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연구팀, 알츠하이머병 악순환 끊는 핵심유전자 규명…"근본적 치료 가능할 것"

이병구 기자 2026. 8. 27.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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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팀이 치매의 원인 질병인 알츠하이머병을 악화시키는 핵심 조절 유전자를 규명했다. 발견된 원리를 응용해 새로운 치료제를 개발하면 그동안 진행을 늦추는 데 그쳤던 알츠하이머병의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정원석 기초과학연구원(IBS) 혈관 연구단 부연구단장(KAIST 생명과학과 교수) 연구팀이 알츠하이머병 진행을 연쇄적으로 악화시키는 핵심 조절 유전자 'ERBB4'를 규명했다고 27일 밝혔다.

또 연구팀이 정상 쥐의 흥분성 신경세포에서 ERBB4 유전자를 발현시키자 Aβ 플라크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도 신경회로가 지나치게 흥분하며 시냅스 불균형, 염증반응 등 알츠하이머병과 동일한 병리가 관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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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이세영 IBS 혈관 연구단 선임연구원(제1저자), 정원석 부연구단장(교신저자). 과기정통부 제공

국내 연구팀이 치매의 원인 질병인 알츠하이머병을 악화시키는 핵심 조절 유전자를 규명했다. 발견된 원리를 응용해 새로운 치료제를 개발하면 그동안 진행을 늦추는 데 그쳤던 알츠하이머병의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정원석 기초과학연구원(IBS) 혈관 연구단 부연구단장(KAIST 생명과학과 교수) 연구팀이 알츠하이머병 진행을 연쇄적으로 악화시키는 핵심 조절 유전자 'ERBB4'를 규명했다고 27일 밝혔다. 연구결과는 26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공개됐다.

알츠하이머병은 기억력과 인지기능이 저하되는 대표적인 퇴행성 뇌질환이다. 아밀로이드 베타(Aβ)라는 물질이 뇌에 비정상적으로 쌓이는 것이 주요 특징으로 지목된다. Aβ는 외부 물질이 아니라 신경세포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지지만 비정상적으로 축적될 경우 응집 침착물(플라크)을 형성하는 단백질 조각이다.

알츠하이머병이 진행되면서 Aβ 축적뿐 아니라 신경회로의 과도한 흥분, 신경세포 사이의 연결 부위인 시냅스의 소실, 신경세포는 아니지만 주변에서 상호작용하는 별아교세포·미세아교세포의 염증반응 등 다른 변화도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여러 병리 증상이 서로 영향을 주며 병을 악화시킬 것이라는 관점은 꾸준히 제시됐지만 실제로 악순환을 유발하는 핵심 요인은 베일에 싸여 있었다.

실제로 Aβ를 제거하는 기존 항체 치료제는 뇌 속의 독성 물질을 줄이지만 환자의 인지 기능 개선 효과는 제한적이다. Aβ가 촉발한 다른 병리가 이미 악순환을 형성한 뒤에는 Aβ를 제거하는 것만으로는 근본적인 치료가 부족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구팀은 인지 저하가 나타나기 전인 알츠하이머병 초기 단계부터 나타나는 신경회로의 활성도 변화와 시냅스 불균형 현상에 주목했다.

신경세포는 크게 뇌 회로를 자극하는 흥분성 신경세포와 반대로 억누르는 억제성 신경세포로 구분된다.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쥐 해마를 분석한 결과 흥분성 신경세포는 과도하게 활성화되고 억제성 신경세포의 활성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주변에서 신경세포에 영양분을 공급하거나 불필요한 시냅스를 제거하는 별아교세포·미세아교세포가 흥분성 시냅스를 과도하게 제거하고 억제성 시냅스는 적게 제거하면서 신경회로의 불균형을 가속했다.

