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전쟁 한계 다다른 美… 장성들도 “중동 병력 유지 어려워”

미국과 이란의 중동 전쟁이 발발한 지 6개월이 지나면서 미군 최고위급에서 “중동 병력을 현재 수준과 같이 유지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경고음이 나온 것으로 30일(현지 시각) 전해졌다. 병사들의 사기 저하는 물론 군수 자원 급감과 유럽과 인도·태평양 지역 등에 대한 방어 능력 약화 같은 문제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전략 비축유(SPR)가 4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소식도 전해지면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는 가운데, 미국과 이란은 약 한 달 만에 공격을 주고받으며 무력 공방을 재개했다.
◇美 전략 비축유, 44년 만에 최저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미 육·해·공군 수뇌부와 유럽·아시아·중남미 지역을 맡은 미 4성 장군들이 피트 헤그세스 국방 장관에게 “중동에 병력과 장비를 지금처럼 오래 묶어두거나 기간을 연장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의견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헤그세스는 지난달 14일 이 중 일부는 9월, 나머지는 내년까지 현지에 남도록 명령했다. 미 육군 최정예로 불리는 제82공수사단 병력 2000여 명 중 일부도 이에 포함된다. 군 수뇌부는 이 명령에 대해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했다는 것이다. 유럽·태평양·남부사령부 사령관과 해군 최고위 제독은 “명령을 따르겠지만 동의하지는 않는다”고 했다고 한다.
전 세계에 전개돼 있는 군사 자원이 중동 지역에 장기간 배치되면서 미 본토에 대한 위협 수준도 한층 올라갔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대릴 커들 해군참모총장은 “종전 시점조차 예상되지 않는 상황에서 현재 수준의 지원은 지속할 수 없다”며 가장 강한 우려를 전달했다. 그는 미 해군 구축함 가운데 즉각 배치할 준비가 된 함정이 전체의 4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WP는 “전반적으로 군 지도부가 전달한 분위기는 ‘너무 많은 것을 너무 오랫동안’ 감당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세계 최강으로 꼽히는 미군 전력이지만 장기화된 전쟁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조짐은 곳곳에서 확인된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기준 미국의 전략 비축유는 약 2억9000만 배럴로 1982년 말 이후 44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최대 저장 능력(7억1400만 배럴)의 41% 정도다. 전임 바이든 행정부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고유가에 대응해 대규모 방출한 데 이어 트럼프 행정부도 이란 전쟁에 따른 공급 차질과 유가 상승에 대응해 비축유를 풀면서 추가 석유 공급 충격에 대응할 여력도 줄었다. 트럼프도 이날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에 “내가 베네수엘라 석유로 할 일 중 하나는 국가 전략 비축량을 채우는 것”이라며 비축량 부족 상황을 사실상 인정했다. 미국은 지난 1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해 축출한 후 베네수엘라 유전 17곳에 대한 100년간 개발권을 갖는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11월 미국을 떠나 약 9개월간 중동 지역에 발이 묶인 미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함에서는 장기 파병의 영향으로 승조원들의 자살 시도가 이어지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군사 작전을 총괄하는 브래드 쿠퍼 미 중부사령관이 이례적으로 직접 링컨함을 찾는 등 비상 조치에 나서기도 했다. WP는 “사령관들은 ‘길어지는 파병은 모든 가정에 큰 부담을 준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이란, 한 달 만에 교전 재개
전쟁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미국 내에서 커지는 가운데 미국-이란 간 직접 교전은 한 달 만에 재개됐다. 미군은 30일 호르무즈 해협의 요충지인 이란 라라크섬에서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의 기뢰 설치용 로켓 발사대 2곳을 타격했다. 미 중부사령부는 IRGC가 기뢰를 장착한 로켓을 호르무즈 해협에 발사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돼 “임박한 위협”에 대해 “제한적이고 정밀한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이란 언론은 이 공격으로 최소 2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이란은 즉각 보복했다. 혁명수비대는 요르단의 말리크 후세인 공군 기지와 알아즈라크 기지 등 미군 주둔 기지 2곳을 미사일로 공격했다고 밝혔다. 이란 매체는 호르무즈 해협의 미군 함정을 향해서도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보도했다. 미사일 대부분은 요격돼 미군의 중대한 피해는 확인되지 않았다.
미국은 이번 공격을 ‘제한적 정밀 타격’이라고 규정했지만 이란이 곧바로 보복하면서 한동안 잦아들었던 양국 간 교전이 다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WP는 “이란이 미국 내 전쟁 반대 여론과 미군 전력 소모를 계산하면서 항복을 거부하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갈수록 어려운 딜레마에 직면하고 있다”고 전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강남언니’ 이용자 22만 명 정보 유출...상담·시술 정보까지
- 한겨울 쓰러진 손님 12시간 방치해 사망케 한 업주 징역 2년
- 이동하·김대진·김도훈, 대한민국예술원상
- 천하람 “강신철, 아들 상가 고의 은폐...96년생 아들이 7억 어떻게 마련했나”
- [단독] 이소영 공천 헌금 논란...배우자 이름으로 ‘차명’ 후원한 시의원 공천
- 조국혁신당, 중수청장 후보에 반기 “또 검찰 출신…철저히 검증”
- 대학가 자취방까지 침투한 ‘필로폰 13만명 투약분’… 마약 조직 94명 검거
- 권력형 조폭 원조 ‘정치 깡패’ 이정재... 왜 서울 한복판서 조리돌림 당했나
- “극장 신작, 5개월 뒤에 OTT서 보라고?”
- 40홈런 앞둔 KIA 김도영, 8월 MVP…두산 곽빈 등 제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