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만 흐른다"…제주항공 참사 ‘맹탕 수사’ 우려
국토부 공무원 7명만 검찰 송치
원인·책임 규명 아직도 ‘감감’
유가족들 "꼬리 자르기식" 비난

179명 희생자를 낸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발생 600일이 넘도록 경찰 수사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참사 이후 최초로 국토교통부 공무원 7명을 검찰에 송치했지만, 정작 사고 원인과 책임자 규명이 여전히 결론을 내리지 못하면서다.
26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12·29 여객기 참사 특별수사단(특수단)'은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특수단은 "전날 허위공문서작성 등 혐의로 입건된 국토교통부 소속 공무원 7명 전원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보도·참고자료를 작성·검토한 4명과 총괄 책임자 3명이다. 당시 국토부 장·차관은 보도자료 작성·배포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들은 참사 직후 무안국제공항 내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LLZ)가 관련 규정에 맞게 설치된 것처럼 허위 보도참고자료를 작성·배포하고, 관련 규정을 고의로 누락하거나 책임 회피 논리를 마련한 혐의를 받는다. 문제점을 조직적으로 은폐한 정황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통상 LLZ는 항공기 충돌에 대비해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부러지기 쉬운 재질과 구조로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무안공항에는 콘크리트 상판과 둔덕 구조물 위에 로컬라이저가 설치돼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국민권익위원회와 감사원도 같은 결론을 내렸었다.
이번 송치는 2024년 12월 29일 참사가 발생한 이후 첫 검찰 송치다. 특수단은 이번 송치를 '1차 송치'라고 명시하면서 "현재 수사 중인 주요 혐의와 별도"라고 했다. 올해 추가 송치 가능성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참사 원인과 직접 맞닿아 있는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수사는 여전히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수단은 현재까지 참사 관련 총 74명을 입건했는데 이중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입건자는 67명에 달한다. 경찰은 내부적으로 업무상과실치사 관련 수사를 대부분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항철위의 사고 조사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아 해당 혐의로 송치는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수사기관이 먼저 내린 결론과 항공 전문가들의 사고 원인 분석이 엇갈릴 경우 생길 부담도 수사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참사가 발생한 지 2년이 다 돼가지만 핵심 수사는 제자리걸음을 반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오는 10월 2일 검찰청이 폐지되고, 이번 송치 이후 수사 인력이 기존 25명 수준에서 10명 후반대로 축소되는 점도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항철위에서 시뮬레이션조차 다시 하겠다고 한다"며 "화재·폭발의 영향까지 더해 새로 시뮬레이션한다고 하니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판단에 핵심적인 사항인 만큼 결과가 나오기 전에는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상태"라고 밝혔다.
유가족들은 이번 송치가 '꼬리 자르기'식으로 끝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협의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콘크리트 둔덕 설치, 조류 관리 부실, 기체 결함 등 참사의 근본 원인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엄중한 처벌에 즉각 박차를 가하라"고 촉구했다. 또 다른 유가족 단체도 이날부터 경찰청 앞에서 조속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이어갈 방침이다.
/임지섭 기자 ljs@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