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근금지 중 이혼소송 아내 살해…경찰, 실종신고 30시간만에 파악
접근금지명령에도 신고 30시간 만에 시신 발견
검거까지 40시간, 수사 골든타임 놓쳐

제주도에서 이혼 소송 중이던 아내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전직 경찰 50대 A씨는 실종 당시 아내와의 갈등으로 이미 접근금지 명령을 받은 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A씨의 실종 신고가 접수된 시점부터 강력범죄 가능성을 짐작할 수 있었지만 시신 발견과 피의자 검거까지는 하루가 넘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최근 장미란 씨 실종 사건으로 경찰 대응이 도마 위에 오른 상황에서 이번 사건 역시 범죄 혐의점 파악과 기관 간 공조 등 초동 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경찰 등 관계 당국에 따르면, 50대 A씨에 대한 실종 신고는 지난 23일 오후 2시쯤 서울 중랑경찰서에 접수됐습니다. A씨는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메모를 남긴 채 집을 나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랑경찰서는 A씨가 자주 다니던 경기 구리시의 한 당구장에서 최근 행적을 확인한 뒤 신고 5시간 만인 오후 7시쯤 구리경찰서에 공조를 요청했습니다. 이때까지도 경찰은 A씨가 아내인 피해 여성 50대 B씨를 해칠 가능성은 전혀 염두에 두지 못했습니다.
A씨는 가정폭력으로 지난 3월부터 내년 8월까지 서귀포시에 있는 B씨 주거지에 대한 접근금지 명령을 받은 상태였습니다. 이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구리경찰서는 다음 날인 24일 오전이 돼서야 B씨의 안전 확인을 요청하며 서귀포경찰서에 공조를 요청했습니다.
서귀포경찰서 관할 파출소 직원들은 같은 날 오전 8시 22분쯤 B씨의 주거지로 출동했습니다. 하지만 벨을 누르고 사이렌만 울린 뒤 반응이 없다는 이유로 그대로 철수했습니다.
이후 오후 7시가 돼서야 경찰이 다시 현장을 찾았고, 그제야 바닥에 피를 흘린 채 쓰러진 B씨를 발견했습니다. A씨의 실종 의심 신고가 접수된 지 30시간이 지난 시점이었습니다.
시신을 발견한 뒤 경찰은 사건을 실종에서 강력 사건으로 전환해 수사에 착수했고, 25일 오전 0시 30분쯤 구리시에서 A씨를 붙잡았습니다.
현재까지 파악된 범행 시각은 23일 오전 3시쯤으로 가족의 실종 신고보다도 앞선 시점입니다. 즉 신고 직후 경찰이 곧바로 움직였더라도 범행 자체를 막을 수는 없었다는 의미입니다.
다만 범행부터 검거까지 걸린 약 40시간은 피의자가 해외로 도피하거나 극단적 선택을 할 경우 수사가 어려워질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최초 실종 수사를 맡았던 중랑경찰서는 "신고가 가정폭력 등 관련 내용이 아닌 자살 의심 신고라 초기에 범죄 연관성을 인지하기에 무리가 있었다"며 "목격된 장소가 구리시로 파악돼 관할인 구리경찰서에 사건을 신속히 넘기는 데 주력했다"고 해명했습니다.
A씨는 제주에서 1년여 동안 경찰관으로 근무하다 퇴직한 뒤 서울로 거주지를 옮겨 아내와 별거해온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경찰은 A씨가 이혼소송 중이던 상황에 불만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그를 제주로 이송해 정확한 범행 동기를 조사할 계획입니다. A씨는 범행 자체는 부인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건교 취재 기자 | kkkim@tj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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