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0년물 5% 턱밑···글로벌 금융시장 ‘비상’

세계 주요국의 장기 국채 금리가 일제히 수십 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 경고등이 켜졌다.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물가 상승 우려와 미국 정부의 막대한 부채,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겹치면서 채권 매도세가 확산된 영향이다. 특히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심리적 경계선인 5%를 넘어설 경우 증시·신흥국 등에서 자금 이탈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코스피가 2일 4% 가까이 급락하는 등 금융시장 긴장감이 높아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글로벌 채권시장의 기준 지표인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1일(현지시간) 전 거래일보다 4.80bp(1bp=0.01%포인트) 오른 4.799%에 마감했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4.8%에 육박한 것은 지난해 1월 이후 처음이다. 미국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3.10bp 오른 5.273%를 기록해 2006년 이후 최장 기간 5%를 웃돌았다.
일본 10년 만기 국채 금리도 6.10bp 상승한 2.996%를 기록해 1996년 이후 처음으로 3%에 다가섰다. 영국 30년 만기 국채 금리도 7.60bp 오른 5.856%로, 1998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독일과 프랑스의 30년 만기 국채 금리도 2011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급등했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1일(현지시간) 연이은 언론 인터뷰에서 “심각한 상황이 아니다”며 진화에 나섰으나 국채 금리 급등세는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앞서 지난달 19일 미국 정부가 국채 재매입(바이백)하는 규모를 2배 이상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뒤 일시적으로 진정세를 보였으나 다시 발표 이전 수준으로 돌아간 것이다.

국채 금리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선 데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 작용하고 있다. 우선 미국과 이란 간 공격 재개로 지정학적 긴장이 다시 높아지면서 국제 유가가 급등한 게 촉매로 작용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5.2% 급등한 배럴당 90.2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전 거래일보다 4.6% 오른 배럴당 94.65달러에 마감했다.
미국 등 주요국 금리 인상 가능성도 커졌다.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지난주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물가 둔화가 충분치 않으면 추가 대응이 필요하다며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결국 향후 기준금리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장기 채권이 주는 이익이 덜하다고 판단, 기존 보유했던 국채 투자 매력이 떨어져 매도세가 커진 것이다. 이에 따라 국채 가격이 하락하고 국채 금리는 상승한다.
40조 달러가 넘는 미국 정부 부채와 국채 발행 증가도 원인이다. 정부가 막대한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국채 발행을 계속 늘릴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국채를 보유하는 대가로 더 높은 금리(수익률)를 요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빅테크 기업들의 대규모 회사채 발행도 채권시장 수급 부담을 키웠다.
관건은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5%’를 넘느냐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5%는 심리적 임계점으로 여겨진다.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 보유만으로 5%의 수익률을 얻을 수 있게 되면 주식 등 위험자산의 투자 매력이 떨어져 신흥국 등에서 자금이 급격히 빠져나가는 등 충격이 커질 수 있다.
이날 국내 금융시장도 충격권에 들어섰다. 코스피는 이날 전장보다 273.08포인트(3.99%) 하락한 6562.72에 마감하며 3거래일 만에 내림세로 돌아섰다.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4.418%로 4.7bp 올라 7월24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글로벌 국채 금리 상승에 한국 국고채 금리는 동반 상승 압력을 받고 위험자산인 주식에 대한 투자심리는 위축된 결과로 해석된다.
대표적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 금리가 오르면 국내 주식·채권시장에서 외국인의 자금 유출 압력이 커지고 이는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7원 내린 1368.7원을 기록하며 하루 만에 내림세로 돌아섰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유가, 금리의 특정 레벨 도달로 심리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당분간 미국·이란 갈등 완화 여부, 선진국 장기 국채 금리 안정 여부 등을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내정자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국채시장은 면멸히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글로벌 국채금리가 오르는 것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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