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유출된 건 개인정보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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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개인정보가 새어 나갔다. SK텔레콤에 이어 쿠팡, 티빙, GS리테일까지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유통·플랫폼 기업의 개인정보 유출은 더 무겁게 봐야 한다.
쿠팡은 약 3755만명의 개인정보 유출로 6246억원대 과징금을 부과받았고, 티빙에서도 1953만명 규모의 개인정보가 새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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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뿐인 재발 방지' 넘어 보안체계 세워야

또 개인정보가 새어 나갔다. 이제는 놀라움보다 피로감이 먼저 든다. SK텔레콤에 이어 쿠팡, 티빙, GS리테일까지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사고가 터질 때마다 기업들은 사과문을 내고 재발 방지를 약속한다. 이용자들은 비밀번호를 바꾸고, 혹시 모를 2차 피해를 걱정한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비슷한 사고가 또 반복된다.
특히 유통·플랫폼 기업의 개인정보 유출은 더 무겁게 봐야 한다. 이들 기업은 소비자의 일상 가장 가까이에 있다. 물건을 주문하고, 멤버십을 적립하고, 콘텐츠를 구독하는 과정에서 소비자는 이름과 연락처, 주소와 결제·배송 정보 등을 맡긴다. 편의를 얻기 위해 기업을 믿고 자신의 생활 정보를 내어주는 셈이다.
그런 점에서 유통기업의 개인정보는 단순한 회원정보가 아니다. 소비자의 생활 반경과 소비 습관이 압축된 신뢰의 기록이다. 기업은 이 정보를 바탕으로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맞춤형 마케팅으로 충성 고객을 붙잡는다. 정보는 기업의 자산이지만, 그 출발점은 소비자의 신뢰다.
그러나 최근 이어지는 유출 사고는 그 신뢰를 흔들고 있다. 쿠팡은 약 3755만명의 개인정보 유출로 6246억원대 과징금을 부과받았고, 티빙에서도 1953만명 규모의 개인정보가 새어 나갔다. 최근에는 GS리테일이 GS샵과 GS25 166만명의 회원정보 유출로 128억원대 과징금을 맞았다. 쇼핑과 콘텐츠, 편의점까지 소비자의 일상과 맞닿은 서비스들이 잇따라 보안 허점을 드러낸 셈이다.
물론 개인정보를 노리는 공격은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다. 이미 확보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무차별 대입하는 공격은 기업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운 위협이다. 하지만 '해킹 수법이 고도화됐다'는 말이 기업의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소비자에게 중요한 것은 결국 '내 정보가 빠져나갔다'는 사실이다.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문장은 이제 너무 익숙하다. 사고 뒤 사과문을 내는 것은 수습의 시작일 수는 있어도 책임의 끝일 수는 없다. 소비자가 듣고 싶은 것은 말뿐인 재발 방지가 아니라,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을 구조를 마련했다는 증거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딱 맞다. 더 큰 문제는 소를 잃은 뒤에도 외양간을 제대로 고쳤는지 소비자가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시간이 지나 잊히기를 기다리는 듯한 대응으로는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
개인정보 보호는 비용이 아니라 서비스의 일부다. 배송망과 물류센터만큼이나 단단해야 할 기업의 기본 인프라다. 특히 소비자와 직접 만나는 B2C 기업이라면 정보보호는 선택이 아니라 장사의 전제다. 소비자가 안심하고 정보를 맡길 수 있어야 서비스도 지속될 수 있다.
과징금이 커지고 제재가 강화되는 것도 필요하지만, 처벌이 두려워서야 움직이는 보안은 늘 한발 늦다.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경각심은 사고가 난 뒤에야 켜지는 비상등이 아니라, 평소 켜져 있어야 할 안전등이어야 한다. 시스템과 인력, 내부 통제와 경영진의 책임까지 함께 움직여야 한다.
유출된 것은 이름과 주소만이 아니다. 소비자가 기업을 믿어도 된다는 확신도 함께 새어 나갔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될수록 무뎌지는 것은 신뢰다. 기업들이 정말 재발을 막고 싶다면 먼저 튼튼한 외양간을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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