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성장에 집중”.. 820조 예산, 복지 논쟁 촉발
청년 지원 43조·지방 성장 33조…경제 활력 회복 위한 투자 확대
복지 증가율은 상대적으로 낮아…고령화 시대 안전망 약화 우려
성장과 복지 사이 균형 과제…재정 투입 성과가 정책 성패 좌우
[지데일리] 820조9000억원 규모의 내년도 정부 예산안이 공개된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지금은 성장에 집중해야 할 때”라는 메시지를 내놨다. 경기 회복과 미래 산업 육성을 위해 국가 재정을 성장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는 취지다.

동시에 복지 확대에 대한 정부의 의지도 강조하면서 성장과 복지 사이에서 재정의 무게중심을 어디에 둘지를 둘러싼 논쟁이 커지고 있다.
이 대통령은 2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엑스(X)를 통해 내년도 예산안이 성장 분야에 집중돼 있다며 현재를 ‘성장 보릿고개’로 표현했다. 경제가 충분한 회복력을 되찾지 못한 상황에서 성장과 복지를 함께 크게 확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이다. 먼저 경제의 파이를 키워야 재정 여력을 확보하고 국민에게 돌아가는 몫도 확대할 수 있다는 논리다.
정부가 마련한 2027년도 예산안 총지출은 820조9000억원으로 올해보다 12.8% 늘었다. 특히 인공지능과 반도체 등 미래 성장동력 분야에 84조원이 투입되고, 청년 지원에는 43조원, 지방 주도 성장에는 33조원이 배정됐다.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첨단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청년과 지역경제를 성장의 축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정부의 재정 투입 방향에는 최근 경제 환경의 변화가 반영돼 있다. 인공지능 기술 경쟁이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 제조업에서 국가 간 경쟁이 심화하면서 기술 투자와 인재 확보가 경제 안보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지방 역시 기업과 일자리의 수도권 집중으로 성장 기반이 약화하고 있어 지역 산업 육성과 교통·인프라 확충을 통한 자생력 강화가 요구되고 있다.
다만 성장 중심의 재정 운용을 둘러싼 우려도 적지 않다. 보건·복지·고용 분야 예산 증가율은 9.3%로 전체 총지출 증가율보다 낮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돌봄과 의료, 주거, 고용 안전망에 대한 사회적 수요가 커지는 상황에서 복지 재정의 상대적 비중이 낮아지는 데 대한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성장 투자가 성과를 내기까지 시간이 필요한 만큼 당장 생활비 부담과 사회적 위험에 직면한 계층을 위한 안전망이 충분한지도 중요한 평가 기준이다.
이 대통령은 복지가 후퇴한 것은 아니며 만족하기 어려운 수준이지만 복지 확대를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과도한 복지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출범 후 1년여밖에 지나지 않은 만큼 정책 성과를 지켜봐 달라는 입장이다.
결국 내년도 예산의 핵심은 얼마나 많은 돈을 쓰느냐보다 어디에 배분하고 어떤 성과를 만들어내느냐에 달려 있다. AI와 반도체 투자 확대가 기업의 생산성 향상과 양질의 일자리로 이어지지 못한다면 대규모 재정 투입에 대한 비판이 커질 수 있다. 반대로 성장 투자가 세수 확충과 고용 개선으로 연결된다면 복지 재원을 마련하는 기반도 넓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성장과 복지를 서로 대립하는 선택지로 볼 것이 아니라, 성장의 성과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는 구조를 만들어내는 것이 이번 예산안의 가장 큰 과제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