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한 공천 책임엔 침묵…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사퇴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26일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6·3 지방선거 패배와 정이한 전 부산시장 후보의 ‘피습 자작극’ 사건으로 공천 책임론이 제기된 가운데 이 대표는 사퇴 기자회견에서 정 전 후보 문제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9시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오늘 개혁신당 대표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지방선거 이후 석 달 남짓, 저는 당의 자강과 쇄신을 위한 고민과 제안을 해왔다”며 “그러나 당 안에서 충분한 호응을 얻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누구의 탓도 아니다. 설득해내지 못한 책임은 전적으로 대표인 저에게 있다”고 했다.
이 대표는 사퇴 이유로 당내 쇄신 방향을 둘러싼 이견을 들었다. 그는 “우리 앞에는 미룰 수 없는 정치일정이 놓여 있다. 정치의 시간은 누구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며 “방향에 대한 합의 없이 그 일정을 맞을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오히려 당내 다른 구성원들이 하고자 하는 일을 가로막고 있었다면, 그 자리를 비우는 것이 제가 당을 위해 선택해야 할 길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날 사퇴 기자회견에선 지방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이나 정이한 전 후보의 ‘피습 자작극’ 사건과 공천 문제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다. 별도의 질의응답도 받지 않았다.
개혁신당은 6·3 지방선거에서 광역·기초단체장 당선자를 내지 못했고 기초의원 1명을 당선시키는 데 그쳤다. 선거가 끝난 뒤에는 정 전 후보가 선거운동 과정에서 발생한 ‘음료 피습 사건’을 지인과 함께 꾸민 혐의로 구속기소되면서 후보 검증과 공천 책임 문제가 불거졌다.
개혁신당은 의혹이 불거진 지난 6월 정 전 후보에 대한 자체 진상조사와 민·형사상 조치를 예고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진상조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정 전 후보 문제는 부산시장 후보 한 명의 검증 실패에 그치지 않았다.
주간경향이 지난 7월 확인한 결과 6·3 지방선거에서 개혁신당 소속으로 부산지역에 출마한 후보 10명 가운데 8명이 ‘그린닥터스’라는 봉사단체에서 직함을 갖고 있었다. 이 단체의 상임대표는 정 전 후보의 아버지 정근 온병원그룹 원장이다.
정 전 후보는 그린닥터스 청년단장을 맡았고 다른 출마자들도 부단장이나 이사 등의 직함을 갖고 있었다. 부산시의원 비례대표 1번 후보는 공천 직전까지 정 원장의 온병원에서 간호과장으로 근무했다. 공천 심사 과정에서 이 같은 후보자들 사이의 관계가 제대로 검증됐는지를 놓고 의문이 제기됐다.
당시 이 대표는 주간경향에 “저는 공천 절차에 개입하지 않았을뿐더러 개혁신당은 공천 절차가 완전히 온라인화돼 있어 조회도 못 한다”며 자신이 정 전 후보 공천에 관여했다는 주장에 선을 그었다.
당 내부에서도 지방선거 공천 방식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최현수 당시 개혁신당 광주시당위원장은 지난 7월 20일 탈당을 선언하면서 정 전 후보 사건을 “현장의 경고를 외면해 온 지도부 시스템이 낳은 예고된 참사”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 대표 취임 이후 지방선거 공천 권한이 시·도당에서 중앙당으로 넘어간 점과 정 전 후보가 입당 하루 만에 중앙당 대변인에 임명된 점 등을 문제 삼았다.
최 전 위원장은 “지도부가 공천 실패를 인정한다고 밝혔지만, 실제 문책이나 징계 조치는 없었다”며 책임 있는 쇄신을 요구했다.
이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은 전날 오후까지 공개된 일정에는 없었다. 개혁신당이 25일 오후 5시 공지한 주요 당직자 일정에 따르면 이 대표는 26일 오전 10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 오후 2시 본회의, 오후 6시 외부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오전 9시 기자회견 일정은 포함돼 있지 않았다.
26일 오전 5시 공개된 국회 일정에서는 개혁신당 당대표 일정에는 기존 일정이 그대로 적혀 있는 반면, 소통관 기자회견 일정에 이 대표의 오전 9시 ‘정치 현안 기자회견’이 추가됐다. 적어도 외부에 공개된 일정상으로는 전날 오후까지 사퇴 기자회견이 예고되지 않았던 셈이다.
이 대표는 이날 “한 사람의 당원으로, 동탄2신도시의 국회의원으로 제자리에서 할 일을 하겠다”며 “뒤이어 당을 이끌어 갈 분들께는 더 큰 힘을 실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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