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들쥐’ 류준열 “1인 2역 같은 듯 다르게…설경구 닮고 싶은 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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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류준열이 '들쥐'를 통해 1인 2역에 도전한 가운데, 마흔을 맞은 배우로서의 고민과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털어놨다.
류준열은 극 중 문재와 들쥐를 오가는 1인 2역을 맡아 극을 이끌었다.
그는 "제 원래 점을 문재는 살리고, 들쥐를 연기할 때는 지웠다. 귀 모양도 살짝 다르게 했다. '뭐가 다르지?' 싶은 미세한 차이를 살리려고 했다"며 "'계시록'을 함께했던 분장팀과 다시 작업했는데 당시 기억이 좋아서 대화도 의견도 많이 주고받았다. 감독과 배우가 보는 시선이 다를 수 있는데 감독님이 제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셨고, 제가 낸 제안도 많이 받아주셨다"고 설명했다.
류준열은 "이름 말고 나를 정의하는 게 뭘까 싶더라. 배우라고 하기도, 누구의 아들이라고 말하기도 그렇다"며 "드라마에 나오는 신분증이나 은행 계좌 같은 걸 빼고 나면 나를 정의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생각하게 됐다. 거기서 오는 공포가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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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시리즈 ‘들쥐’는 의문의 존재 들쥐에게 이름과 얼굴, 인생을 송두리째 빼앗긴 소설가 문재와 잃어버린 돈을 회수하려는 사채업자 노자, 그리고 형사 순용이 들쥐의 정체를 쫓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추적 스릴러다.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쥐가 사람의 손톱을 먹으면 그 사람으로 변한다’는 익숙한 설화에서 출발했다. 류준열은 극 중 문재와 들쥐를 오가는 1인 2역을 맡아 극을 이끌었다.
류준열은 작품 공개 후 반응에 대해 “주변에서 연락을 많이 받아서 재미있게 봐주고 있구나 싶고 감사한 마음이 있다”며 “‘너 때문에 출근 못 할 것 같다. 밤을 새웠다’고 하더라. 감독님이 ‘엔딩 맛집’으로 잘 살려주셨구나 싶었다. 동료 선후배들도 정신없이 봤다고 하더라”고 웃었다.
‘들쥐’는 시나리오 단계부터 그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완성된 대본을 모두 받지 않은 상태에서 출연 제안을 받은 류준열은 원작 웹툰까지 찾아봤다고 했다.
그는 “뒤가 너무 궁금했다. 떡밥만 풀어놓고 회수가 안 되면 안 되지 않나 싶어서 원작을 찾아봤다”며 “원작이 굉장히 훌륭했다. 인간다운 이야기이고 삶에서 느낀 감정을 풀어냈다는 느낌을 받았다. 원래는 원작을 안 봐도 된다고 했는데 이번에는 제가 궁금해서 봤다. 엔딩은 달랐지만 원작은 원작대로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문재와 들쥐를 동시에 연기해야 하는 만큼 촬영 과정도 만만치 않았다. 같은 날 두 인물을 오가며 촬영해야 할 때도 있었다.
류준열은 “1인 2역이라서라기보다 작품 초반에는 다들 고생하는 것 같다. 인물과 본인을 일치시키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두 인물은 다른 부분도 있어야 하고 같은 부분도 있어야 했다. 그 완급을 조절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문재의 모습을 한 들쥐를 연기한 배우 박윤호와도 의견을 주고받았다. 그는 “몇몇 대사는 제가 한 대사를 윤호가 하기도 하고, 윤호가 한 대사를 제가 하기도 했다. 촬영이 없는 날에도 ‘이 대사를 어떻게 할 거냐’고 서로 연락하면서 호흡을 맞춰갔다”고 밝혔다.
외형적인 차이 역시 세밀하게 설계했다. 류준열은 목소리부터 분장, 의상, 표현 방식까지 적극적으로 의견을 냈다.
그는 “제 원래 점을 문재는 살리고, 들쥐를 연기할 때는 지웠다. 귀 모양도 살짝 다르게 했다. ‘뭐가 다르지?’ 싶은 미세한 차이를 살리려고 했다”며 “‘계시록’을 함께했던 분장팀과 다시 작업했는데 당시 기억이 좋아서 대화도 의견도 많이 주고받았다. 감독과 배우가 보는 시선이 다를 수 있는데 감독님이 제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셨고, 제가 낸 제안도 많이 받아주셨다”고 설명했다.
‘들쥐’는 류준열에게 단순한 추적극 이상의 질문을 던진 작품이기도 했다. 이름과 얼굴, 신분을 빼앗겼을 때 무엇으로 한 사람을 증명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다.
류준열은 “이름 말고 나를 정의하는 게 뭘까 싶더라. 배우라고 하기도, 누구의 아들이라고 말하기도 그렇다”며 “드라마에 나오는 신분증이나 은행 계좌 같은 걸 빼고 나면 나를 정의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생각하게 됐다. 거기서 오는 공포가 있었다”고 말했다.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서도 질문을 던졌다. 그는 “저는 저를 배우라고 생각하지만 일정 기간 연기를 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은 저를 배우라고 보지 않을 수도 있지 않나. 그렇다면 얼마나 연기를 안 하면 배우가 아닌 걸까. 연기를 한 번이라도 하면 배우라고 할 수 있는 걸까”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나를 정의하는 건 쉽지 않은 것 같다. 사진전을 할 때도, 작품을 할 때도 인간 자체가 무엇인지, 우리가 동물과 다른 게 무엇인지 계속 생각한다”며 “작품을 해나가고 나이를 먹어가면서 배우고 있는 것 같다. 끝나지 않는 숙제다. 매년 인터뷰할 때마다 생각이 바뀌기도 하고 가끔은 예전에 했던 발언을 주워 담고 싶기도 하다”고 웃었다.

