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센트 "이란 제재 매주 확대"…美 국채 장기금리 뛰며 장단기 금리차 확대
AI 투자 확대하는 하이퍼스케일러까지 장기자금 수요 자극…알파벳 등 부담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의 대이란 제재 강화 발언에 이어 미·이란 간 무력 충돌이 재개되면서 미국 국채 장기금리가 상승했다.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확산된 영향이다.
베센트 장관은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를 앞두고 이란에 대한 추가 제재를 매주 내놓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란과 거래하는 금융기관을 달러 기반 금융시스템에서 차단하는 방식으로 경제적 압박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 베센트 대이란 압박에 유가 90달러 돌파
미국과 이란의 충돌이 재개되면서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다시 부각됐다. 31일(현지시간) 브렌트유는 전장보다 2.39달러(2.71%) 오른 배럴당 90.4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2.36달러(2.83%) 상승한 85.76달러에 마감했다.
유가 상승은 미국채 시장에서 금리 상승 압력으로 이어졌다.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 물가 상승세가 다시 강해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하가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기 때문이다.
특히 장기물 금리가 상대적으로 크게 움직였다. 10년물 금리는 4.7%대까지 상승하며 2025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 안전자산 미국채도 못 피한 인플레이션 우려
통상 지정학적 충돌이 발생하면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에 매수세가 유입돼 금리가 하락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전쟁 자체보다 유가를 통한 인플레이션 충격에 시장의 시선이 더 쏠렸다.
미·이란 충돌 재개가 원유 공급 차질 우려를 키우고, 유가 상승이 물가와 금리 전망을 흔들면서 장기금리에 상승 압력을 가한 것이다.
여기에 미국의 재정적자와 국채 공급 부담도 장기금리의 구조적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 하이퍼스케일러 AI 투자도 장기금리 변수
장기금리 상승을 바라볼 때 알파벳을 비롯한 하이퍼스케일러들의 AI 투자 확대도 변수다.
알파벳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오라클 등 대형 기술기업들은 AI 데이터센터와 서버·네트워크 인프라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AI 경쟁이 격화될수록 자본지출 규모도 커지면서 회사채 발행 등 외부 자금조달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는 미국 정부의 국채 발행과 함께 장기자금을 둘러싼 경쟁 요인이 될 수 있다. 재정적자에 따른 국채 공급 부담에 더해 민간에서도 대규모 AI 투자 자금 수요가 발생하면서 장기금리의 하방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알파벳 역시 AI 데이터센터와 관련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AI 투자 확대가 성장 기대를 높이는 동시에 장기금리 상승 국면에서는 자금조달 비용과 미래 현금흐름의 할인율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 美 국채 커브 '베어 스티프닝'…뉴욕증시 일제히 하락
미국채 시장에서는 금리가 전반적으로 상승하는 가운데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상대적으로 크게 오르는 '베어 스티프닝' 흐름이 나타났다.
단기금리는 Fed의 정책금리 전망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반면 장기금리는 인플레이션과 재정적자, 국채 공급, 기간 프리미엄 등의 영향을 함께 받는다. 미·이란 충돌과 유가 상승에 따른 물가 우려가 장기금리에 더 크게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장기금리 상승은 알파벳 등 하이퍼스케일러와 AI 관련 성장주에도 부담이다. 막대한 AI 투자를 통해 성장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높은 할인율과 자금조달 비용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뉴욕증시는 중동 지역의 긴장이 다시 고조되면서 31일 일제히 하락했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374.09포인트(0.70%) 하락한 5만3185.90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25.62포인트(0.33%) 내린 7686.14에, 나스닥 종합지수는 31.53포인트(0.12%) 하락한 2만6370.89에 각각 마감했다.
미국은 전날 호르무즈 해협의 이란 라라크섬을 공습했고 이란은 요르단과 아랍에미리트(UAE) 내 미군 기지를 겨냥해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란을 향해 강력한 보복을 예고하면서 중동 지역의 긴장이 다시 높아졌다.
케빈 워시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매파적 발언도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워시 의장은 지난 28일 잭슨홀 경제정책 심포지엄에서 "우리는 기조적 인플레이션이 분명하고 충분히 빠른 속도로 목표를 향해 움직이고 있다는 확신을 가져야한다"며 물가 상승세가 충분히 둔화하지 않을 경우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