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송 “확장 재정·금리 인상, 엇박자 아냐…환율은 여전히 높은 수준”

이준우 기자 2026. 8. 27.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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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정부의 확장 재정과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이 반드시 엇박자를 내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최근 큰 폭으로 하락했지만 여전히 예년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한국은행

신 총재는 27일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3.00%로 0.25%포인트 올린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재정 지출의 형태와 규모, 용도에 따라 통화정책과 엇박자인지가 결정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부는 반도체 호황에 따른 세수 증가를 바탕으로 내년 지출을 800조원 이상으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가 재정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는 동시에 한은은 금리를 올려 돈줄을 조이면서 두 정책이 충돌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신 총재는 재정이 어디에 사용되는지를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재정 지출이 미래 성장을 끌어올릴 수 있는 투자에 적용돼 잠재성장률을 높인다면 엇박자가 아니다”라며 “통화정책을 오히려 돕는 쪽으로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호황으로 국내총소득(GDI)이 크게 늘면서 정부의 세수 여건도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최근 1300원대 후반으로 내려온 달러 대비 원화 환율에 대해서는 “6월 말과 비교해 많이 하락했고 상당히 안정됐다”면서도 “역사적으로 보면 아직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금리 인상으로 환율이 추가로 하락하면 높은 수입 물가 상승률을 낮춰 국내 물가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신 총재는 이날 “환율은 예측 가능성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환율이 일정한 수준에서 예측 가능하게 움직여야 기업과 가계가 투자나 소비 계획을 세울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한은이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려 외환 시장의 중심을 잡아주는 것도 환율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이 지난달에 이어 두 차례 연속 금리를 올린 가장 큰 이유는 물가가 꼽혔다. 한은이 내놓은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이 각각 3.3%, 2.9%로 크게 높아진 가운데, 근원물가(가격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물가) 상승률도 두 해 모두 2.5%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반도체 호황이 기업 이익과 임금, 세수 증가로 이어지고 소비를 자극해 수요 측 물가 압력이 장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신 총재는 “물가 오름세가 확산하기 전에 조기 대응하면 궁극적으로 경제에 미치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며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말이 있는데, 우리는 선제적으로 호미로 정책을 펴기로 했다”고 말했다. 대응이 늦어져 나중에 금리를 더 큰 폭으로 올리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움직였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수도권 주택 가격과 가계 부채 증가에 따른 금융 불안도 금리 인상의 배경으로 꼽았다. 신 총재는 수도권 주택 가격 상승률이 두 자릿수를 유지하고 있다며 “통화정책만으로 집값을 잡을 수는 없지만 주택 가격 상승세를 완화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이 자산 가격과 신용 증가, 금융회사 레버리지 등을 종합해 산출하는 금융취약성지수(FVI)는 현재 46.5 수준이다. IMF 외환 위기 직전인 1997년 2분기를 100으로 놓고 산출한 수치로, 2009년 글로벌 금융 위기 직전의 79.5와 2022년 레고랜드 사태 당시의 65보다는 낮다. 다만 신 총재는 레고랜드 사태 이후 하락했던 금융취약성지수가 최근 다시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며 “상당히 깊은 우려를 갖고 있다”고 했다. 금리 인상이 집값을 잡는 특효약은 아니지만 신용과 레버리지 확대를 억제해 금융 안정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향후 기준금리가 추가 인상될 가능성이 있다는 신호도 나왔다. 이날 금통위는 금통위원들의 6개월 후 기준금리 전망을 나타낸 ‘점도표’를 발표했다. 점도표는 신 총재를 포함한 금통위원 7명이 앞으로 6개월 뒤 적절하다고 판단하는 금리 수준을 점으로 표시한 것이다. 위원 한 명당 3개씩 모두 21개의 점을 찍으며, 한 위원이 같은 금리 수준에 점 3개를 모두 찍을 수도 있고, 가능성을 나눠 서로 다른 금리에 점을 제시할 수도 있다.

이번 점도표에서는 현재보다 한 차례 추가 인상을 뜻하는 연 3.25%에 가장 많은 10개의 점이 몰렸다. 두 차례 인상을 반영한 연 3.50%에는 6개, 현재 수준인 연 3.00%에는 5개가 찍혔다. 중간값은 연 3.25%였다. 신 총재는 이를 두고 “지금보다 한 번 더 올리는 정도의 완만한 인상세를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앞으로 있을 회의는 모두 ‘라이브’”라며 물가와 성장률, 환율, 금융 안정 상황에 따라 추가 인상의 시기와 속도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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