관 이후 31년간 전시돼온 이 열사의 특사 당시 복장을 재현한 양복 대신 현재 검사들이 입는 법복이 새로 놓였다. 박 부원장은 “조국을 위해 이역만리에서 순국한 이 열사의 조국애와 정의에 대한 기개를 마음 깊이 새기겠다”고 말했다.

이 열사는 1907년 이상설·이위종과 함께 고종의 밀명을 받고 제2차 만국평화회의가 열린 헤이그로 파견됐다. 세 사람은 각국 대표들이 모이는 회의장에서 일제의 강압으로 체결된 을사늑약의 부당함과 대한제국이 외교권을 빼앗긴 현실을 국제사회에 알리려 했다. 그러나 일본의 방해로 회의에 참석하지 못하자 현지에서 각국 기자들을 만나 기자회견과 인터뷰를 하며 대한제국의 처지를 알리는 장외 외교전을 벌였다. 이 열사는 이 같은 특사 활동을 이어가던 중 건강이 악화해 그해 7월 14일 숙소였던 드용호텔에서 47세로 순국했다.

독립운동가로 더 잘 알려져 있지만 이 열사는 우리나라 최초의 검사로 꼽히는 인물이기도 하다. 1896년 조선 최초의 근대적 법률 교육기관인 법관양성소를 1기로 졸업한 뒤 한성재판소 검사 시보로 임명됐다. 오늘날 수습 검사에 해당하는 자리다. 강직하게 법을 집행해 백성들 사이에서는 ‘법을 지키는 신’이라는 뜻의 ‘호법신’(護法神)으로 불리기도 했다.

검사 후배들이 이 열사의 기념관에 법복을 전달하기까지는 자그마치 19년이 걸렸다. 검찰은 이 열사 순국 100주년인 2007년 우리나라 최초의 검사인 그를 기리는 뜻에서 법복을 기증하기로 약속했다. 당초 이 열사가 검사로 활동할 당시의 법복을 재현하려 했지만 사진과 사료가 남아 있지 않아 고증에 어려움을 겪었고, 결국 그 대신 현재 검사들이 입는 법복을 전달하게 됐다.

누구보다 감격한 것은 30년 넘게 기념관을 지켜온 송창주(85) 관장과 남편 이기항(90) 이준 아카데미 원장이었다. 부부는 이 열사가 숨을 거둔 드용호텔 건물을 사재로 매입해 1995년 기념관을 열었다. 송 관장은 “119년 전 순국한 이준 열사가 후배들이 가져온 법복을 입게 됐다”며 “역사의 또 다른 매듭이 지어져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이 원장도 “31년 전 이곳의 문을 열며 이준 열사의 흉상을 제막했는데, 순국 119년이 지난 오늘 검사 후배들이 찾아와 법복을 입히는 모습을 보니 감격스럽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날 행사에는 주네덜란드 한국대사관에 파견된 김대현 법무관과 현지에서 유학 중인 검사 등 모두 5명의 검사가 함께했다. 31년간 전시됐던 특사 당시 복장을 재현한 양복은 자료관으로 옮겨 보관되고 그 자리는 검사 후배들이 가져온 법복이 대신하게 됐다.

성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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