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민영화 주도’ 중도우파 거물 발라뒤르 전 총리 별세

프랑스 중도우파를 대표했던 에두아르 발라뒤르 전 총리가 별세했다. 향년 97세.
발라뒤르 전 총리의 가족은 그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별세했다고 AFP통신에 밝혔다. 사인은 알려지지 않았다.
프랑스 1·2차 좌우 동거정부(코아비타시옹)에서 경제장관과 총리를 지낸 그는 프랑스의 민영화와 시장경제 개혁을 이끈 인물로 평가된다.
1929년 오스만제국에서 태어난 발라뒤르 전 총리는 1934년 가족과 함께 프랑스로 이주했다. 프랑스 엘리트 관료 양성기관인 국립행정학교를 졸업한 이후 1964년 조르주 퐁피두 당시 총리의 보좌관으로 공직에 입문했다. 약 10년 뒤 퐁피두 전 대통령 재임기에는 비서실장을 지냈다.
1974년 퐁피두 전 대통령 사망 이후 한동안 정계를 떠났던 그는 1986년 자크 시라크와 손잡고 정치 일선에 복귀했다. 좌파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과 우파 시라크 총리가 권력을 나눠 가진 프랑스 최초의 동거정부에서 경제·재무·민영화부 장관을 맡아 국영기업 민영화 등 시장경제 개혁을 주도했다. 당시 소시에테제네랄과 파리바 등 대형 금융사와 방송사 TF1 등 프랑스 대표 기업들이 민영화됐다.
1993~1995년에는 총리로서 미테랑 대통령과 2차 동거정부를 이끌었다. 좌우 진영 간 큰 충돌 없이 국정이 비교적 원만하게 운영된 이 시기는 프랑스 현대 정치사에서 ‘벨벳 동거’로 불린다. 발라뒤르는 총리 재임 중 연금제도 개혁도 추진했다.
그는 1995년 대선을 계기로 오랜 정치적 동지였던 시라크와 결별했다. 애초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지만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출마를 선언하면서 시라크와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1차 투표에서 낙선한 이후 시라크가 대통령을 퇴임한 2007년까지 하원 의원을 지냈다.
말년에는 총리 시절 뇌물 수수 혐의로 오랜 기간 재판을 받았으나 2021년 무죄를 선고받았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발라뒤르 전 총리를 “자신의 삶을 제5공화국에 바친 인물이자 엄격하고 헌신적인 프랑스의 봉사자였다”고 애도했다.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총리는 “개혁 정신을 지닌 정치가였던 고인은 정치적 동지들에게 영원한 귀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발라뒤르 전 총리의 정치적 후계자로 꼽히는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모범이자 멘토, 그리고 친구를 잃었다”고 애도했다.
최경윤 기자 ck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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