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고 감독·선수까지 출전정지.. 5·18 조롱 응원 후폭풍
선수뿐 아니라 감독과 주심까지 징계...지도·관리 책임도 도마
광주제일고 향한 사과와 선처 호소...징계 수위에 함께 반영
재발 방지 행동 요강 마련...경기장 응원 문화 개선 과제로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지난 1일 올림픽회관에서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고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상대 팀을 비하하는 응원 구호를 주도한 배재고 선수 2명에게 각각 출전정지 1개월 처분을 결정했다.
지도 책임이 있는 배재고 감독에게도 출전정지 1개월이 내려졌다. 경기 중 부적절한 구호가 이어졌음에도 이를 제지하지 않고 경기를 진행한 당시 주심 역시 관리 소홀의 책임을 물어 출전정지 1개월 처분을 받았다.
이번 징계는 선수 개인의 행동만을 문제 삼은 조치가 아니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협회는 배재고가 팀 차원의 징계를 받은 점과 선수들이 자신의 행동을 깊이 반성하고 피해 학교인 광주제일고에 진정성 있는 사과를 전한 점을 함께 고려했다. 광주제일고 측이 사과를 받아들이고 선처를 호소한 점도 징계 수위에 반영됐다.
광주제일고 코치에게는 견책 처분이 내려졌다. 배재고의 응원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상대 더그아웃을 향해 폭언과 욕설을 한 행위가 징계 사유가 됐다. 한쪽의 잘못이 다른 쪽의 부적절한 행동을 정당화할 수 없다는 원칙이 적용된 셈이다.
논란의 출발점은 지난 6월 말 열린 청룡기 대회였다. 배재고 선수들은 광주제일고 더그아웃을 향해 5·18민주화운동을 조롱하는 내용의 구호를 외쳤고, 해당 장면이 알려지면서 거센 비판이 이어졌다.
고교야구라는 교육적 성격이 강한 무대에서 역사적 참사를 희화화한 응원이 등장했다는 점에서 파장은 더욱 컸다. 스포츠의 응원 문화가 경쟁 상대를 자극하는 수준을 넘어 특정 지역과 역사적 사건을 겨냥한 모욕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협회는 앞서 배재고에 전국대회 6개월 출전정지 처분을 내렸지만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 재심의 과정에서 징계 기간이 1개월로 줄었다. 이에 따라 배재고는 지난달 열린 올해 마지막 전국대회 봉황대기에 출전할 수 있었다. 다만 문제의 구호를 주도한 학생 선수 2명은 선수 생활을 중단하기로 했다.
이번 사태는 징계 수위만으로 끝낼 일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학교 운동부에서는 감독과 코치가 선수들의 행동을 지도하고 경기장 질서를 관리할 책임이 크다. 응원이 격해지는 상황에서 어떤 표현이 허용되고 어떤 행위가 금지되는지 선수들에게 사전에 충분히 교육했는지, 경기 중 부적절한 행동을 심판이 얼마나 신속하게 제지했는지도 살펴볼 대목이다.
협회는 재발 방지를 위해 경기장 내 부적절한 구호를 막기 위한 계도 활동을 확대하고, 2027년도 전국대회부터 적용할 선수단 행동 요강을 마련해 적극 대응할 계획이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규정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선수와 지도자, 심판이 그 취지와 기준을 충분히 이해하도록 지속적인 교육과 현장 관리 체계를 갖추는 일이다.
고교야구는 미래의 선수들이 경쟁과 스포츠맨십을 배우는 교육의 장이기도 하다. 승패에 대한 열정은 존중받아야 하지만 상대에 대한 모욕과 역사적 비극을 이용한 조롱까지 응원의 이름으로 용인될 수는 없다. 이번 징계가 특정 학교에 대한 처벌로만 기억되지 않고, 경기장 안에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존중과 책임을 다시 세우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