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도서관은 변신 중 - ④ 파주] 평화·배리어프리·출판 품은 '지혜의 숲'
읍 단위 공공도서관 새로운 역할 사례
이동약자 등 이용 동선 고려 공간 눈길
영화·뜨개·군장병 등 다양한 동아리
평화·DMZ·생태 등 전시·강연도
>>>>> 한울도서관
市 유일 '장애특화 도서관'으로 출발
BF인증 최우수…독서보조기 구비도
온가족 낭독챌린지·한울라운지 등
장애·비장애인 누구나 머무는 공간
>>>>> 교하도서관
지역대표 도서관, 문화 플랫폼 변신
창작자·서점·출판사·시민 만남의 장
'스몰테이블' 행사…창작자의 방 첫선
젊은 세대 겨냥한 독서 프로그램도


파주공공도서관의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책을 빌리고 조용히 읽는 공간이라는 전통적인 역할에서 벗어나 시민들이 만나고 배우고 쉬면서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가는 생활·문화공간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지역의 특성을 살린 특화 서비스부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무장애 공간, 출판·창작과 독서를 결합한 프로그램까지 도서관마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시민들의 일상에 파고들고 있다.
인천일보가 취재한 파주도서관은 기존 도서관의 틀을 완전히 깼다. 문산도서관은 지역의 역사·환경적 특성을 살린 '평화 특화'와 이용자 중심 공간으로, 한울도서관은 장애인 특화 기능을 기반으로 한 '주민 커뮤니티' 공간으로, 교하도서관은 파주 출판도시와 연계한 '문화 플랫폼'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었다.▲ 문산도서관, 책 읽는 공간에서 지역 공동체의 거점으로
새롭게 확장 이전한 문산도서관은 읍 단위 공공도서관의 역할을 새롭게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개관 10개월이 지난 7월 현재 일평균 방문객은 915명, 하루 평균 도서 대출량은 576권에 달한다. 누적 대출량도 9만 5천780권을 기록했다. 지난 7월 이용자 만족도 조사에서는 전체 만족도가 90.4%로 나타났으며 직원 친절도 역시 5점 만점에 4.8점을 기록했다.
이용자들의 발길을 끌어들이는 요인은 단순히 시설 규모나 장서량만이 아니다. 이용자의 동선을 고려한 공간 배치가 눈에 띈다.

도서관을 중심으로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이는 동아리도 늘고 있다.
영화 강연을 계기로 만들어진 영화동아리 '영화수다'를 비롯해 지역의 이야기를 발굴해 기록하는 '문산 에디터즈', 부모들이 그림책을 매개로 다양한 활동을 함께 기획하는 '그림책 마주봄' 등이 활동하고 있다. 군부대 장병과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는 '책 먹는 청도깨비'도 눈길을 끈다. 지난 5월 결성된 이 동아리는 장병들이 책을 통해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나누는 모임이다.
김은숙 문산도서관 사서는 "군 장병들이 제대 후에도 책을 읽고 토론했던 시간과 서로의 이야기를 나눴던 경험을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는 동아리도 있다. '뜨개캠프'는 한국도서관문화재단 공모사업에 선정돼 약 330만 원의 지원을 받으면서 활동 영역을 넓혔다.
회원 김정은 씨는 "뜨개를 통해 다양한 주민들과 교류하고 서로의 지식을 나눌 수 있어 좋다"며 "처음에는 뜨개질을 전혀 하지 못했던 회원이 이제 조끼와 가디건을 만드는 모습을 보면 함께 성장한다는 의미를 느낀다"고 했다.
문산도서관만의 색깔은 '평화'에서도 찾을 수 있다.
접경지역이라는 파주의 특성을 반영해 평화·공존·통일·DMZ·생태를 주제로 한 자료를 갖추고 관련 전시와 강연도 진행한다. 지역의 지리적 특성을 도서관의 문화 콘텐츠로 연결한 것이다.

