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평기 제주경찰청장 “경찰이 책무 저버려”…사태 첫 공식 사과
“고인·유가족께 사과”…세 차례 허리 숙여

제주에서 잇따라 발생한 실종사건 허위 종결 사태와 관련해 고평기 제주경찰청장이 27일 "제주 치안을 책임지고 있는 청장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유가족과 도민사회에 사과했다. 경찰이 담당 경찰관을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하며 공식 수사에 착수한 지 13일 만이다.
고 청장은 이날 오전 10시 제주경찰청 회의실에서 열린 지휘부 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두 분의 고인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깊은 슬픔을 겪고 계실 유가족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실종사건 허위 종결 사태가 불거진 이후 고 청장이 직접 메시지를 내거나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 청장은 이날 모두발언 도중 세 차례 허리를 숙여 사과했다.
고 청장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할 경찰이 그 책무를 저버렸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거짓된 말과 행동으로 가족들께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드렸다"며 "이러한 일이 벌어지고 있음에도 제때 살피지 못한 점에 대해 제주 치안을 책임지고 있는 청장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결코 있어서는 안 될 경찰의 잘못된 행동으로 인해 큰 실망과 불안을 느끼셨을 도민과 국민 여러분께도 고개 숙여 깊이 사과드린다"고 거듭 사과했다.
고 청장은 이번 사건에 대해 한 점의 의혹도 남지 않도록 철저히 수사하고 그 결과 역시 숨김없이 공개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도내 모든 실종사건에 대한 전면적인 재조사를 실시해 또 다른 과오가 있는지 점검하도록 지시했다.

이번 사태는 지난 5월 실종 신고가 접수된 장모씨사건을 담당한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부 경장이 실제 장씨와 연락이 닿지 않았음에도 안전을 확인한 것처럼 상부에 보고하고 사건을 종결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불거졌다.
경찰은 지난 14일 부 경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했다. 이후 부 경장이 지난 7월 실종 신고가 접수된 60대 남성 사건에서도 실제 소재나 안전을 확인하지 않은 채 사건을 허위로 종결한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다.
부 경장은 직무유기와 공전자기록 위작·행사,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지난 22일 긴급체포된 데 이어 25일 구속됐다. 부 경장이 담당했던 장씨와 60대 남성은 이후 모두 숨진 채 발견됐다.
사태가 확산하면서 경찰청은 제주서부경찰서 전·현직 서장과 형사과장, 실종팀장 등 지휘라인 4명 전원을 대기발령하고 지휘·감독 책임에 대한 감찰에 착수했다.
이에 앞선 26일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도 긴급 경찰 지휘부 회의를 열어 최근 잇따른 경찰 비위와 기강해이 사건에 대해 사과했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을 비롯해 경찰청 국·관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윤 장관은 제주 실종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와 함께 경찰 업무체계 전반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지시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철저한 진상 규명과 경찰 지휘·감독 체계 전반에 대한 점검을 지시했으며,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도 국회에서 사과했다. 홍석기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 역시 제주경찰청을 직접 찾아 국민에게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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