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첫 단추’ 찾았다…질환 유발 신경세포·기전 규명

김기혁 기자 2026. 8. 27.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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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병의 악순환을 가속하는 핵심 인자를 국내 연구진이 밝혀냈다.

연구진은 ERBB4를 회로 이상을 일으키는 핵심 인자로 특정하고 유전자 가위 기술로 알츠하이머병 모델 생쥐의 흥분성 신경세포에서만 ERBB4를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실험을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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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S 연구팀, 네이처에 성과 게재
연쇄 병리 촉발 인자 ‘ERBB4’ 찾아
인자 제거시 기억력·공간능력 개선
정원석 IBS 혈관 연구단 부연구단장. 사진제공=과기정통부

알츠하이머병의 악순환을 가속하는 핵심 인자를 국내 연구진이 밝혀냈다. 단 하나의 표적을 조절해 다양한 병리를 한꺼번에 완화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법이 기대된다.

2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정원석 기초과학연구원(IBS) 혈관연구단 부연구단장 연구팀이 알츠하이머병에서 신경 회로와 시냅스 균형을 무너뜨리고 질병의 진행을 연쇄적으로 악화시키는 핵심 조절 인자를 규명했다. 과기정통부의 IBS 기초과학연구단 지원을 받은 이번 연구는 이날 세계 최고 권위의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됐다.

알츠하이머병은 기억력과 인지 기능이 저하되는 대표적인 퇴행성 뇌 질환으로 뇌에 아밀로이드 베타가 비정상적으로 쌓이는 것이 주요 특징이다. 신경 회로의 과도한 흥분과 시냅스 소실, 교세포의 염증 반응 등 다른 비정상적 변화들도 복합적으로 나타나 아밀로이드를 제거하는 치료제만으로는 효과가 제한적이었다. 여러 병리 증상이 서로 영향을 주며 악순환을 유발하는 까닭에 근본적인 질병 요인도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실정이다.

이에 연구진은 질병 초기부터 나타나는 신경 회로와 시냅스 간 불균형 현상에 주목했다. 알츠하이머병 모델 생쥐의 해마를 분석한 결과 뇌 시냅스 소실 불균형의 원인이 결국 신경세포의 비정상적 활성 상태에 있음을 밝혀냈다. 이를 바탕으로 정상 뇌의 억제성 신경세포에 존재하는 ERBB4 수용체가 특정 흥분성 신경세포 집단에서 현저하게 증가한 사실을 찾아냈다. ERBB4란 세포막에서 외부 신호를 감지해 세포의 성장과 분화, 신경세포 기능 등을 조절하는 수용체 단백질이다.

연구진은 ERBB4를 회로 이상을 일으키는 핵심 인자로 특정하고 유전자 가위 기술로 알츠하이머병 모델 생쥐의 흥분성 신경세포에서만 ERBB4를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실험을 수행했다. 그 결과 과도했던 흥분성 신경세포의 활성은 낮아지고 저하됐던 일부 억제성 신경세포의 활성이 회복됐다. 교세포의 비정상적인 시냅스 제거와 염증 반응 역시 완화됐으며 아밀로이드 플라크 형성 면적과 수량이 50% 이상 감소했다. 이에 따라 기억력과 공간 인지 능력도 크게 개선됐다.

나아가 연구진은 ERBB4 증가 시 세포의 성장과 대사 등을 조절하는 신호 전달 체계가 과도하게 활성화되면서 병리가 주변으로 확산한다는 기전도 입증했다. 실제 446명의 뇌 조직 분석에서도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흥분성 신경세포 내 ERBB4 발현이 유의미하게 증가해 있었다. 발현량이 클수록 아밀로이드 플라크의 축적 정도가 증가하고 인지 기능 저하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 부연구단장은 “이번 연구 결과는 알츠하이머병의 증폭 과정을 다각도에서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단서”라며 “질병 악순환의 핵심 고리를 표적해 복잡·다양한 병리를 동시에 완화하는 새로운 치료 전략 개척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기혁 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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