▲ 한울도서관, 장애 특화에서 모두를 위한 커뮤니티 공간으로
운정신도시 생활권에 자리한 한울도서관은 파주시에서 유일한 장애 특화 도서관으로 출발했다. 지난 2018년 문을 연 한울도서관은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BF) 인증 최우수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장애인을 위한 대체자료 4천652점을 비롯해 장애인 전용 열람석과 화면 확대기, 화면낭독 프로그램, 음성증폭기 등 다양한 독서 보조기기를 갖추고 있다.
장애 유형에 맞춘 프로그램도 꾸준히 운영해 왔다. 자운학교 발달장애 학생을 대상으로 독서교육과 진로 체험을 진행하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낭독봉사 동아리도 운영했다.

이제 한울도서관은 한 단계 더 나아가 시민들이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을 전면에 배치했다.
대표적인 공간이 '한울라운지'다. 정기간행물을 읽으면서 잠시 쉬어갈 수 있도록 휴식과 독서 기능을 결합했다. 무장애 환경이라는 기존의 강점도 더욱 강화된다. 장애인의 정보 접근성을 높이는 동시에 강연과 동아리 등 주민 참여 프로그램을 확대해 장애 특화도서관이라는 기존 정체성에 지역 커뮤니티 기능을 더한다는 계획이다.

▲ 교하도서관, 책을 '읽는 곳'에서 문화를 '발견하는 곳'으로
교하도서관의 변화는 파주출판도시와 맞닿아 있다는 지역적 특성에서 출발한다.
교하도서관은 그동안 지역의 대표 공공도서관으로 기능해 왔지만, 최근에는 책과 출판, 창작을 매개로 시민들이 직접 경험하고 소통하는 문화 플랫폼으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스몰테이블'이다. 2024년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도서관을 작은 '북페어'처럼 꾸며 소규모 출판 창작자와 지역서점, 출판사, 시민이 만나는 자리다.
시민들은 책을 단순히 대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책을 만든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책과 출판문화를 직접 경험한다.
올해는 지역 서점과 출판사까지 참여하면서 66개 팀, 약 3천886명이 함께하는 출판문화 행사로 성장했다.
'창작자의 방'은 올해 처음 선보인 프로그램이다. 글·만화·그림책·일러스트·사진·아트북 등 다양한 분야 창작자들의 작업 과정을 보여주는 전시다.
전시 공간을 '생각의 방', '만드는 방', '만나는 방'으로 구성해 창작자의 아이디어가 실제 작품으로 완성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시민들에게 책을 단순한 읽을거리로 바라보는 데서 벗어나 하나의 문화적 생산물로 이해할 기회를 제공한다.
젊은 세대를 겨냥한 독서 프로그램도 눈에 띈다. '독후감 게임'은 책을 읽은 뒤 정해진 형식에 맞춰 감상문을 쓰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놀이와 대화를 통해 독서 경험을 공유하도록 만든 프로그램이다.
'독후감 게임 시즌2-인공지능(AI)과 덕질하기'에서는 생성형 AI와 책에 관한 대화를 나누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장면이나 인물, 작가 등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한다. 그 과정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기록하면서 독서 경험을 개인의 영역에서 공유와 소통의 영역으로 확장한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한 대학생은 "독서가 혼자 읽고 감상을 정리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AI와 대화하면서 생각을 더 확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 도서관의 미래는 '얼마나 많은 책을 보유했느냐'에서 벗어나고 있다.
문산·한울·교하도서관의 사례는 공공도서관의 변화가 단순한 시설 개선 수준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문산도서관은 지역의 특성을 살려 주민 공동체와 평화교육을 연결하고, 한울도서관은 장애인 정보 접근권이라는 기존 역할을 기반으로 주민 모두가 이용하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교하도서관은 출판도시라는 지역 자원을 활용해 책과 창작자, 시민을 연결하는 문화 플랫폼을 만들어가고 있다.
공통점은 '책'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데 있다.
미래의 공공도서관은 책의 양이나 열람석의 숫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시민이 찾아와 오래 머무르고, 무엇인가를 배우며, 다른 사람과 생각을 나누고, 새로운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느냐가 도서관의 새로운 가치가 될 수 있다.
문산과 한울, 교하도서관이 보여주는 변화는 공공도서관이 시민의 일상 속으로 한층 더 깊숙이 들어가는 현재진행형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파주=이종태 기자 dolsaem@incheonilbo.com
Copyright © 인천일보 All rights reserved - 무단 전재, 복사,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