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스톡커] 주유비 폭등, 국채값 폭락을 남이 해결하라니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11월 3일(현지 시간) 중간선거를 앞두고 중동 정세 불안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로 미국 내 휘발유 가격이 급등하고 국채 가격은 급락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각계를 압박하고 나섰다.
앞에서는 이란을 군사적·경제적으로 제압했다고 연일 강조하지만, 미국 내 휘발유 가격 상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으로 치명타가 될 수 있는 게 외교가와 월가의 대체적인 추정이다. 테일러 로저스 백악관 부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성공적인 에너지 지배력 의제가 최대 주유비 절감 효과로 이어지도록 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정유 능력을 확대하고, 미국 국민을 위해 (휘발유)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을 함께 모색할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인들은 전 세계에서 약값을 제일 비싸게 부담했다"며 "제약사들이 우리를 벗겨 먹은 것인데, 이제 우리는 가장 저렴한 가격을 부담하게 됐다"고 자평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美 8월 휘발윳값, 사상 첫 한 달 내내 4달러대
호르무즈 군사 충돌 재개에 국제유가 또 반등
선거 앞두고 다급한 트럼프, 정유사 전부 호출
제약사 약값도 낮추고 워시엔 통화완화 압박
베선트 日금리 인상 시사...유럽 채권도 ‘흔들’

11월 3일(현지 시간) 중간선거를 앞두고 중동 정세 불안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로 미국 내 휘발유 가격이 급등하고 국채 가격은 급락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각계를 압박하고 나섰다. 정유 업계에는 기름값을 내리라고,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에게는 기준금리를 인하하라고 각각 주문한 것이다. 유가와 금리는 서민 생활과 직결되는 문제라서 트럼프 대통령도 점점 다급해하는 모양새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인위적 조치가 경제적인 부작용을 동반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인플레이션의 근본 원인인 대(對)이란 전쟁은 무력 공방 재개로 재차 수렁에 빠져,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게 됐다.

미국 휘발유 가격이 이렇게 높이 치솟은 것은 중동 전쟁 이후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책임지던 호르무즈 해협 통항에 지장이 생겼기 때문이다. 미국 휘발유 가격은 올 2월 28일 미국·이스라엘의 대이란 공습 직전까지만 해도 갤런당 2달러대에 불과했다. AAA에 따르면 미국의 평균 소매 경유(디젤) 가격도 올해 들어 57% 급등했다.국제유가는 31일에도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군사 충돌을 재개했다는 소식에 3% 가까이 급등했다. 영국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10월물 선물은 전 거래일보다 2.71% 오른 배럴당 90.49달러에 거래를 마쳤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0월물 선물도 2.83% 오른 배럴당 85.76달러를 기록했다. 미군은 지난 30일 이란 라라크섬에 설치된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기뢰 설치용 로켓발사대 2곳을 공습했다. 이에 이란은 31일 미군기지가 있는 요르단과 아랍에미리트(UAE)를 보복 타격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이란의 요르단 내 미군 기지 공격에 대해 “대응이 있을 것이고 강하게 타격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에서도 “이란은 실패한 국가이고 완전히 죽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은 해군, 공군도 없고 화폐도 없고 군인이나 경찰에게 급여도 지급하지 않고 있다”며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은 300%에 달하고 지도부는 완전히 혼란 상태에 빠져 국가를 제대로 대표할 능력도 없다”고 주장했다.