류준열은 “그게 최고의 칭찬인 것 같다. 제가 추구하는 것도 그런 연기”라며 “‘생활 연기를 잘한다’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다. 땅에 붙어 있고 현실에서 만날 수 있는 인물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어 “작품을 할 때 ‘내가 왜 이 작품을 해야 하지?’라고 묻는다. 내가 아니면 안 되게 하고 싶고 남들이 못하는 걸 하고 싶다. 너무 뻔하거나 쉬운 연기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쉽게 선택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인물을 연기한다면 고생할 필요가 없지 않나. 그래서 쉬운 표현을 하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고 덧붙였다.
‘들쥐’를 통해 처음 제대로 호흡을 맞춘 설경구에게서는 연기뿐 아니라 배우로서 현장을 대하는 자세를 배웠다.
류준열은 “설경구 형님과 작품을 할 기회가 몇 번 있었는데 하늘이 허락하지 않았는지 계속 안 됐다. 이번 작품을 하려고 그동안 못했나 싶기도 하다”며 “10년 전에 만났다면 지금처럼 배우지 못했을 것 같다. 저도 일을 하면서 시야가 넓어진 부분이 있고, 이 타이밍에 형님을 만나 배우로서도 인간으로서도 여러 면을 배웠다”고 말했다.
설경구가 현장 사람들을 대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그는 “모든 배우에게 그런 욕심이 있겠지만 대중을 만날 때는 모두가 나를 좋아할 수 없다는 걸 안다. 그래도 현장에서는 모두가 나와 작업하는 걸 행복해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다”며 “경구 형님이 그렇게 하시는 것 같았다. 어깨너머로 많이 배우려고 했다”고 이야기했다.
또 류준열은 “후배가 선배에게 연기 아이디어를 말하는 게 정말 어렵다. 그런데 제가 눈치 없을 정도로 이야기해도 다 들어주셨다”며 “무조건 받아준다는 의미가 아니라 아닌 건 아니라고 이야기해주셨다. 그런 대화를 자연스럽게 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다. 나도 저런 선배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후배가 언제든 이야기할 수 있고, 맞으면 맞다고 말해줄 수 있는 선배가 멋있더라”고 했다.

류준열은 “겁이 덜컥 난다. 지금 하고 있는 작품도 선배보다 후배가 더 많고 스태프 헤드도 저보다 어린 분들이 많다”며 “현장에서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생기고 제가 해야 할 것도 많아진다. 조금 더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배우로 10년 넘게 달려온 류준열의 시선은 영화 제작과 수입으로도 향하고 있다. 최근 소속사를 옮긴 배경에도 이러한 고민이 있었다.
그는 “한국 영화를 사랑하고 계속 작업하면서 영화 수입과 제작에도 관심이 생겼다. 지난해부터 극장을 더 열심히 다니고 있고 영화제도 다니게 됐다”며 “영화를 수입하고 싶어서 배우고 있다. 제작에도 관심을 갖고 있는데 그런 부분을 서포트해줄 수 있는 곳을 찾다가 지금의 회사와 이야기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직접 제작사를 차리는 것보다는 자신이 가진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도록 도움받는 방향을 택했다.
류준열은 “다른 영화사 대표들을 만나 자문을 받기도 한다. 영화 제작은 혼자 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실제로 진행하고 있는 것도 있다. 영화를 소개하는 유튜브도 생각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제가 아이디어를 내면 감독님들도 연출에 관심이 있느냐고 물어보는데 연출 욕심은 없다. 좋은 기획을 하고 좋은 스태프를 꾸려 좋은 작업을 하고 싶은 욕심은 있다. 영화제를 다니다 보니 쉽게 제작되기 어려운 작품들에 관심이 생긴 시점이 온 것 같다. 극장에서 작품을 계속 보고 싶다. 틈만 나면 극장에서 영화를 본다. 영화과를 나와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계속 보고 싶고 만들고 싶다”고 했다.
최근 배우 소지섭이 수입한 영화를 본 경험도 자극이 됐다. 류준열은 “소지섭 선배가 최근 수입한 ‘시라트’를 보고 ‘선배 덕분에 재미있게 봤다’고 했더니 뿌듯해하시더라”며 “저도 언젠가 제가 만든 작품이든 수입한 작품이든 흥행을 떠나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류준열은 촬영장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스태프들의 모습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는 “정말 눈이 반짝반짝해서 땀을 뻘뻘 흘리면서 뛰어다니더라. 그걸 보면서 ‘나도 저렇게 하고 있나’ 싶었다. 그 장면과 얼굴들이 사진처럼 기억에 남는다”며 모두가 행복한 현장을 만들고 싶은 바람을 전했다.
[양소영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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