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만난 푸틴, 국제적 고립 ‘숨구멍’ 찾나

SCO 정상회의서 3개월 만에 정상회담…“모든 분야 협력 성공적”
에너지 고위 인사 대거 참석…천연가스 수송관 사업 등 논의한 듯
미국과 전쟁 중인 이란 대통령도 참석…대미 ‘공동 메시지’ 주목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1일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 개막을 계기로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에서 회담했다. 양국 정상이 다시 마주 앉은 것은 지난 5월 베이징 회동 이후 약 3개월 만이다.
중국중앙TV(CCTV)와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오후 푸틴 대통령과 회담했다. 타스통신은 푸틴 대통령이 회담에서 “러시아와 중국의 협력은 모든 분야에서 성공적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날 러시아 측 회담 참석자에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과 알렉세이 오베르추크 부총리, 막심 레셰트니코프 경제개발부 장관, 세르게이 치빌료프 에너지부 장관 등이 포함됐다. 또 푸틴 대통령의 해외투자·경제협력 특사인 키릴 드미트리예프 러시아직접투자펀드(RDIF) 최고경영자(CEO)와 국영 원자력기업 로사톰의 알렉세이 리하체프 사장도 배석했다.
에너지 분야 고위 인사들이 대거 참석한 만큼 ‘시베리아의 힘-2’ 가스관을 비롯한 중·러 에너지 협력 방안이 논의됐을 것으로 보인다. ‘시베리아의 힘-2’는 러시아 야말반도에서 몽골을 거쳐 중국으로 연간 최대 500억㎥의 천연가스를 수송하는 가스관 사업이다. 가동되면 러시아는 유럽에 공급하던 천연가스의 상당 부분을 중국으로 돌릴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 4년6개월째 전쟁을 이어가며 서방과 대립 중인 푸틴 대통령은 이번 SCO 정상회의를 러시아가 국제적으로 고립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무대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AFP통신 등은 평가했다.
미국과 이란 간 전쟁 문제도 논의됐을 것으로 보인다. 중·러는 그간 SCO를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에 맞서는 대안적 협력체로 부각해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 거래하는 제3국에 대한 제재를 예고하고 대이란 공습까지 재개한 만큼, SCO 정상회의에서 공동 메시지의 수위와 대응 방안을 조율할 필요성이 커진 상황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다자안보협력기구인 SCO 정상회의는 이날 비슈케크에서 개막했다. 미국이 이란 공습을 재개하고 경제적 압력도 강화하는 가운데 열린 이번 정상회의는 SCO의 결속력을 확인하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1일까지 진행되는 SCO 정상회의에는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을 비롯해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등 회원국 정상들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등이 참석한다. SCO는 10개 정회원국 외에도 튀르키예,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등 15개 파트너국이 참여한다. 이란은 2023년 정회원이 됐다.
올해 25회째인 이 회의는 처음으로 회원국이 미국과 직접 충돌하는 상황에서 열린다. SCO가 미국의 움직임에 맞서는 행동을 할 가능성은 작다고 평가된다. 국제관계 전문가 모하마드 하산 나즈미는 AFP통신에 이란 당국이 “SCO에 가입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미국과 유럽의 제재를 우회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면서 SCO가 이란에 주는 구체적 혜택은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에바 자이베르트 독일 메르카토르 중국연구소 선임분석가는 닛케이아시아에 “중국은 이란과 경제적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미국과의 불필요한 대립을 피하고자 신중한 태도를 취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회의 참여 지도자들이 이란에 상징적 연대를 표명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미국의 추가 제재 가능성은 서방 중심의 세계질서에 도전해온 이들에게 더욱 큰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SCO는 중국과 러시아의 ‘상징적 지도력’을 과시하는 장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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