앞에서는 이란을 군사적·경제적으로 제압했다고 연일 강조하지만, 미국 내 휘발유 가격 상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으로 치명타가 될 수 있는 게 외교가와 월가의 대체적인 추정이다. 트럼프 대통령 본인도 중간선거를 앞두고 휘발유 가격이 좀체 안정되지 않자 다음달 1일 대형 정유사뿐 아니라 중·소형 정유사, 유통사 경영진을 워싱턴DC 백악관에 총집결시키기로 했다. 이 자리에는 더그 버검 내무부 장관과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도 배석할 예정이다. 테일러 로저스 백악관 부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성공적인 에너지 지배력 의제가 최대 주유비 절감 효과로 이어지도록 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정유 능력을 확대하고, 미국 국민을 위해 (휘발유)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을 함께 모색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3일에도 셰브런과 엑손모빌 등 대형 석유회사를 겨냥해 “공급 부족의 상황에서 돈을 너무 많이 벌고 있어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그들은 이익의 일부를 국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비난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지난 28일에는 베네수엘라의 석유 매장량 650억 배럴에 대한 ‘과반의 통제권’을 확보했다고 공표하며 민심을 다독였다. 미국은 650억 배럴의 원유가 매장된 베네수엘라의 17개 유전을 개발하고 생산량의 55%를 가져가기로 한 합의안을 발표했다. 이는 미국의 석유 매장량(460억 배럴)보다 더 많은 양이었다. 미국 환경보호청(EPA)도 정유 업체들에 대한 재생연료 혼합의무 면제 규모를 당초 예고한 9억 9000만 크레딧에서 연간 17억 6000만 크레딧으로 늘려 발표했다. 재생연료 혼합의무는 휘발유와 경유에 일정량의 에탄올과 바이오디젤 등을 섞을 수 있게 하는 조치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아가 이날 9개 제약사와 약값 인하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이들 기업의 주요 의약품 가격은 최혜국(MFN) 수준으로 내려가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인들은 전 세계에서 약값을 제일 비싸게 부담했다”며 “제약사들이 우리를 벗겨 먹은 것인데, 이제 우리는 가장 저렴한 가격을 부담하게 됐다”고 자평했다.
선거를 마주한 트럼프 대통령의 민생 관련 압박은 연준에도 가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워시 의장이 금리 인상을 시사했는데 이에 반대하느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일단 선을 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워시 의장을 많이 존중하고 그는 해야 할 일을 할 것”이라면서도 “우리 금리는 너무 높은데, 세계에서 최저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플레이션은 성공과 성장이 아니라 다른 이유로 발생하는 것”이라며 “우리가 잘나갈 때에는 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없고, 많은 경우에 낮춰야 한다”고 부연했다. 워시 의장은 28일 미국 와이오밍주에서 열린 연준 경제정책 심포지엄(잭슨홀미팅) 기조연설에서 “기저 인플레이션이 우리의 목표를 향해 분명하고 충분한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는 확신을 가져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해야 할 일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월가는 이를 사실상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했다.
실제 31일 국채시장에서는 장기물 금리까지 다시 들썩였다. 글로벌 채권시장 추종 지표(벤치마크)인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이날 장중 4.75%를 넘어서면서 지난해 1월 이후 1년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30년물 금리도 장중 5.26%까지 치솟았다.
워시 의장은 같은 날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애슈빌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개막 전체회의에서 “지금 이 순간을 규정한다면 글로벌 투자 급증의 시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글로벌 경제가 과거 ‘저축 과잉(savings glut)’ 시대에서 벗어나 ‘투자 급증(investment surge)’의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분석이었다. 워시 의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부터 열린 G20 회의에서는 글로벌 저축 과잉이 주요 화두였다”며 “상황은 역전됐고 새로운 시기는 ‘장기 성장’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베선트 장관의 이 발언은 일본 중앙은행이 다음달 17~18일 금리를 한 차례 더 올릴 수 있음을 시사한 발언으로 받아들여졌다. 엔화는 지난달 31일부터 단행된 미국과 일본 정부의 이례적인 통화 매입 이후에도 줄곧 약세를 보이는 상태다. 미국과 일본 정부 개입 직전 달러당 164엔 수준으로 떨어져 4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던 엔화 가치는 이달 다시 약세로 돌아서면서 심리적 저항선인 160엔을 재차 넘어섰다. 로이터통신은 일본은행이 9월 회의 이후에도 연간 2회 정도인 금리 인상 속도를 더욱 공격적으로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베선트 장관은 27일 재무부가 엔화 매수에 나서면서 환율안정기금(ESF)을 활용한 근거 등을 요구하는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에게 서한을 보내고 “엔화 시장이 무질서해지면 궁극적으로 미국 가계와 기업의 차입 비용이 높아질 수 있다”며 해당 조치가 미국 국채 금리 상승 억제에 있음을 드러내놓고 인정했다. 엔화 약세를 저지해 달러화와 미국 국채 가치를 높이겠다는 구상에서 비롯된 정책이다. 베선트 장관은 19일 국채 장기물 바이백(재매입) 규모를 회당 20억 달러에서 최소 40억 달러로 두 배 확대하는 조치를 전격 발표하기도 했다.
