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학교에선 못 파는데…" 교문 밖 고카페인에 무방비 노출된 청소년

오승현 기자 2026. 8. 26.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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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생 10명 중 3명 주 3회 이상 음료 섭취
시험·과제 때문에 카페인 찾는 학생 57.8%
1L 커피에 카페인 300㎎…청소년 권고량 훌쩍
학교 안 판매 금지 한계…교문 밖 판매·관리 필요
편의점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고카페인 제품들. /오승현 기자 romi0328@namdonews.com

입시와 학업 부담에 시달리는 청소년들이 잠을 쫓고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고카페인 음료를 찾고 있다. 학교 안에서는 고카페인 식품 판매가 금지돼 있지만 교문 밖 편의점과 카페에서는 대용량 커피와 에너지 음료를 쉽게 구할 수 있어 규제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특히 고등학생의 고카페인 섭취 비율이 중학생보다 크게 높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단순한 제품 표시를 넘어 청소년의 접근 자체를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질병관리청이 지난해 전국 중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 학생 5만4천17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주 3회 이상 고카페인 음료를 마신다고 답한 학생은 전체의 21.5%였다.

2024년 23.5%보다 2%포인트 낮아졌지만 고등학생만 놓고 보면 상황은 달랐다. 고등학생의 주 3회 이상 고카페인 음료 섭취율은 29.2%로 중학생 14.3%의 두 배를 넘었다.

입시 부담이 커질수록 카페인 섭취가 늘어나는 양상이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지난 4월 발표한 조사에서도 중·고등학생 3천384명 가운데 한 달에 10회 이상 커피 음료를 마시는 학생은 14.6%, 고카페인 음료를 마시는 학생은 10.8%로 나타났다.

고등학생으로 범위를 좁히면 커피 음료는 21.7%, 고카페인 음료는 14.6%까지 높아졌다.

학생들이 카페인 음료를 찾는 가장 큰 이유는 공부였다. 응답자의 57.8%가 '시험공부나 과제 수행'을 위해 카페인 음료를 마신다고 답했다.

카페인이 단순한 기호식품을 넘어 학업을 버티기 위한 '각성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셈이다.

카페인 의존 가능성을 보여주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전체 학생의 11.2%는 카페인을 섭취하지 않으면 하루가 힘들다고 답했다. 고2는 16.4%, 고3은 15.1%로 입시 부담이 커지는 학년에서 더 높은 비율을 보였다.

문제는 학교 밖이다.

정부는 2018년부터 학교 매점과 자판기 등에서 커피를 포함한 고카페인 함유 식품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학생들이 학교 밖으로 나가면 상황이 달라진다.

저가 커피 전문점과 편의점 등에서는 청소년도 별다른 제한 없이 고카페인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대용량 커피의 카페인 함량도 만만치 않다. 일부 저가 커피 브랜드의 대용량 아메리카노에는 300㎎을 웃도는 카페인이 들어 있다.

체중 50㎏ 청소년의 하루 카페인 권고량이 125㎎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 잔만으로 권고량의 두세 배에 해당하는 카페인을 섭취할 수 있는 셈이다.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에너지 음료 가운데는 355㎖ 한 캔에 200㎎을 넘는 카페인이 함유된 제품도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음료뿐 아니라 젤리와 캔디, 껌 등 고체식품까지 청소년의 카페인 섭취 경로가 넓어지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올해부터 과라나를 원료로 사용한 젤리·캔디·껌 등 고체식품도 고카페인 표시 대상에 포함했다. 고카페인 제품에 대한 정보 제공 범위는 넓어졌지만 청소년의 구매와 섭취 자체를 제한하는 장치는 여전히 부족하다.

결국 '얼마나 들어 있는지 알려주는 것'과 '청소년이 쉽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바꾸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에서는 접근성 자체를 제한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영국은 내년부터 16세 미만 청소년을 대상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카페인이 함유된 에너지 음료 판매를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편의점과 마트뿐 아니라 식당과 카페, 자동판매기, 온라인 판매 등으로 규제 범위를 넓히는 방식이다.

스페인에서도 16세 미만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에너지 음료 판매 제한 입법이 추진되고 있으며, 아일랜드에서도 미성년자 판매 제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청소년 고카페인 문제를 개인의 선택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카페인 섭취가 청소년의 수면과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카페인이 일시적으로 각성 효과를 줄 수 있지만 반복적인 섭취는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고 오히려 집중력과 학습 효율을 낮출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오승현 기자 romi0328@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