연구팀은 실험을 통해 인위적으로 신경세포의 활성을 높이면 시냅스가 많이 제거되고 활성을 줄이면 덜 제거하는 현상을 확인했다. 시냅스 불균형의 원인이 신경세포의 비정상적인 활성 상태라는 뜻이다.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쥐를 분석한 결과 정상 뇌의 억제성 신경세포에 존재하는 ERBB4 수용체가 일부 흥분성 신경세포 집단에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런 신경세포를 '초기 반응성 흥분성 신경세포(EREN)'으로 명명하고 ERBB4 유전자를 핵심 조절자로 특정했다. 과기정통부 제공

분자 수준에서 원인을 추적한 결과 보통 정상 뇌의 억제성 신경세포에 존재하는 ERBB4 수용체가 일부 흥분성 신경세포 집단에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런 신경세포를 '초기 반응성 흥분성 신경세포(EREN)'로 이름붙이고 ERBB4 유전자를 핵심 조절자로 특정했다. ERBB4는 세포막에서 외부 신호를 감지해 세포 성장과 분화, 신경세포 기능 등을 조절하는 수용체 단백질이다.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쥐의 흥분성 신경세포에서 ERBB4 유전자를 선택적으로 제거하자 흥분성 신경세포의 활성이 낮아지고 동시에 일부 억제성 신경세포 활성이 회복됐다. 비정상적인 시냅스 제거와 염증반응도 완화됐다. Aβ 플라크 형성 면적과 수도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추가 실험 결과 기억력과 공간인지 능력도 건강한 쥐 만큼은 아니지만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연구팀이 정상 쥐의 흥분성 신경세포에서 ERBB4 유전자를 발현시키자 Aβ 플라크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도 신경회로가 지나치게 흥분하며 시냅스 불균형, 염증반응 등 알츠하이머병과 동일한 병리가 관찰됐다.

연구팀은 ERBB4가 증가하면 세포 성장과 대사 등을 조절하는 '엠토르(mTOR)' 신호전달 체계가 과도하게 활성화되면서 주변으로 병리가 확산한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인간에 적용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알츠하이머병 환자 446명의 뇌 조직 분석 데이터에서도 흥분성 신경세포 내 ERBB4 발현이 유의미하게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발현량이 클수록 Aβ 플라크 축적이 많고 인지기능 저하도 심각했다.

흥분성 신경세포의 ERBB4 과발현은 알츠하이머병 병리를 연결하는 공통 조절 인자로 작용한다. 흥분성 신경세포의 ERBB4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하면서 신경회로의 과흥분과 시냅스 불균형, 주변 교세포의 과도한 염증 반응, 아밀로이드 축적이 연쇄적으로 촉발돼 기억력과 인지기능이 저하된다. 과기정통부 제공

연구결과는 악순환의 직접적인 중심 현상이 흥분성 신경세포의 과활성화고 이를 유발하는 ERBB4 발현 변화가 여러 병리의 연쇄적인 진행을 촉진하는 상위 조절 인자라는 사실을 입증한 성과다. ERBB4를 제거하면 신경세포의 과활성화가 사라지면서 Aβ 플라크를 만드는 근본적인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다만 ERBB4 발현 증가가 Aβ 축적으로부터 시작되고 이후 순환고리가 형성되는 것이기 때문에 Aβ 가 부산물에 그친다는 주장에 힘을 싣는 것은 아니다. Aβ가 구체적으로 어떤 메커니즘을 통해 ERBB4 유전자 발현을 촉발하는지 규명하는 것이 향후 연구과제 중 하나로 제시됐다.

논문 제1저자인 이세영 IBS 선임연구원은 "정상 쥐의 흥분성 신경세포에서 ERBB4를 제거했을 때 별다른 부작용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실제 약물 치료에서는 약물이 흥분성 신경세포에만 들어간다는 보장이 없다"고 설명했다.

억제성 신경세포의 ERBB4 기능을 보존하면서 부작용 없이 흥분성 신경세포에서만 ERBB4를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물질을 찾고 임상시험을 통과하면 알츠하이머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길이 열릴 수 있다는 기대가 나왔다. 장기적으로 Aβ를 제거하는 치료와 ERBB4를 억제하는 치료를 병용하는 전략이다.

향후 임상시험을 한다면 알츠하이머 초기 환자가 우선적인 대상이 될 가능성도 언급됐다. ERBB4 발현 변화 자체가 알츠하이머 상당히 초기에 나타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현재 정 부연구단장은 약 5년 전 창업해 과학기술 자문 역할을 맡고 있는 기업 일리미스 테라퓨틱스와 ERBB4 치료제 개발을 협력하고 있다. 연구성과는 회사와 함께 관련 특허를 출원한 상태다.

정 부연구단장은 "쉽게 예단할 수는 없지만 후보물질의 독성 연구를 1~2년 한 다음 효과가 확인되면 5년 안에 임상에는 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참고 자료>
- doi.org/10.1038/s41586-026-10964-z

[이병구 기자 2bottl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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