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교사와 문항 거래’ 일타 강사 현우진, 1심 무죄

김은경 기자 2026. 8. 26.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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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강사 현우진 씨.

현직 교사들에게 4억원 넘는 돈을 주고 수학 문제를 산 혐의로 기소된 ‘일타 강사’ 현우진씨에게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법원은 교사들이 겸직 허가 없이 문항을 판매한 것에 부적절한 면이 있더라도, 서로 상응하는 대가를 주고받은 정상적인 거래라면 청탁금지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0단독 이재욱 부장판사는 26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현씨와 교재 개발 업체 개발실장 서모씨, 현직 교사 김모·이모씨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현씨는 불출석 사유서를 내고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앞서 검찰은 이들에게 각각 징역 1년을 구형했다.

현씨는 개발실장인 서씨와 공모해 2020년 3월부터 2023년 5월까지 김씨와 이씨에게 수학 문항을 받고 총 3억4686만원을 건넨 혐의로 기소됐다. 현씨는 또 다른 현직 교사에게도 배우자 명의 계좌로 37차례에 걸쳐 총 7530만원을 송금한 혐의를 받았다. 현씨가 교사 3명에게 준 돈은 총 4억2216만원이었다.

쟁점은 이 돈이 청탁금지법상 ‘수수가 금지되는 금품’인지, 아니면 사적 거래에 따라 지급된 정당한 대금인지였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가 직무 관련성이나 명목과 관계없이 동일인에게서 한 번에 100만원 또는 회계연도에 300만원을 넘는 금품을 받는 것을 금지한다. 다만 물건을 팔고 그 값을 받거나 일을 해주고 통상적인 보수를 받는 등 정상적인 거래에서 오간 돈은 처벌 대상이 아니다.

1심 법원은 교사들이 받은 돈도 수학 문항을 만들어 제공한 데 따른 통상적인 대가라고 판단했다. 교사들은 현씨에게 모의고사 문항은 평균 23만8000~24만1000원, 일반 교재 문항은 평균 12만4000~13만7000원씩 받았다. 이 부장판사는 이에 대해 “현씨 측이 전문 문항 업체나 일반인 공모를 통해 얻은 문항에 지급한 금액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낮은 수준이었다”고 했다. 또 “현씨 측은 교사들에게서 받은 문항을 심사한 뒤 실제 교재에 채택된 경우에만 대가를 지급했다”고 했다.

다른 교사의 배우자 명의 계좌로 돈을 보낸 데 대해 이 부장판사는 “의심스럽기는 하지만 이 돈 역시 문항 제공에 대한 대가로 인정되고, 지급액도 문항의 가치에 상응하는 수준을 벗어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교사들이 현씨 측에 판매한 문항을 근무하는 학교 시험에 출제한 적 없다는 점도 무죄의 근거가 됐다.

검찰은 교사들이 소속 기관장의 겸직 허가를 받지 않고 문항을 판매한 만큼 이를 정상적인 거래로 볼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그러나 1심은 교사들이 국가공무원법상 겸직 금지 규정을 어긴 데 대해서는 별도의 징계나 처분을 할 수 있을 뿐, 이를 이유로 문항 제공의 대가까지 청탁금지법상 금지된 금품으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 부장판사는 “법은 도덕의 최소한이고 형사처벌은 문제 해결의 최후 수단”이라며 “공직자의 행위에 설령 부적절한 면이 있더라도 이를 모두 형사처벌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했다. 또 “형사처벌만 받지 않으면 괜찮다는 식의 비도덕적 논리가 사회에 횡행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도덕과 윤리의 영역을 남겨둘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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