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갇힌 DB형 퇴직연금 수익률…“자산 배분 투자 나서야”

신보훈 2026. 8. 26.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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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적립금 501조원 중 229조원 DB형

5년 누적 수익률, 평균 임금 상승률보다 낮아

노동부·금감원, 자산배분 컨설팅…10월 퇴직연금 가이드 배포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노동부는 노사정 TF를 통해 퇴직연금 기능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연합 제공

[대한경제=신보훈 기자] 퇴직연금 적립금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확정급여형(DB)이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편중되면서 최근 5년 누적 수익률이 평균 임금 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DB형 적립금의 운용성과는 기업의 퇴직금 납입 부담을 경감할 수 있고, 근로자의 수급권 보호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정부에서도 수익률 제고를 위한 적극적인 지원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26일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 501조4000억 원 중 DB형은 228조9000억원(45.7%)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DB형의 연간 수익률은 3.5%로, 확정기여형(DC형, 8.5%)나 개인형 퇴직연금(IRP, 9.4%)의 3분의 1수준에 머물렀다.

이 같은 차이는 DB형의 투자 상품 구성 때문이다. DB형 적립금의 91.9%는 예적금 등 원리금보장상품에 편중돼 있다. DC형과 IRP가 실적배당형 상품에 각각 33.0%, 55.7%를 투자하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이 때문에 DB형의 최근 5년 누적 수익률은 15.9%로, 같은 기간 임금 상승률 18.9%보다 낮았다.

DB형 퇴직연금은 근로자가 퇴직할 때 받을 급여(퇴직 전 3개월 평균 월급*근속연수)가 사전에 정해진다. 회사는 퇴직금 재원을 외부 위탁 등을 통해 운용 수익이 나면 귀속시킨다. 반대로근로자 임금 상승률만큼 운용 수익이 발생하지 않으면, 그 차이만큼 사용자가 추가로 적립금을 납부해야 한다.보수적인 운용 관행이 오히려 기업의 재무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악순환을 낳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상시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장에 대해 적립금운용위원회 구성 및 적립금운용계획서 작성 등을 2022년부터 의무화했지만, 아직도 원금보장형 상품에 치중돼 퇴직급여 적립 부담이 줄지 않고 있다.

이에 노동부와 금감원은 연내 DB형 적립금 운용 모범 사용자와 사업자를 선정해 홍보할 계획이다. 또한, DB형 운용에 도움이 되는 컨설팅을 수행하고, 10월에는 가이드북을 배포해 운용 정보를 공유해 목표수익률을 임금 상승률 이상으로 설정하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DB형의 수익률은 기업의 적립금 납입 부담을 경감시키는 동시에 근로자의 수급권 보호 및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핵심 요인”이라며 “사용자가 체계적인 자산배분 투자를 시행할 수 있도록 정기 지도·감독과 컨설팅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편, 노동부는 올해부터 최소적립금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사업장을 대상으로 정기 감독을 실시하고, 과태료 부과 등 법적 제재도 병행할 방침이다.

퇴직연금 ‘기금형’ 전환 메기 될까…세부안 조만간 발표

전체 적립금 90% 이상 ‘계약형’…운용 유인 부족
독립 수탁법인 설립해 전문 자산배분 유도

1500조 굴리는 국민연금도 수탁 참여 검토

그래픽: 한슬애 기자

정부가 확정급여형(DB) 퇴직연금의 자산배분을 유도하는 가운데, 수익률을 근본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대안으로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26일 노동부 등에 따르면 현재 국내 퇴직연금 시장은 기업이 금융회사와 일대일로 계약을 맺어 적립금을 운용하는 ‘계약형’이 90% 이상을 차지한다. 하지만 계약형 구조에서는 금융회사가 수수료 수입에 안주해 적극적으로 운용할 유인이 부족하고, 사용자 역시 자산운용 전문성이 떨어져 적립금을 보수적인 원리금 보장 상품에 방치하는 한계가 존재한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되는 기금형 퇴직연금은 기업과 독립된 수탁법인(기금)을 설립하고, 연금전문가로 구성된 이사회가 자산을 전문적으로 배분 및 운용하는 방식이다. 운용 전문성과 독립성을 바탕으로 자산 다변화를 도모할 수 있어 장기 수익률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제도로 평가받는다.

정부는 조만간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의 세부안을 마련한 뒤 연내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내년 중 기금형 퇴직연금을 본격 도입하는 것이 목표다. 이는 지난 2월 퇴직연금 기능 강화를 위한 노사정 태스크포스(TF)가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과 퇴직연금의 단계적 의무화 추진에 합의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기금형 모델의 효과는 공적 영역에서 이미 입증되고 있다. 중소기업 근로자를 위해 도입된 국내 최초의 공적 기금형 연금인 ‘푸른씨앗(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은 전문적인 자산배분 전략으로 연평균 8%의 수익률을 달성하고 있다. 올해는 국내 주식시장 활황으로 수익률이 17%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푸른씨앗은 출범 4년 만에 가입자 19만 명, 적립금 1조9000억원을 쌓았다.

국내 최대 기금인 국민연금공단도 기금형 퇴직연금의 수탁법인 참여를 검토 중이다. 약 1500조원을 운용하는 자산배분 노하우가 퇴직연금 시장에 이식될 경우 민간 금융사 위주로 정체된 시장에 강력한 ‘메기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기대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그동안 ‘잠자는 돈’이었던 퇴직연금을 기금 형태로 전환해 전문적으로 운용할 수만 있다면 근로자와 기업은 물론이고 국가 경제 전체적으로도 커다란 이득”이라고 말했다.

신보훈 기자 b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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