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 허위종결'만 문제일까?

장미란 씨가 실종 104일 만에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국민을 더욱 참담하게 만드는 것은 장씨의 죽음 자체만이 아니다. 경찰에 실종 신고가 접수됐고, 경찰이 조금만 더 제대로 대응했다면 훨씬 일찍 발견할 수 있었을 가능성이 컸다는 점이다. 장씨가 마지막으로 머물던 숙소에서 불과 500m 남짓 떨어진 곳에서 시신이 발견됐다는 사실은 경찰의 허위 종결이 얼마나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왔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지난 5월 장씨의 연인이 실종 신고를 했을 때 A경장은 실제로 장씨와 연락하지 않았으면서도 "연락이 닿았고, 위치를 알려주지 말라고 했다"고 거짓말한 뒤 사건을 종결했다. 실종자 프로파일링 시스템의 기록까지 삭제·허위 작성하면서 수색은 중단됐다. 가족이 다시 신고하고 경찰이 수색을 재개하기까지 사실상 3개월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실종 사건에서 시간이 곧 생명일 수 있다는 상식을 경찰 스스로 저버린 것이다.
A경장은 지난 7월 실종된 60대 남성 사건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허위 종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약 1년 5개월 동안 실종팀에서 근무하며 담당한 실종 신고가 298건에 이르고, 이 가운데 상당수를 혼자 종결 처리했다는 사실까지 알려졌다. 경찰이 현재 이 사건들을 전수 확인하고 있는 이유다. 제주에서 사흘 사이 실종자 4명의 시신이 잇따라 발견됐다는 사실까지 겹치면서 국민의 불안은 더욱 커지고 있다.
경찰은 실종자를 찾아주는 국가기관이다. 그런데 경찰이 확인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한 것처럼 꾸미고 사건을 닫았다면, 이는 단순한 업무 태만을 넘어 국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배신한 행위다. 특히 경찰관이 자신의 직무와 권한, 내부 시스템을 악용해 허위 기록을 남겼다면 개인의 일탈로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 A경장 개인의 책임은 철저히 물어야 한다. 하지만 한 사람이 298건에 달하는 실종 신고를 상당수 단독으로 처리하고, 그 과정에서 허위 종결까지 반복했는데도 장기간 아무도 이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시스템에도 책임이 있다. 야간 당직자가 혼자 실종 신고를 처리하고 당직 일지를 허위로 작성하더라도 이를 즉각 검증하기 어려운 구조라면, 아무리 훌륭한 경찰관이 있어도 제도의 허점은 남는다.
경찰이 실종 사건 종결 때 관리자의 승인을 받도록 하겠다고 밝힌 것은 당장의 응급조치로서 필요하다. 그러나 결재 절차 하나를 더한다고 근본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실종 사건을 처음 접수하는 단계부터 위험도를 정확하게 판단하고, 전문성을 갖춘 인력이 수색과 판단을 담당하며, 한 사람의 결정이 독단적으로 사건 전체를 좌우하지 못하도록 상호 점검하는 체계를 갖추는 일이다.
성인 실종은 매년 7만여건 발생한다. 모든 사건에 동일한 경찰력을 투입할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더 전문성이 필요하다. 범죄 가능성은 물론 사고, 자살 등 위험 상황을 조기에 가려내고 경찰력을 집중해야 한다. '대부분의 성인은 자발적으로 사라진다'는 통계에 기대 나머지 위험한 사건까지 기다려서는 안 된다. 단 한 명의 실종자라도 가족에게는 100%의 절박한 사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사태는 실종자 관리 시스템만 고치는 것으로 끝내선 안 된다. 경찰의 채용과 교육, 배치, 승진, 지휘·감독 체계까지 전반적으로 들여다봐야 한다. '전담 경찰관'이라는 명칭만 붙여놓고 실제로 전문 교육과 훈련을 받은 인력인지 검증하지 않는다면 전담제는 이름뿐인 제도에 불과하다.
더구나 경찰의 권한이 커지는 사법체계의 변화가 눈앞에 있다. 오는 10월 검찰의 보완수사권 종결을 앞두고 경찰의 수사 권한과 역할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권한이 커질수록 책임과 통제 역시 강화돼야 한다. 이번 사건은 바로 그 원칙을 우리 사회에 다시 묻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철저한 진상규명과 함께 경찰의 지휘·감독 체계 및 자체 개혁안 마련을 주문했다. 경찰 스스로도 이번 사건을 한 경찰관의 일탈로 축소해서는 안 된다. 왜 아무도 이상 징후를 발견하지 못했는지, 왜 한 사람이 수많은 사건을 사실상 독단적으로 종결할 수 있었는지, 왜 현장의 목소리가 지휘부에 전달되지 않았는지를 낱낱이 밝혀야 한다. 경찰이 국민에게 신고하라고 말하려면 먼저 국민이 신고한 순간부터 끝까지 책임진다는 믿음을 회복해야 한다. 그것이 이번 비극 앞에서 경찰이 해야 할 최소한의 도리다. 권한에는 책임이 따라야 하고, 권한이 커질수록 견제와 균형은 더욱 촘촘해야 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경찰의 실종 대응 체계뿐 아니라 수사권 확대에 걸맞은 통제와 감시의 사법체계까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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