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70 취약한 코인 다단계 사기, 왜?

지난 25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중국대사관 인근 대로변. 30도를 웃도는 무더위 속에 6070대 20여 명이 거리로 나왔다. 이들은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우리 돈을 돌려달라” “경찰은 일당을 빨리 체포하라”고 외쳤다. 첨단 반도체칩과 가상자산을 채굴한다는 A사에 노후 자금을 투자했다가 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들이었다. 이들은 국내에서만 최소 170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한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달 21일 A사 회장 이모(40대)씨와 국내외 관계자들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해 다단계 사기 등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이들은 2024년 9월 한국지사를 세운 뒤 “첨단 반도체 사업에 투자하면 매일 이자를 받을 수 있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A사가 끌어모은 투자자 상당수는 6070대였다고 한다. 노후를 위해 모아둔 목돈은 있지만 가상자산이나 첨단 기술에는 상대적으로 익숙하지 않은 세대를 파고든 것이다. 경찰 등에 따르면 A사는 처음에는 4000만원 상당의 ‘코인 채굴 컴퓨터’를 사면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돈을 받은 뒤 실제 채굴기를 지급하지 않고 추가 투자를 요구했다고 한다. 지인을 투자자로 데려오면 수수료를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도 활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들의 경계심을 허문 것은 A사를 ‘믿을 만한 회사’로 보이게 한 각종 장치였다. A사는 대형 호텔에서 여러 차례 행사를 열었다. A사 회장 이씨는 경남 양산 평산책방을 찾아 문재인 전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홍보에 활용하고, 전직 국회의원 등 유력 인사와 친분도 강조했다고 피해자들은 주장한다. 지난 5월에는 “회사가 곧 상장한다”며 투자를 부추겼다고 한다.
보험회사에서 퇴직한 민모(69)씨도 지인의 권유로 A사에 투자했다. 민씨는 “유명 인사들과 찍은 사진도 있고 호텔에서 거창한 행사를 자주 여니 대단한 회사인 줄 알았다”며 “보험 영업을 하며 평생 아껴 모은 돈을 투자했는데 하루아침에 연락이 끊기고 이자도 받지 못하게 됐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은퇴 후 목돈을 굴려야 한다는 부담과 급변하는 금융 환경이 맞물리면서 6070대가 신종 투자 사기 표적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금융 환경이 빠르게 변하면서 고령층이 새로운 투자 방식의 위험성을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며 “특히 지인의 권유가 더해지면 거액 투자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고령층은 여유 시간에 출처가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접하는 경우가 많다”며 “복지관 등에서 신종 금융 사기 피해를 막기 위한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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