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시 연준의장 발언 '충격파'.. 9월 금리 인상 확률 55.7% 급등
9월 금리 인상 확률 35.4%서 55.7%로 하루 만에 급등
AI 생산성 향상·기업 지출 견조…美 실물경제 낙관론 제시
미 금리 상승에 환율·자금 흐름 출렁…한국 경제 부담 우려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이 잭슨홀 경제정책 심포지엄에서 물가 흐름에 대한 강한 경계심을 드러내며 필요할 경우 추가 긴축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하면서다. 시장에서는 오는 9월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빠르게 높아졌고, 미국 국채 금리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워시 의장은 현지시간 28일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심포지엄 기조연설에서 기조적 물가상승률이 연준의 목표인 2%를 향해 충분한 속도로 낮아지고 있다는 확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물가가 목표를 향해 명확하게 움직이지 않는다면 연준이 추가로 해야 할 일이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으면서 통화정책 방향이 다시 긴축 쪽으로 기울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특히 시장이 주목한 부분은 물가 지표에 대한 평가다. 최근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와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보다 양호한 흐름을 보였지만, 워시 의장은 이를 근본적인 물가 추세가 충분히 개선됐다는 신호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인플레이션이 목표 수준에 안착하기까지 상당한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시장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가 인상될 확률은 전날 35.4%에서 55.7%까지 뛰었다. 불과 하루 만에 금리 인상 전망이 절반을 웃돌면서 투자자들의 통화정책 전망도 크게 달라졌다.
2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은 급등했고 달러 가치도 강세를 보였다. 단기 금리에 민감한 금융시장이 워시 의장의 발언을 매파적 신호로 받아들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워시 의장은 경기 자체에 대해서는 비교적 낙관적인 진단을 내놓았다. 기업의 자본지출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인공지능(AI) 관련 투자가 설비와 무형자산 투자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기업들의 수익성도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고 소비와 기업활동 역시 탄탄하다는 판단이다. AI 기술 발전이 생산성을 높여 미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확대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내비쳤다.
고용시장에 대해서도 경기 급랭을 의미하는 신호로만 해석하지 않았다. 고용 증가세 둔화가 노동 수요의 급격한 위축보다는 노동 공급 정체와 같은 구조적 요인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시각이다. 경기와 기업활동이 견조한 상황에서 물가만 충분히 낮아지지 않는다면 연준 입장에서는 금리 인하보다 긴축을 선택할 명분이 커질 수 있다.
문제는 금리 인상이 미국 경제에 미칠 파급효과다. 높은 금리가 장기간 이어지면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이 증가하고 주택시장과 소비에도 부담이 커질 수 있다. AI 투자와 기업 지출이 경제 성장을 지탱하고 있지만 금융비용 상승이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면 성장 동력이 약해질 가능성도 있다.
물가를 잡기 위한 긴축이 고용과 소비를 압박하면서 경기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연준이 동시에 고려해야 할 과제다.
한국 경제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미국 금리가 다시 상승하면 한미 금리 차이와 글로벌 자금 흐름에 변화가 생길 수 있고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원화 약세가 심해지면 수입물가를 통해 국내 물가에도 부담이 전이될 수 있다. 한국은행 역시 미국의 통화정책과 국내 경기, 가계부채, 환율 흐름을 함께 살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다만 워시 의장이 9월 금리 인상을 확정적으로 선언한 것은 아니다. 그는 특정 결정을 미리 정하기보다 경제지표와 금융환경을 토대로 정책을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앞으로 발표될 물가와 고용, 소비 관련 지표가 금리 방향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로 떠오른 이유다.
시장에서는 잭슨홀 발언 자체보다 향후 데이터가 연준의 매파적 기조를 얼마나 뒷받침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잭슨홀에서 나온 워시 의장의 메시지는 미국 통화정책이 다시 긴축 국면으로 이동할 가능성을 시장에 각인시켰다는 평가다. 물가 안정과 경기 성장이라는 두 목표 사이에서 연준의 선택이 더욱 어려워지는 가운데, 9월 FOMC를 앞두고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당분간 확대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