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살인의 추억’이 끝나지 않은 이유

강인석 기자 2026. 8. 27.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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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4월 개봉한 영화 '살인의 추억'은 봉준호 감독과 배우 송강호를 스타 반열에 올려놓은 작품이다.

영화 '살인의 추억'은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을 잡지 못한 형사들의 이야기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형사 박두만이 오래된 사건 현장을 바라보다 카메라를 응시하는 순간, 영화는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살인의 추억'에서 사라진 것은 범인이었지만, 제주에서 사라진 것은 국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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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4월 개봉한 영화 ‘살인의 추억’은 봉준호 감독과 배우 송강호를 스타 반열에 올려놓은 작품이다. 개봉 9일 만에 전국 관객 100만 명을 돌파했고, 최종 관객 525만여 명을 기록했다. 그러나 2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영화가 기억되는 이유는 흥행 성적 때문만은 아니다. 끝내 범인을 잡지 못한 사건을 통해 국가가 진실을 찾아가는 방식과 그 책임을 묻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 ‘살인의 추억’은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을 잡지 못한 형사들의 이야기다. 빗물에 씻겨 내려가는 발자국, 현장을 짓밟는 농기구, 과학적 수사 대신 형사들의 감과 자백에 의존하고 용의자를 폭행하며 사건 해결의 압박에 쫓기는 1980년대 경찰의 모습을 담고 있다.

진실을 찾는 일과 사건을 끝내는 일이 뒤섞이며 결국 범인은 잡지 못하고 사건은 미제로 남는다. 영화가 보여주는 진짜 공포는 범인을 잡지 못한 데만 있지 않다. 과학수사와 검증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사건 해결의 성과에 쫓기던 당시 수사 시스템의 구조적 한계, 그리고 그 앞에서 무기력해지는 공권력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형사 박두만이 오래된 사건 현장을 바라보다 카메라를 응시하는 순간, 영화는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단순히 “범인은 누구인가”가 아니라 “아직도 진실을 찾고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23년이 지난 지금 그 질문이 제주 30대 여성 실종사건에서 다시 제기되고 있다. 지난 5월 제주에서 실종된 30대 여성 A씨 사건을 담당한 경찰관이 거짓으로 ‘연락이 됐다’며 사건을 종결했고, A씨는 실종 신고 104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이 경찰관은 다른 60대 남성 실종 사건도 비슷한 방식으로 허위 종결했고, 이 남성 역시 숨진 채 발견됐다. 해당 경찰관이 1년 5개월 동안 처리한 실종 신고는 298건에 달한다.

298건이라는 숫자는 개인의 업무량을 넘어 실종사건 처리와 관리·감독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는지를 묻게 한다. 개인의 일탈에 대한 책임과 함께 그런 일이 장기간 발견되지 않은 구조적 문제를 따져야 하는 이유다.

‘살인의 추억’에서 사라진 것은 범인이었지만, 제주에서 사라진 것은 국민이다. 두 사건의 양상은 다르지만, 두 비극이 던지는 질문은 하나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국가가 자신의 책임을 끝까지 수행했느냐는 것이다. 국민이 경찰에 요구하는 것은 사건을 빨리 ‘종결’하는 능력이 아니라 국민이 발견될 때까지, 진실이 확인될 때까지 포기하지 않는 책임이다.

2003년 ‘살인의 추억’과 2026년 제주 사건에서 국민들이 느끼는 분노의 본질은 “내가 위험에 처했을 때 국가가 나를 구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신뢰의 붕괴다. 그래서 ‘살인의 추억’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영화가 “국가는 끝까지 진실을 찾았는가”를 묻게 했다면, 제주는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국가는 애초에 진실을 찾으려 하기는 했는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우리는 지금 제주에서 다시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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