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폭증에 5대 은행 가계대출 여력 ‘바닥’…연말 대출 절벽 현실화되나
총량 목표 늘려도 연말까지 남은 여력 1조3000억원 불과
은행권 금리 인상·한도 축소 착수…실수요자 문턱 더 높아진다

국내 5대 은행의 가계대출이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석 달 연속 3조원 넘게 급증했다. 금융당국이 관리 목표치까지 늘려주며 숨통을 틔워줬지만, 이미 연초 이후 공급량이 한도에 육박해 은행들이 연말까지 취급할 수 있는 잔여 여력은 1조3000억원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지난달 말 가계대출 잔액은 782조1192억원으로 7월 말보다 3조3323억원 증가했다. 증가 폭은 6월 4조1379억원, 7월 3조8261억원에 이어 석 달 연속 3조원대를 웃돌았다.
가계대출 증가세는 주택담보대출이 주도했다. 5대 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621조2730억원으로 한 달 동안 3조3319억원 늘었다. 이 가운데 잔금·중도금·이주비 등을 포함한 집단대출은 149조2970억원으로 1조654억원 증가했다.
전세대출은 119조9883억원으로 한 달 새 5807억원 줄었고 신용대출도 109조5718억원으로 1815억원 감소했다. 주택 구입과 관련한 자금 수요가 전체 가계대출 증가세를 이끈 셈이다.
문제는 은행들의 남은 대출 공급 여력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은행권 가계대출 총량 증가율을 기존 1.5%에서 3.0%로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5대 은행의 연간 증가 목표도 기존 4조3400억원에서 6조9800억원으로 약 2조64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구체적인 목표치는 금융당국과 은행 간 추가 협의를 거쳐 확정될 예정이다.
정책성 대출을 제외한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650조6001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5조6240억원 증가했다. 확대된 연간 목표를 적용하더라도 추가로 늘릴 수 있는 규모는 약 1조3000억원에 불과하다.
다만 금융당국은 집단대출을 별도로 관리하고 서민금융 공급 확대를 위해 중금리대출 증가분의 70%도 총량 관리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은행별 실제 대출 여력에는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수신에서는 정기예금으로 자금이 빠르게 몰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1005조2319억원으로 한 달 새 20조2920억원 증가해 사상 처음 1000조원을 넘어섰다. 지난 7월에도 35조5401억원 증가한 데 이어 두 달 연속 큰 폭의 증가세를 이어갔다.
은행권의 자금 흐름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반면 투자 대기성 자금으로 분류되는 요구불예금은 664조7300억원으로 7월 말보다 1조1579억원 감소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과 집단대출을 중심으로 대출 수요가 이어지면서 연말로 갈수록 은행들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총량 관리에서 제외되는 대출을 감안하더라도 은행별 남은 여력에 차이가 있는 만큼 일부 은행은 연말 이전에 관리 목표에 근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들 사이에 금리나 한도, 취급 조건 등을 조정해 대출 증가 속도를 관리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동현 기자 gaed@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