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마지막 탄광’ 막장까지 내려간 전공의들

김현기 기자 2026. 8. 28.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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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성모병원, 20년 넘게 이어온 직업환경의학 현장 수련
내년 폐광 앞둔 도계 탄광 찾아 진폐 환자의 삶 배워

[의학신문·일간보사=김현기 기자] 의학책에서 배운 '진폐증'과 탄광 막장에서 마주한 진폐증은 달랐다.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전공의들이 내년 폐광을 앞둔 국내 마지막 탄광을 찾아 광부들이 일해온 현장을 직접 경험했다.

환자의 폐에 남은 질병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병이 시작된 삶의 현장까지 이해하기 위해서다. 서울성모병원이 20년 넘게 전공의들을 탄광 현장으로 보내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의료진 9명은 지난 11일부터 이틀간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을 방문했다. 명준표·강모열·이종인·박민영 교수와 김서영 임상강사, 전공의 4명이 함께했다.
사진제공=서울성모병원

첫날에는 진폐재해자와 가족들을 만나 건강강좌와 개별 상담을 진행했다. 산재 진단과 합병증 관리, 약물치료는 물론 사망 시 업무 관련성 평가와 질병 사망 판정 과정에서 환자와 가족들이 궁금해하는 내용을 직접 설명했다.

이튿날 전공의들은 경동광업소 갱도로 향했다. 석탄을 캐는 작업장 깊숙한 곳까지 내려가 채준작업과 케이빙 채굴과정을 살피며 광부들이 탄분진에 노출되는 환경을 직접 확인했다.

국내 탄광은 대부분 사라졌지만 진폐증은 과거의 질병이 아니다. 고용노동부 2024년 산업재해 현황에 따르면 진폐증 환자는 약 2만명, 사망자는 506명에 달한다. 과거 탄광에서 일했던 근로자가 긴 잠복기를 거쳐 뒤늦게 진단받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서울성모병원은 국내 전공의 수련병원 가운데 유일하게 진폐증 전문치료를 제공하고 있다. 1961년 탄광 등 사업장 현장조사를 시작한 뒤 1962년 국내 최초 직업보건 전문기관을 설립했고, 이러한 전통은 지금도 현장 중심의 전공의 교육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번 수련에 참여한 김동근 전공의는 "진료실에서 환자를 보고 이론적으로 공부하며 진폐와 그 원인을 이해한다고 생각했지만, 막장까지 내려가 탄분진 등 유해요인을 몸으로 체험한 것은 전혀 다른 경험이었다"며 "앞으로 환자를 마주할 때 이날의 경험이 진료 전반에 큰 영향을 줄 것 같다"고 말했다.

명준표 교수에게도 이곳은 특별하다. 그 역시 2005년 전공의 시절 탄광을 찾으며 진폐 환자들과 인연을 맺었다.

명 교수는 "전공의가 환자 곁과 작업 현장을 함께 경험해야 환자 진료에 진심을 다하고 산재 판정에서도 현장을 이해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다"며 "내년에 탄광이 문을 닫더라도 사업장 현장을 꾸준히 찾아 진폐재해자들의 건강을 살피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