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은행 부실채권비율 다시 상승…기업대출 15조원 ‘뇌관’

손유지 2026. 9. 2.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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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여신 부실 15조2000억원…은행권 최대 뇌관으로 부상
신규 부실 7조2000억원…정리 규모 웃돌며 건전성 압박
대손충당금 적립률 142.9%…부실 대응 여력에도 경고등
고금리·내수 부진 여파…중소기업 상환 부담 커져

[지데일리] 은행권의 부실채권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경기 회복이 기대만큼 빠르게 이어지지 않는 가운데 기업대출을 중심으로 부실 규모가 확대되면서 은행 건전성 관리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국내은행 부실채권비율이 0.63%로 상승했다. 기업여신 부실이 15조2000억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가운데 신규 부실채권도 7조2000억원으로 늘었다.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142.9%로 낮아져 은행권의 부실 대응 부담이 커지고 있다. ⓒ픽사베이

부실채권을 정리하는 속도 역시 빨라지고 있지만 신규 부실이 더 큰 폭으로 늘면서 금융권의 부담이 커지는 모습이다.

2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국내은행의 부실채권비율은 0.63%를 기록했다. 3월 말보다 0.03%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부실채권 규모를 살펴보면 기업여신이 15조2000억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가계여신 부실은 3조4000억원, 신용카드채권은 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은행권 부실 위험이 가계보다 기업 부문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특히 2분기 신규 부실채권이 7조2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1조7000억원 증가한 점이 부담이다. 신규 부실이 빠르게 늘면 은행이 기존 부실을 정리하더라도 전체 건전성 지표의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 기업의 자금 상환 능력이 약해지거나 매출과 수익성이 악화될 때 대출 부실이 금융권으로 전이될 가능성도 커진다.

은행권은 부실채권 정리에도 속도를 냈다. 2분기 상·매각 규모는 3조9000억원, 담보처분은 1조2000억원, 여신 정상화는 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정리 규모는 6조1000억원에 달했다. 부실자산을 시장에 매각하거나 담보 처분을 통해 회수하고, 차주의 경영 여건이 개선된 대출을 정상화하면서 부실채권을 줄이는 방식이다.

문제는 신규 부실과 정리 규모의 격차다. 2분기 신규 부실이 7조2000억원에 이른 반면 정리 규모는 6조1000억원이었다. 부실 발생 속도가 정리 속도보다 빠르다는 의미다. 금융당국과 은행권이 부실채권 관리에 힘을 쏟더라도 기업대출을 중심으로 새로운 부실이 계속 발생하면 건전성 지표의 상승 압력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

대손충당금 적립률 하락도 주목할 대목이다. 6월 말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142.9%로 3월 말보다 7.5%포인트 낮아졌다. 대손충당금 잔액은 26조9000억원으로 2000억원 증가했지만 적립률은 2024년 6월의 165.5%와 비교하면 22.6%포인트 낮다. 부실채권에 대비한 완충력이 과거보다 약해졌다는 평가가 나올 수 있는 배경이다.

은행 입장에서는 부실채권 증가와 충당금 부담이 동시에 커질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충당금 확대는 손실 흡수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지만 은행의 수익성과 자본 여력을 압박할 수 있다. 반대로 충당금 적립이 충분하지 않으면 향후 부실이 현실화될 때 손실 부담이 한꺼번에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기업대출 부실이 집중된 배경에는 고금리 여파와 내수 부진, 업종별 실적 격차 등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자금 여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이나 특정 업종에서는 이자 비용과 원금 상환 부담이 경영에 직접적인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부동산 관련 대출과 건설·부동산업의 회복 여부도 은행 건전성을 좌우할 변수다.

은행권의 부실채권비율 0.63% 자체만으로 금융시스템 전반의 위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신규 부실 증가, 기업여신 집중, 대손충당금 적립률 하락이 동시에 나타났다는 점은 가볍게 볼 수 없다는 분석이다. 

앞으로는 전체 부실채권비율보다 어느 업종에서 부실이 확대되는지, 신규 부실이 어느 속도로 발생하는지, 은행들이 이를 충분히 흡수할 자본과 충당금을 확보하고 있는지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기업 부문의 부실 확대가 장기화될지 여부가 하반기 은행권 건전성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