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 3조 유상증자 승부수.. 성장인가 주주 부담인가
스위스 폴리펩타이드 인수로 글로벌 생산망 확대
송도 제2바이오캠퍼스 증설로 생산능력 대폭 강화
주주가치 희석 우려 속 인수 시너지 입증 과제

대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스위스 펩타이드 CDMO 기업을 인수하고 송도 생산시설까지 확대하면서 생산능력과 사업 영역, 글로벌 거점을 동시에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주주에게 부담을 전가할 수 있는 유상증자 방식인 만큼 투자 확대가 기업가치 상승으로 이어질지는 앞으로의 성과가 가를 전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8일 이사회를 열고 총 3조9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되며 신주 227만주를 발행한다. 예정 발행가액은 주당 132만2000원으로 할인율 15%가 적용됐다. 증자 규모는 기존 발행주식의 4.904%에 해당한다.
이번 자금 조달의 핵심은 스위스 소재 폴리펩타이드그룹 인수다. 전체 조달금 가운데 2조7062억원이 인수자금으로 투입되고 2948억원은 인천 송도 제2바이오캠퍼스 증설에 사용된다. 전체 자금의 약 90%가 인수에 투입되는 만큼 이번 증자의 성패는 폴리펩타이드그룹을 얼마나 빠르게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성장동력으로 연결하느냐에 달려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7월 폴리펩타이드그룹을 약 14억6000만스위스프랑, 우리 돈 약 2조7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손꼽히는 대형 인수합병으로, 이번 거래를 통해 펩타이드 의약품 CDMO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한다는 구상이다. 폴리펩타이드그룹은 유럽과 미국, 인도 등에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어 삼성바이오로직스 입장에서는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와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 확보라는 두 가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펩타이드 의약품은 비만과 당뇨 치료제 시장의 성장과 함께 관심이 커지고 있는 분야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관련 신약 개발과 생산능력 확보에 경쟁적으로 나서면서 CDMO 기업에도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기존 항체의약품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mRNA와 ADC, 펩타이드 등으로 영역을 넓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생산시설 확대 역시 장기 성장 전략의 중요한 축이다. 송도 제2바이오캠퍼스에는 대규모 생산시설이 순차적으로 들어설 예정이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향후 생산능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회사가 공개한 계획에 따르면 제2바이오캠퍼스에는 5공장부터 8공장까지 들어서며 2032년까지 총 72만 리터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대규모 유상증자가 주주가치에 미칠 영향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주 발행으로 기존 주주의 지분가치가 희석될 수 있고, 발행가액이 시장가격보다 낮게 책정되면서 단기적으로 주가에 부담을 줄 가능성도 있다. 특히 수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입한 인수의 성과가 예상보다 늦어지거나 펩타이드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하면 투자자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인수 이후 통합 과정도 과제다. 서로 다른 국가에 위치한 생산시설과 조직을 하나의 글로벌 운영체계로 묶어야 하며, 생산 품질과 고객 관리 체계를 유지하면서 시너지를 만들어야 한다. 막대한 인수자금을 투입한 만큼 매출 확대뿐 아니라 수익성 개선까지 입증해야 투자자들의 우려를 해소할 수 있다.
신주배정 기준일은 10월 6일이며 신주 상장 예정일은 11월 30일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생산능력, 제품 포트폴리오, 글로벌 거점이라는 세 축을 동시에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결국 3조원 유상증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새로운 도약의 발판인 동시에 상당한 책임이 따르는 승부수다. 펩타이드 시장을 선점하고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를 성공적으로 통합한다면 기업의 성장 반경은 크게 넓어질 수 있다.
반대로 인수 효과가 가시화되지 않는다면 대규모 자금 조달에 따른 주주 부담만 부각될 수 있다. 거대한 투자가 미래 성장으로 이어질지, 주주가치 희석이라는 후유증을 남길지는 앞으로의 경영 성과가 결정하게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