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살아도 Well-dying… 중장년 고독사 연구 1세대 ‘자기돌봄의 사회’ 문 열다 [마이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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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임종을 돌보면서 '죽는 거, 정말 열심히 해야 하는 거구나' 하고 느꼈어요. 혼자 죽은 이들은 죽음의 과정에서 얼마나 공포스러웠을까, 그 자체가 인간의 권리, 좋은 삶을 누릴 권리를 놓치게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하게 됐어요."
국내 '중장년 고독사' 연구 1세대인 송인주 스스로랩 대표는 2010년대 중반 암투병하던 아버지와 함께한 마지막 12일을 이렇게 기억했다.
그는 "1인가구가 이렇게 많은 시대에 이들의 '웰라이프와 웰다잉'을 위한 제도와 사회적 지원, 서비스는 거의 없다"며 "제 문제의식을 키워보려면 독자적 연구를 하고 이 결과를 갖고 사회적으로 필요한 서비스를 개발·제공하는 게 중요하겠다, 저지르자 해서 결정했다"고 전했다.
1인가구인 그에게 ACP 연구는 '자기다운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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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사 사각지대’ 파헤치다
한창 일할 중장년, 실직·병으로 고립
10년간 2만여건 사례 바탕 실태 연구
‘정책 공백’ 사회적 담론으로 끌어들여
성취주의사회 소외된 자기돌봄
고립된 중장년들 아파도 일터로 나가
‘재기 도와달라’ 요청할 생각조차 못 해
1인 가구 웰라이프·웰다잉 지원책 필요
좋은 죽음이 건강한 사회 핵심
부친 임종 돌보며 죽음의 방식 고민
1인 가구 마지막 길 도울 대리인 지정
‘사전돌봄계획’ 독립 연구로 인생 2막

“죽는 건 열심히 해야 하는데, 반드시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구나. 의료인이 아니더라도 정서적으로 밀착돼 있거나 믿는 사람이 옆에 있어줘야 한다는 걸 당시 절감했어요.”
아버지를 보내면서 ‘좋은 죽음에 대한 상(像)을 잘 만드는 게 건강한 사회의 핵심이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듬해인 2016년, 연구위원으로 일하던 서울시복지재단에 서울시의 연구용역이 들어왔다. 그가 배정받은 주제는 ‘고독사’였다. 송 대표는 당시 주로 다뤄지던 노년 고독사보다 사각지대이던 ‘중장년 고독사’를 연구하기로 서울시와 협의했다. 그가 중장년 고독사를 파고든 계기는 이렇게 찾아왔다.

송 대표는 이번에 책을 내면서 10년간의 고독사 연구를 돌아봤다. 2016년부터 검토한 2만건 넘는 경찰의 변사 기록과 현장 사례를 바탕으로 고독사의 실태부터 제도적 공백까지 다양한 담론을 책에 담았다. 그중에서도 11명의 사례를 조명했다.
그는 “지금까지 많은 사람의 죽음에 대해 파헤쳤는데 저 스스로 그들을 잘 보내드려야 하니 ‘사회적 애도를 하자’ 싶어서 책을 쓰게 됐다”며 “책에서 첫 번째로 언급한, 대기업을 다니다 은퇴한 준영씨가 가장 중요한 사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장년 고독사를 사회에서 낙오한 이들의 특수 사례로 치부해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10여년 전 그가 처음 ‘중장년’ 고독사 연구에 착수할 때는 이런 공감대는커녕 고독사에 대한 정의부터 모호했다. 실태를 보여줄 통계도 부족했다. 이런 상황에서 송 대표는 보고서를 내는 데 그치지 않고 중장년 고독사를 사회적 의제로 끌어올리기 위해 애썼다.

이런 과정을 거쳐 그는 고독사를 선명히 정의할 수 있게 됐다. 부패된 채 집에서 발견된 시신, 즉 ‘혼자 살던 사람이 단절된 채 살다가 자살·병사 등으로 사망하고 일정 기간 이후에 발견되는 죽음’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실태조사 보고서를 마무리하고 나자 ‘이 연구는 보고서로 끝나서는 안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직접 해외 학자를 초빙해 토론회를 개최하며 판을 벌였다. 사회적 의제가 형성되자 정책 당국부터 서울시의원까지 여러 곳에서 관심을 보내왔다.
2017년 후속 연구는 ‘어떻게 하면 고립된 사람을 발굴해서 지원할까’에 초점을 맞췄다. 서울 노원·금천·관악구의 3개 동에서 지역 주민과 고립된 이들을 찾는 현장 연구를 했다. 연구가 이어지는 동안 비슷한 질문이 이어졌다.

