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서 일하는 이주노동자, 일요일엔 학생으로…대학 꿈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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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한국에 돈 벌러 왔는데, 지금은 공부가 너무 좋아졌어요."
스리랑카 출신 이주노동자 다미트(33)씨는 스물세살이던 2016년 고용허가제로 한국에 왔다.
베트남 출신 결혼이주여성 백정현(34)씨는 오랫동안 책을 놓고 살다 이 학교에서 6개월 동안 중·고졸 과정을 공부했고, 11일 치른 검정고시도 합격을 눈앞에 뒀다. 베트남 출신 르티 키우 짱(30)씨 역시 일과 공부를 병행하며 대학 진학을 준비하고 있고, 캄보디아 출신 이주노동자 펫데이(37)씨도 대학을 목표로 중졸 과정까지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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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강의실·교수진 개방해 끊긴 학업 이어줘

“처음엔 한국에 돈 벌러 왔는데, 지금은 공부가 너무 좋아졌어요.”
스리랑카 출신 이주노동자 다미트(33)씨는 스물세살이던 2016년 고용허가제로 한국에 왔다. 집안 형편 때문에 고향에서 중학교를 끝으로 학업을 멈춘 뒤였다. 경기 파주시 적성면의 퇴비공장에서 일을 시작했지만 처음엔 “안녕하세요”조차 알아듣지 못했다. 힘든 노동에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날도 많았다.
2년쯤 지나 더 나은 일자리를 찾으려 하자 고향 선배들은 한국말부터 배우라고 했다. 낮에는 일하고 밤늦게까지 한국어를 공부했다. 휴일인 일요일에도 수업을 들었다. 일자리를 옮기려고 시작한 공부에 재미가 붙었다. 숙련기능인력(E-7-4) 체류자격을 준비하며 지게차·굴착기·로더운전기능사도 땄고, 어느새 대학 진학까지 꿈꾸게 됐다.
그는 주변 권유로 서정대학교 입학설명회를 찾아갔다. 당시 한국어능력시험(TOPIK) 5급까지 취득했으나, 고졸 학력이 없어 지원할 수 없다는 한계에 직면했다. 스리랑카 중학교 학력도 국내에서 인정받지 못해 초졸부터 중졸, 고졸 검정고시를 차례로 통과해야 했다.
막혔던 길은 서정대가 지난해 시작한 ‘선데이하이스쿨’을 만나면서 다시 열렸다. 본국에서 학업을 마치지 못한 이주민에게 초·중·고졸 검정고시 교육을 무료로 제공하는 사업이다. 평일 일하는 이들을 위해 일요일마다 대학 강의실을 열고 교수진이 직접 국어·수학·역사 등을 가르친다.
다미트씨는 지난해 초졸, 올해 중졸 검정고시에 잇달아 합격했다. 지난 11일 치른 고졸 시험도 가채점 결과 합격권이다. 올해 5월에는 한국어능력시험 최고 등급인 6급도 땄다. 10년 전 “안녕하세요”조차 알아듣지 못했던 그가 대학 진학을 앞두게 된 것이다.

열정을 불태운 이는 다미트씨만이 아니다. 베트남 출신 결혼이주여성 백정현(34)씨는 오랫동안 책을 놓고 살다 이 학교에서 6개월 동안 중·고졸 과정을 공부했고, 11일 치른 검정고시도 합격을 눈앞에 뒀다. 그는 “나도 할 수 있구나, 포기하지 않고 계속할 힘을 얻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베트남 출신 르티 키우 짱(30)씨 역시 일과 공부를 병행하며 대학 진학을 준비하고 있고, 캄보디아 출신 이주노동자 펫데이(37)씨도 대학을 목표로 중졸 과정까지 밟았다.
이들과 함께 호흡해온 배성희 교수는 학생들의 눈빛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대부분 평일 내내 일하고 쉬는 일요일에 학교를 찾지만 좀처럼 졸지 않는다며 놀랐다. 배 교수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교실에 와서도 눈이 반짝반짝한다”며 “학생들을 가르치는 입장이지만, 오히려 그들의 성실함과 삶을 향한 의지를 배우게 된다”고 했다.

선데이하이스쿨에는 지난해부터 3기에 걸쳐 72명이 참여했다. 서정대 유학생이 아니라 지역에서 일하고 생활하는 이주민에게 대학의 강의실과 교수진을 개방한 게 특징이다. 서정대는 2009년부터 법무부 사회통합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쌓은 이주민 교육 경험을 검정고시까지 넓혔다. 교수진이 수업을 맡고 실무진이 모집과 시험 준비 등을 지원하며 생업과 공부를 병행하는 이주민들의 학력 취득을 돕는다. 양영희 서정대 총장은 “한 장의 졸업장보다 중요한 것은 한국에 정착하려는 이주민들이 ‘나도 다시 공부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얻는 것”이라며 “이를 진학과 직업역량 향상으로 이어지는 디딤돌로 만들겠다”고 했다.
다미트씨는 이제 서정대에서 용접이나 스마트자동차 분야를 공부할 계획이다. 거주(F-2-99)를 거쳐 영주(F-5) 자격까지 얻어 한국에서 기술자로 살아가는 게 목표다. “저도 ‘안녕하세요’부터 시작했습니다. 서른이 넘어 초등학교 공부부터 다시 시작했습니다. 그러니 당신도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송상호 기자 ss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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