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영화제 이창동의 ‘가능한 사랑’…14년만 황금사자상 신화 쓸까

황지민 2026. 9. 3.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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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영화제가 다시 문을 열었다.

칸, 베를린과 함께 세계 3대 영화제로 꼽히는 베니스는 상업성보다 예술적 가치를 우선해온 전통으로 거장들의 무대라 불린다.

임권택 감독 '씨받이'로 제44회 베니스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은 강수연은 한국 배우 최초로 세계 3대 영화제 연기상을 품에 안았다.

이창동 감독 '오아시스'가 제59회 베니스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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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동 영화 ‘가능한 사랑’ 공식 포스터
(왼)이창동 감독 영화 ‘오아시스’, (오)김기덕 감독 영화 ‘피에타’

[뉴스엔 황지민 기자]

이창동 감독, '오아시스' 영광 이어 8년 만의 신작으로 베니스 경쟁 부문 전격 복귀'칸의 여왕' 전도연부터 설경구·조인성·조여정까지…세계적 거장들과 '황금사자상' 맞대결칸 대신 베니스 선택한 넷플릭스…'피에타' 이후 14년 만의 최고상 노린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영화제가 다시 문을 열었다.

제83회 베니스국제영화제가 9월 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니스 리도섬에서 개막해 12일까지 열흘간의 여정에 돌입했다. 칸, 베를린과 함께 세계 3대 영화제로 꼽히는 베니스는 상업성보다 예술적 가치를 우선해온 전통으로 거장들의 무대라 불린다.

개막작은 대니 보일 감독 '잉크(Ink)'. 잭 오코널, 가이 피어스, 클레어 포이가 주연을 맡았다. 그리고 올해 한국영화 시선은 한 사람에게 쏠린다. 24년 만에 경쟁 부문으로 돌아온 이창동 감독이다.

■ 40년 잔혹사와 환희…강수연 대리 수상부터 '피에타' 황금사자상까지

한국영화와 베니스의 인연은 40년 가까이 거슬러 올라간다.

출발점은 1987년이었다.

임권택 감독 '씨받이'로 제44회 베니스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은 강수연은 한국 배우 최초로 세계 3대 영화제 연기상을 품에 안았다. 해외여행조차 자유롭지 않던 시절, 정작 본인은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해 대리 수상이 이뤄졌다는 일화는 당시 한국영화와 세계 무대의 거리를 보여주는 장면으로 남아 있다.

두 번째 장면은 2002년이다. 이창동 감독 '오아시스'가 제59회 베니스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은 것이다. 문소리는 신인배우상(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상)을 함께 들어 올렸다. 한국 영화 최초로 3대 영화제에서 2개 부문을 석권한 순간이었다.

2012년에는 김기덕 감독 '피에타'가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며 한국 영화 최초로 3대 영화제 최고상의 벽을 넘었다.

■ '칸의 여왕'도 베니스는 처음…설경구·조인성과 함께 밟는 꿈의 레드카펫

이창동 감독 신작 '가능한 사랑'은 올해 베니스 경쟁 부문 초청작이다. '버닝'(2018) 이후 8년 만의 신작이자, '오아시스' 이후 24년 만의 베니스 경쟁 복귀작이다.

영화는 해고 노동자 부부와 다큐멘터리 감독 부부가 다큐멘터리 제작을 계기로 만나 서로 다른 삶과 감춰진 욕망을 마주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전도연이 해고 노동자 호석(설경구)의 아내 미옥을, 조여정이 다큐멘터리 감독 예지를 연기한다. 조인성은 예지 남편 상우로 호흡을 맞췄다.

공교롭게도 전도연, 설경구, 조여정 세 사람 모두에게 첫 베니스다.

칸 여우주연상에 빛나는 '칸의 여왕' 전도연도, 조여정도 리도섬은 처음이다. 설경구는 '오아시스' 당시 다른 영화 촬영으로 시상의 순간을 함께하지 못했다. 그는 24년 만에야 처음 베니스 레드카펫을 밟게 됐다.

조인성은 올해 '호프'로 칸 경쟁 부문에 진출한 데 이어 '가능한 사랑'으로 베니스까지, 한국 배우 최초로 같은 해 두 편의 주연작으로 3대 영화제 중 두 곳의 경쟁 무대에 서게 됐다.

수상 기대감도 무르익고 있다.

물론 경쟁 부문에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룩 백', 베르너 헤어초크 '버킹 파스타드', 난니 모레티 '잇 윌 해픈 투나잇', 마틴 맥도나 '와일드 호스 나인' 등 거장들 신작이 포진해 있다. 그럼에도 '가능한 사랑'을 향한 세계 영화계 시선은 이미 뜨겁다.

이창동 감독은 한국 감독 최초로 토론토영화제 트리뷰트 어워즈 TIFF 에버트 감독상 수상자로 선정된 데 이어, 한국인 최초로 밀밸리 영화제 어터상 수상자로도 이름을 올렸다. 영화는 2027년 미국 아카데미 국제장편부문 한국 출품작으로도 선정된 상태다.

■ 칸 문지방 넘은 넷플릭스, 베니스 영토 확장…한국 거장들의 '새로운 창구'되나

'피에타' 이후 한국영화는 베니스 경쟁 부문에서 13년간 자취를 감췄다. 공백을 깬 것은 지난해 박찬욱 감독 '어쩔수가없다'였다. 이를 올해 '가능한 사랑'이 바통을 이어받으며 2년 연속 경쟁 진출이라는 흐름이 만들어졌다. 두 편 모두 거장의 귀환작이라는 점도 눈에 띈다.

이 흐름 뒤에는 영화 산업 지형 변화가 있다.

'가능한 사랑'은 넷플릭스 영화다. 칸영화제는 자국 극장 개봉을 전제하지 않는 스트리밍 영화를 경쟁 부문에서 사실상 배제해왔다. 넷플릭스는 프랑스 극장-스트리밍 홀드백 규정과 충돌하며 칸 대신 베니스와 토론토를 주력 창구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베니스는 일찌감치 문을 열었다. 2018년 넷플릭스 영화 '로마'에 황금사자상을 안긴 곳이 바로 이 영화제다.

한국 거장들의 신작이 잇따라 베니스로 향하는 배경에도 이 지형이 겹쳐 있다. 지난해 박찬욱 감독이 칸을 건너뛰고 베니스를 찾은 데 이어, 올해 이창동 감독 넷플릭스 영화가 리도섬에서 월드 프리미어를 갖는다. 한국영화의 세계 무대 창구가 다변화되고 있다는 신호다.

한편, 수상 결과는 12일 폐막식에서 발표된다. '가능한 사랑'이 황금사자상을 들어 올린다면 '피에타' 이후 14년 만이자, 이창동 감독 개인으로는 첫 3대 영화제 최고상이 된다.

40년 전 대리 수상으로 시작된 리도섬의 인연이 어떤 장면으로 이어질지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뉴스엔 황지민 saehay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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