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2조원대 손실과 하청의 비명…현대차 합의의 대가는 컸다

경상일보 2026. 8. 26.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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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노사가 10년 만의 전면파업이라는 상흔 끝에 극적으로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상견례 후 111일 만에 마련한 합의안은 기본급 10만원 인상과 성과금 기본급의 400%+1270만원 등을 포함해 총 4084만원의 임금 인상 효과를 담았다. 31일 최종관문인 조합원 투표를 앞두고 있다. 투표 결과와 관계없이 2년 연속 파업과 역대급 매출 손실은 노사 모두에게 소모적 대립의 한계를 드러낸 뼈아픈 교훈을 남겼다.

핵심 쟁점이었던 'N 성과급' 요구는 당초 노조가 요구했던 순이익의 30% 배분에서 대폭 양보해 영업이익의 15% 안팎 수준으로 타결됐다. 상여금 인상은 내년 단체교섭으로 이관해 재논의하기로 했다. 정년 연장은 관련 법률 개정 시 임금피크제 확대 없이 시행하기로 합의했다.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노사 공감대 형성은 긍정적이다. 양측은 피지컬 AI와 로보틱스 등 신기술 도입에 뜻을 같이하고, 추진 경과를 공유하며 미래 산업 전환에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특히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투입을 두고 "합의 없는 배치를 거부"하던 노조와 기술 도입의 접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하지만 합의의 대가는 컸다. 노조의 10년 만의 전면파업으로 5만5200대 생산 차질과 2조3000억원의 매출 손실이 발생했다. 완성차 중단이 1~3차 협력업체의 납품 지연으로 이어지며, 자본력이 취약한 하청업체들은 재고 증가와 현금흐름 악화 등 심각한 경영난을 겪었다.

이런점에서 현대차의 2026년 임단협은 2년 연속 파업과 10년 만의 전면파업, 최대 매출 손실이라는 오점을 남겼다. 무엇보다 6년 연속 무분규 전통에 마침표가 찍히고 2년 연속 파업이 현실화된 흐름은 향후 노사관계 건전성에 깊은 우려를 남겼다.

지난 수십 년간 현대차 노사협상에서 반복돼 온 장면은 낯설지 않다. 파업의 강도가 높아지고 생산 차질과 경제적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뒤에야 극적인 합의가 이뤄지는 패턴이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았다. 과연 이렇게까지 해야만 합의할 수 있었느냐는 아쉬움이 남는 이유다.

노사 간 정당한 보상과 성과 공유는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합의 과정에서 기업, 협력업체, 지역경제에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는 것은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노사는 무분규 전통이 왜 깨졌고 2년 연속 파업이라는 관행이 새로 생겼는지 냉정하게 되짚어야 한다. 그것이 생산·매출 차질과 수많은 협력업체들이 감내해야 했던 이번 파업의 상흔을 헛되게 하지 않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