제 갈 길을 가는 미국의 금리 정책에 글로벌 국채 매도세가 확산되며 유럽 채권시장도 직격탄을 맞았다. 31일 장중 독일 10년물 국채 금리는 3.312%로 뛰어올라 유럽 재정위기 때인 2011년 5월 이후 1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 됐다. 같은 날 프랑스 국채 10년물 금리도 2008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4.163%까지 뛰었다. 채권시장은 다음달 유럽중앙은행(ECB)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미리 반영했다. 시장은 ECB가 현 2.25%인 예금금리를 다음달 10일과 이후 한 차례씩 올려 연말까지 2.70%로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국채 금리는 독일이 2.916%, 프랑스는 3.112%까지 상승했다. ECB는 유럽 경제의 침체 우려에도 중동발(發) 인플레이션 조짐에 대응할 목적으로 지난 6월 정책금리를 2년 9개월 만에 처음 올린 바 있다.
로이터통신은 30일 유럽 중앙은행 인사들이 연준 잭슨홀미팅을 계기로 미국과 통화정책을 공조하던 관행에 확신을 갖지 못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엔·달러 시장 개입, 바이백 규모 확대 등도 모두 연준과는 무관한 트럼프 행정부의 개별 조치로 진행된 까닭이다. 특히 미국 재무부가 엔화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달러화가 아닌 유로화를 매도하면서 유럽에 사전 통보하지 않은 점을 두고 당국자들이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는 전언이다.
월가에서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초조함이 더 커지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생활 물가와 연방정부 이자 부담을 낮추려는 무리한 시도가 계속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주시할 점은 이 과정에서 나오는 정책들이 정상적인 기업 활동과 시장 질서를 해치는지 여부다. 미국의 정책적인 무리수가 잇따르면 유럽, 일본은 물론 한국의 경제도 예상치 못한 타격을 입을 수 있기에 트럼프 행정부의 선거 대응 움직임을 면밀히 살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뉴욕=윤경환 특파원 ykh22@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숨차게 뛸 필요도 없어”…하루 ‘단 10분’ 느리게 뛰었더니 놀라운 효과
- “도저히 못 버텨” 10만 명 쏟아졌다…빚 갚을 돈 없는 서민들 확 늘어난 이유가
- ‘친일 논란’ 하영 증조부 안상호, 사료에 ‘고종 독살 의혹’ 기록
- “1인당 평균 136만원씩 받는다”…지난해 ‘여기’서 돈 많이 쓴 226만명 혜택
- 한국인들 없어서 못 먹는 건데 어쩌나…“300만마리 줄폐사” 펄펄 끓는 바다에 결국
- “그냥 복통인 줄 알고 넘겼는데”…대장암 키우는 신호라는 ‘이 증상’, 뭐길래?
- “한국인들 제발 그만 와” 불만 쏟아지더니…결국 ‘숙박세’ 받는다는 日 도시, 어디?
- “비싸도 너무 비싸”…사진 찍기 바쁘던 2030 싹 사라진 골프장, 무슨 일?
- 북한 노동자 몰려온 뒤 ‘기생충 감염’ 환자 폭증…평온했던 러 탄광마을에 무슨 일?
- 사람들 다시 마스크 쓰기 시작했다…“한 달 만에 코로나 52만명 걸렸다” 中은 ‘초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