“우리 사회에서 중장년은 굉장히 많은 사회적 책임을 가지는 반면, 직장을 잃거나 사업에 실패하면 재기를 도울 지원체계는 전무해요. 책임과 지원 사이의 이 극단적 격차가 실패한 중장년을 고립시킨다는 걸 알게 됐죠. 경제적으로 힘들어져서든 건강이 나빠져서든 취약해진 사람들은 단절돼요. 단절된 이들은 합리적으로 판단하지 못해요. 이들을 찾아가도 지원을 거부하죠. ‘날 지원해줄 리 없다’ 이러면서.”
그는 이를 해결하려면 지금보다 더 섬세한 지원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본인이 신청하지 않으면 누군가 대신할 수 있는 신청대행서비스나 동행 신청, 더 나아가 본인의 신청이 없어도 지원하는 적극 행정 등이 필요하다는 것.
송 대표는 중장년 남성이 유독 고독사에 취약한 현실을 들여다보다 ‘자기 돌봄’으로 문제의식을 넓히게 됐다. 이들의 무너진 일상 뒤에는 자기 돌봄 능력의 결여가 있었다. 그는 “고립된 중장년은 암이 굉장히 심각해도, 간경화가 심해서 복수가 차도 일터로 나간다”며 “자기 돌봄에 관심 갖지 않기 때문”이라고 안타까웠다.

결단을 내린 그는 지난해 안정적 직장인 서울시복지재단을 그만뒀다. 50대에 직장을 나오자 주변에선 ‘용기 있다. 겁도 없냐’고 타박했다. 그는 “1인가구가 이렇게 많은 시대에 이들의 ‘웰라이프와 웰다잉’을 위한 제도와 사회적 지원, 서비스는 거의 없다”며 “제 문제의식을 키워보려면 독자적 연구를 하고 이 결과를 갖고 사회적으로 필요한 서비스를 개발·제공하는 게 중요하겠다, 저지르자 해서 결정했다”고 전했다.
그는 퇴사하자마자 독립연구를 위해 스스로랩을 창업했다. 1인가구들이 자기답게 행복하게 살다가 죽는 과정에서 필요한 돌봄과 상호지원, 죽음과 관련된 여러 정책적 개선방안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스스로랩에서 시작한 사업 중 하나는 ‘데스카페 코리아’다. 데스카페는 2011년 영국에서 출발했다. 그간 터부시된 죽음을 서로 편안하게 이야기하는 모임이다.
“한국은 성장 중심의 문화이다 보니 죽음을 이야기하기 꺼리는데, 죽음에 대해 성찰하고 이야기해야 현재의 삶을 건강하게 살 수 있어요. 어떻게 잘 죽을까 생각하는 과정에서 주변 사람과 건강하게 관계 맺고 내 일을 꾸려갈 수 있죠.”
그는 성북구 카페에서 매달 4일 데스카페 모임을 연다. 금기를 넘어서기 위해 올해 4월4일 첫 모임을 가졌다. 하루면 참가 신청이 마감될 만큼 호응이 좋다. 20대부터 80대까지 매번 13∼15명이 모여 자유롭게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나눈다.

ACP대로 삶을 마무리하려면 이를 집행해줄 대리인이 필수다. ACP를 만들 때 일찌감치 지정해둬야 한다. 사적으로 대리인을 지정해선 한계가 있고, 법적 효력이 있어야 하니 제도 마련이 뒤따라야 한다. 송 대표가 앞으로 할 일이 쌓여 있는 이유다. 제도 변화 못지않게 그는 각 개인이 대리인과 맺는 관계가 중요하다고 짚었다.
“사전에 대리인에게 잘하는 게 핵심이에요. 1인가구가 (노년에 돈으로) 구매할 수 있는 돌봄은 제한돼 있어요. 나답게 돌봐지길 희망한다면 내가 사람과의 관계에 투자하고, 대리인으로 지정한 상대가 ‘나다움’에 대해 잘 알게끔 미리 상호작용해야죠. 1인가구이지만 따로 또 같이 사는 방법으로 ACP를 잘 활용해볼 수 있다 생각해요.”
1인가구인 그에게 ACP 연구는 ‘자기다운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송 대표는 “50대가 돼서 삶을 되돌아보니 이슈를 제기하고 사회에 문제 제기하는 게 ‘나답게 사는 건가 보다’라고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며 “앞으로도 사회와 개인이 더 행복할 수 있는 새로운 걸 제안하며 살게 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1971년 서울 출생 ●1990년 성심여대 사회복지학과 입학 ●1999년 가톨릭대 사회복지학 석사 ●2002∼2006년 볼런티어21(현 한국자원봉사문화) 사무국장 ●2011년 가톨릭대 사회복지학 정책 박사 ●2014년 서울시복지재단 연구위원 ●2025년 사회복지질적연구학회 학술연구위원장 ●2025년 서울시복지재단 선임연구위원 퇴사 ●2025년 스스로랩 창업
송은아 선임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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